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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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관심 때문에 스포트라이트 조명이 켜져 있는 듯한 느낌을 받으신 적 있으신가요? 학교나 회사에서 실수를 하면 괴로움을 크게 느낀다든가, 관심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평판에 민감해지고, 하던 일을 완벽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나에게로 향하는 스포트라이트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보다 더 강하게 내 마음속에서 작동하기 때문이지요. 스포트라이트 효과와 그 덫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미국 코넬대 사회 심리학자 토머스 길로비치(Thomas Gilovich)는 이러한 현상을 ‘조명 효과(spotlight effect)’라고 설명했습니다. 자신이 선 무대 위에 스포트라이트가 켜져 있는 것처럼 주변을 왜곡되게 지각한다는 것이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람들은 타인의 삶에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깊은 주의를 할당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심리학자 길로비치는 1999 년 <사회적 판단에서의 스포트라이트 효과>라는 논문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에 너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 의해 얼마나 관심을 받는지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자기 스스로를 보는 방식과 실제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보는 방식 사이의 잦은 불균형이 드러난다는 내용입니다.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실제보다 더 많이 관심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착각에 가까운 것이라는 이야기지요.

길로비치는 이러한 현상을 증명할 하나의 실험을 했습니다. 연구 참여자들에게 과거에 스타 가수였던 베리 매닐로우(Barry Manilow)의 얼굴이 크게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교실에 앉아 있도록 했지요. 낯선 사람들이 교실로 들어와 그것에 대해서 얼마나 인식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였습니다. 그 실험은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은 약 50%가 자기의 특별한 옷차림을 알아챌 거라고 예상했는데, 실제로 그 티셔츠를 알아챈 사람은 약 20%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우리가 예측한 ‘자신에 대한 타인의 관심’이 실제로 유효하지 않다는 걸 보여 주는 결과인 셈이지요.

이처럼 우리가 누군가의 입도마에 오르는 일들, 중요한 일의 실패 경험, 돌이킬 수 없는 실수 행동 때문에 모두가 비웃을 것 같은 생각에 괴로워하신다면 좀 더 편안한 마음을 가져도 된다고, 안심하셔도 좋을 것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타인에게 쏟는 주의는 한정적이고, 오래 머무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주 빠르고 흥미롭게 돌아가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타인의 관심을 적정하게 인식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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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를 적정한 밝기로 인식하기

무엇보다 마음속의 ‘조명(Spotlight)’을 적정한 밝기로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좋을까요?

첫 번째, 타인의 시선 속에서도 내 삶을 묵묵히 이어 나갈 용기를 가져 보세요. 사업이나 일, 공부 등을 하다 보면, 주변 사람들에게 부진한 성과나 실수가 부각될 것 같아 불안할 때가 있습니다.

투시와 착각을 미리 예상하고 괴로워하느라 정작 해야 할 중요한 일엔 집중력이 흩트려지는 경우도 있지요. 그들이 내게 보낸 관심이 큰 의미를 가지거나 오래 지속되는 것이 아니었음을 인식하고, 나의 중요한 결단이 그들의 관심으로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두 번째, 어떤 활동에 완전히 빠진 상태인 ‘몰류(flow)’ 상태를 즐겨 보세요. 이러한 상태에서 자기 자신을 잊고 원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명상이나 운동을 하거나 집중해서 관심 분야를 공부할 때도 이러한 상태에 도달할 수 있지요. 내가 가야 할 길에 맞게 적절히 주의를 분배하고 몰두하는 것이 우리가 스포트라이트의 밝기를 조정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세 번째, 중독적인 것으로부터 벗어나 생산적인 일들을 찾아 실행에 옮겨 보세요. 물론, 주변인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 두려워, 밤잠 이루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을 것입니다. 남들의 시선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실수하지 않기 위해 초조해하고, 거울을 들여다보느라 낭비하는 시간들은 도전과 성취를 방해합니다. 남에게 어떻게 보일 것인가에 대한 부담으로부터 가벼워지기 위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견고히 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가 내면에 충실하고, 가야 할 방향에 대한 결심이 확고한 상태가 되면, 이러한 조명 효과는 사라질 수 있습니다. 두려움을 벗어 던지고 건전한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단련시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길로비치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영감은 기다리면 생기는 것이 아니라, 행동에 돌입한 후에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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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의 비난이 두렵고 덜컥 겁이 나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거나 쉽게 물러난 경험들이 있을 것입니다. 이런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주변인들의 반응에 대한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자각하고 "세상은 내가 생각한 것만큼 나에게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 그리고 자신이 결심한 대로 행동하는 것에는 절제와 용기가 필요할 것입니다.

감정을 흩뜨리는 중요한 타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결심한 방향대로 묵묵히 가야 하는 시간들이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것들, 난제를 어떻게 집중하고 풀어 나가는지에 따라 우리의 행복과 행보를 이어 나갈 여러분들을 응원합니다.

 

사당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최강록 원장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당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한양대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의료법인 삼정의료재단 삼정병원 대표원장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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