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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분석 칼럼] 고부갈등, 혹시 미워하면서 닮아가고 있지는 않나요?
최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8.03.02 07:40

[정신의학신문 : 최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시집살이를 매섭게 한 며느리가 나중에 무서운 시어머니가 된다?"

 

선조의 말 중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읇는다'라는 말 아시죠? 현대 인지 과학이 밝힌 바에 따르면 3년간 어떤 일을 지속했을 때 뇌 구조가 변하게 되는 걸 확인했습니다. 또 오늘 우리가 함께 이야기할 고부갈등, 시어머니로 인해 고생했던 사람이 나중에 비슷한 시어머니가 된다는 말도 정확하게 인간의 심리와 뇌의 특성을 반영한 이야기입니다. 

 

Q. 고부갈등, 매서운 시집살이는 정말 싫어했을 텐데.. 어떻게 자신도 무서운 시어머니가 되는 걸까요?

A. 몇 가지 이론이 있습니다. 첫 번째 누군가와 같이 살면서 그 사람을 미워하는 건 힘든 일입니다. 특히 그 사람이 나의 생존에 절대적이라면 미워하는 건 위험한 일이죠. 또 나보다 힘이 있다면 함부로 미워하다가 보복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미움을 없애고 그와 동거하기 좋은 방법은 미워하는 사람과 같은 편이 되는 거죠. 즉 그 사람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다른 심리 기재는 질투입니다. 내가 이렇게 살았는데 당신은 편하게 살면 안 된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거지요.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자신이 살았던 세월이 억울해지기도 하고 그렇게 살았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질투의 감정은 상대에 대한 감정도 있지만 자신의 과거를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즉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서 이렇게 사는 거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사진_픽사베이

 

Q.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그 사람과 같은 편이 되는 건가요?

A. 자신을 괴롭히는 측면을 이해하는 거지요. 예를 들어 설명해보죠. 어느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집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다고 혼을 냈다고 쳐요. 아들과 며느리의 영역을 인정하지 않는 행동이죠. 그래서 다툼이 일어나고 이게 큰 싸움이 되면 차라리 그냥 그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는 거예요. 미워하면서 지내는 게 너무 힘들게 되니까 나중에는 "그래 원래 뭐 그렇게 서로 다 트고 지내게 될 수 있는 거지."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나요. 

그래서 나중에 시어머니가 되면 "너는 이런 것도 못 받아들이니?" 이렇게 하게 되죠. 이런 경우를 직장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조직의 문화에 저항하고 힘들어하죠. 하지만 잘 보면 힘들어하는 사람일수록 즉 미워하고 견디기 힘들어할수록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서 동일시하게 됩니다. 비슷해지는 거죠. 

오히려 능글거린다고 할까요? 그냥 편하게 이 과정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이겨낼 힘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어요. 자신의 마음에 불편함이 없으니까 그냥 이런 거지 뭐, 하고 넘어갑니다. 자아 강도에 따라 이런 차이가 나타납니다. 조직의 명령, 권위에 대해서 적당히 자신이 받아들이고 포기할  수 있으면 닮는 모습이 생기지 않습니다. 시어머니가 뭐라고 해도 앞에서만 "예"하고 그냥 무시하거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으면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버릇없음과는 구분해야 합니다. 부당하고 잘못된 것을 요구하는 상사에게 이렇게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원칙 주의자이거나 권위를 어기는 것이 불편한 사람일수록 이것을 받아 들이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상사, 어른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소화하기 힘들지요. 결국 나중에 자신이 변하게 되는 겁니다.         

 

사진_픽사베이

 

Q. 어쩌면 이게 스톡홀름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현상과 비슷할 수 있겠네요?

A. 네 그게 극단적인 형태입니다. 위협을 느끼게 되고 그 위협에 반응하는 양식으로 적과 동일한 형태를 취해서 즉 적의 동지가 되어 그 위기를 벗어나려고 하는 원리입니다. 이걸 정신분석에서는 병적 동일시라고 합니다. 그런데 반대도 존재합니다. 절대로 누구처럼은 되지 않겠다 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의 문제는 대개 무작위적으로 닮지 않으려고 한다는 겁니다. 무작위적 예를 들어볼게요. 부모의 폭력이 너무 싫었던 자녀가 폭력을 따라 하지 않는 건 좋지만 이게 극단으로 가면 어떤 훈육도 거부하는 사람이 될 수 있어요. 그럼 아이를 망치게 되죠. 이걸 역시 동일시라고 합니다. 

 

Q. 마지막으로, 그럼 이런 상황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A. 상황을 명확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가 처음 예로든 고부갈등, 시어머니의 경우를 볼게요. 시부모와 잘 지내면서 서로의 영역을 지킨다면 좋은 거지요. 하지만 상황에 따라 갈등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고 타협을 해야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포기할 것을 포기하고 저항할 것은 저항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서로 갈등을 일으키면서 맞추는 과정도 필요하고요. 무조건 이상적으로 생각하면서 "잘 지내고 문제가 없어야 해!", "이건 절대로 안된다!" 이런 생각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동일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부모의 폭력이 싫을 때 명확히 무엇이 싫었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살펴야 합니다. 훈육은 어떤 형태로 가해도 아이에게 상처와 고통이 됩니다. 상처와 고통을 준 게 문제라고 생각하니까 훈육을 피하게 되는 거죠.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보면 폭력이 문제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감정적으로 보고 판단하게 되면 훈육을 피하게 되는 겁니다. 이게 문제를 일으키는 기본이 되는 것입니다. 

 

 

최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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