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윤희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B씨의 편지

 

저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입니다. 그런데 가끔 도가 지나칠 때가 있는 것 같아서 이런 행동의 기저에는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저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제 얘기들, 심지어 심각한 고민거리도 스스럼 없이 막 얘기하고나야 마음이 편해집니다. 그런데 면접같이 어느 정도 격식이 필요한 공적인 자리에서 조차 저의 허물을 감추지 않고 스스로 털어놓곤 합니다. 그러다 보면 결국 제 이미지를 스스로 깎아 내리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어떤 때는 말을 허둥대다가, 제가 말을 잘 못해서요, 이런 말까지 덧붙여요.) 저는 평소 낯선 사람을 만나서도 제 모습을 가식 없이 오픈 하는 것이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고, 그렇게 하다 보니 주위 가까운 친구들에게서는 겉과 속이 같다, 항상 그때 그때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주위의 친구들은 나이가 들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에 없는 말도 자연스럽게 나올 때가 있다며 서글프게 털어놓을 때가 있는데, 저는 반대로 그런 점이 잘 안되어 사회생활에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남들에게 필요 이상으로 스스로에 대한 많은 정보를 오픈하는 저, 많이 상처받고 부딪히는 방법 밖에 없나요? 혹시 어떤 더 깊은 원인이 있는 행동인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진_픽셀

 

뇌부자들의 답장

 

B님이 나의 감정과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열어 보이는 모습에는, 상대에게 관심을 얻고 대화의 중심을 ‘나’로 가져오고 싶은 바람이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상대에게 관심과 호감을 얻기 위해 하는 여러 행동 패턴은 ’연극성 인격‘ 성향이 있는 분들이 흔히 보이기도 하고요. 만약 B님이 여러 사람과 어울릴 때에 ’내가 화제와 관심의 중심이 되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느끼는 편이라면 B님이 연극성 인격 성향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추측이 맞을 가능성이 높겠죠.

 

이렇게 상대에게 나의 존재를 어필하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도가 지나치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시간이 지난 후에 후회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본래의 목적인 상대에게 호감과 관심을 얻으려는 면에서도 이런 모습이 친근감과 솔직함으로 받아들여져 득이 될 때도 있겠지만, 때로는 B님의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때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내가 호감과 관심을 얻고 싶은 마음이 크다 보니까 나를 섣불리 오픈하는 때가 많은데, 어느 정도 감추고 나에 대한 호기심을 남겨두는 것이 오히려 관계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유념하고, 자기를 드러내기를 조금씩 참고 미루는 연습을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사진_픽셀

 

또다른 측면에서 B님의 행동 패턴의 원인이 대인관계에서 나도 모르게 느끼는 특유의 불안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가령 아직 친밀하지 않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잠시 대화가 끊기거나 서먹한 순간이 흔히 올 수 있는데, 이럴 때 누구나 일시적으로 심리적 불편감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B님이 이렇게 다소 낯설고 어색한 사회적 상황에서의 불안과 초조함을 쉽게 느끼는 성향이 있어서, 이 상황을 빨리 바꾸고 싶은 마음에 비교적 떠올리기 쉬운 화제인 ‘내 이야기’를 많이 하시게 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종의 사회적 불안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불안 성향에는 성장 과정의 환경과 타고난 요인이 복잡하게 영향을 미칩니다. 중요한 점은 내가 그런 성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의식적으로 훈련을 반복함으로써 이 성향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이런 면이 두드러진다고 생각되신다면, 대화가 끊어지는 상황을 겪을 때 먼저 말을 꺼내지 않고 잠깐의 침묵을 받아들여 보면서 내 마음 속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들여다보는 연습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B님의 고민에 대해 저희가 생각해본 이유들입니다. 다만 주위 친구들이 말씀하시듯, 내 감정과 생각을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B님의 장점이고, 이렇게 사람을 좋아하고 솔직한 성격 덕에 주변 분들에게도 긍정적이고 밝은 기운을 많이 주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B님 스스로 '어울리지 않는 상황에서 부적절한 자기 오픈을 할 때가 많다'는 것은 이미 알고 계시니까, 이 부분을 컨트롤하는 연습만 꾸준히 하신다면 자신을 남들에게 쉽게 드러내는 성향이 더욱 큰 강점과 매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저희가 드리는 답장이 B님의 고민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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