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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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조직이나 단체에 소속되어서 무언가를 할 때, 그 안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신경전과 갈등으로 어려움을 경험합니다. 특히 직장생활에서 이런 현상이 많이 나타나는데, 이를 ‘사내 정치(office politics)’라고 합니다. 이번에 누구는 줄을 잘 서서 승진했고, 반대로 누구는 줄을 잘못 서서 좌천됐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을 심심찮게 듣습니다. 

사내 정치의 핵심은 ‘권력’과 ‘영향력’입니다. 조직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누구이고, 누가 누구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조직에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하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높은 위치와 많은 권한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 말을 잘 따르고 수족이 되어 줄 사람들을 찾고, 반대로 든든한 배경이 필요한 사람들은 특정 인물이나 무리에 합류하며 세를 형성합니다. 

사내 정치는 비단 오늘날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조선시대 노론과 소론의 당파싸움을 비롯해 역사적으로도 권력을 둘러싼 암투는 언제나 존재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사내 정치는 많은 사람이 모인 조직에서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경쟁과 성공의 사다리로 오르고자 하는 욕망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원하든 원치 않든, 사내 정치는 늘 경험하게 되는 일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성향에 따라 사내 정치에 익숙하고 잘 활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불편해하고 불필요한 소모전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사실 많은 이들이 사내 정치라고 하면 뒷거래, 소문, 비겁한 계략, 줄서기, 꼼수, 불법적인 로비, 정도를 벗어나는 방법처럼 부정적인 이미지들을 떠올립니다. 실제로 사내 정치가 부정적인 방식으로 나타나며, 조직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내 정치가 반드시 부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사내 정치를 어떻게 정의하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개인과 조직의 발전과 성장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게끔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사내 정치를 ‘관계 형성’, ‘영향력’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할 때 가능합니다. 사내 정치를 무조건 지양해야 할 것으로 바라볼 때 우리가 쉽게 하는 착각은 ‘일’ 자체에만 집중하면 된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그저 묵묵히, 열심히 일하다 보면 성과로 인정받고 보답받는 날이 오리라 믿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성실한 자세는 일에 더 몰두하게 하고 부정적인 사내 정치의 회오리바람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방패막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열심히 일한 성과가 조직 내에서 충분히 공유되고, 그 영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더라도 그것을 스스로 어필할 수 있는가, 그 성과를 인정하고 나의 노고를 조직의 다른 이들에게 이야기해 줄 관계적 자원이 있는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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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뛰어난 능력과 업적을 보이는 이들 중에서도 이 부분이 취약해서 조직에서 크게 빛을 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프로젝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서도 책임자와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하거나 자신이 그 일을 통해 조직 전체에 어떻게 기여했고, 얼마나 중요한 영향력을 미쳤는지를 충분히 어필하지 못해서 정작 중요한 승진에서 누락되거나 다른 사람이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는 사례들이 존재합니다. 

마치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가져간다.”라는 속담처럼 엉뚱한 사람이 공을 가로채는 형상이지요. 내가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때면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일은 일대로 했는데 노고도 인정받지 못하고, 엉뚱한 사람이 공을 가로채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허탈하고 화가 납니다. 열심히 일하고 성과를 낸 나를 조직은 왜 몰라주는지 야속하고 사내 정치의 희생자가 된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그러나 사내 정치로부터 완전히 물러서서 일만 하겠다는 바람은 현실적이지 않은 기대일 수 있습니다. 그보다는 사내 정치가 없는 조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내 정치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개인과 조직에 모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져갈 수 있을지를 모색하는 것이 더 현명한 태도입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1. 사내 정치를 관계 형성, 전략적 차원에서 바라보기

사내 정치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보다 업무 능률을 올리고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위한 전략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시도해 보는 것입니다. 동료, 상사, 외부 기관과의 비공식적 만남이나 대화를 사내 정치로 치부하기보다, 그들의 필요를 파악하고 원하는 것을 제공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나는 사내 정치를 못 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의 능력을 제한하지 마세요. 다른 기술들처럼 이 영역 역시 얼마든지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2. 조직 내에서의 관계망, 영향력의 흐름 파악하기

우리 조직에서 많은 영향력과 권한을 행사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그들 사이의 관계는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파악해 보세요. 반드시 특정 무리, 인물에 편승할 필요는 없지만, 업무 성과를 인정받거나 업무가 효과적으로 진행되는 데 도움 될 인물이 누구인지 파악해 두는 것은 중요합니다. 

 

3. 관계적 자원 구축하기 

사내 정치의 차원이 아니더라도 조직 내에서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업무 효율뿐만 아니라 행복한 직장생활에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필요한 도움을 주고받으며 업무적 성과를 인정해주고 나를 대신해 타인에게 어필해줄 수 있는 관계적 자원을 구축해보세요.

 

4. 부정적 사내 정치의 영향으로부터 거리 두기 

소문이나 가십, 힘겨루기와 같은 부정적인 사내 정치의 영향력으로부터는 거리를 두며 스스로를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부정적인 사내 정치로부터는 멀리하고 긍정적인 사내 정치가 활발해질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사내 정치로 힘들고 지칠 때가 있습니다. 사람에 대한 기대도, 조직에 대한 신뢰도 모두 무너지는 순간들 말이지요. 하지만 너무 좌절하거나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까요. 부정적인 사내 정치를 긍정적인 사내 정치로 바꿔 가려는 노력, 우리가 먼저 시작해 보면 좋겠습니다. 

 

사당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최강록 원장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당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한양대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의료법인 삼정의료재단 삼정병원 대표원장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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