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강태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엄청난 속도로 빠르게 변해서 잠시라도 한눈을 팔다 보면 누군가에게 뒤쳐지고 낙오되는 느낌이 듭니다. 그럴 때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훌륭히 잘 적응해 가는데 “나는 그 동안 뭐하는 건가?” 하는 생각들을 하면서 쉽게 자책하게 됩니다. 아이를 키우며 양육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TV속 영재 프로그램에 나오는 아이는 3살에 벌써 한글을 다 떼서 혼자서 책을 읽는데 우리 아이는…’, ‘OO네 집 아이는 혼자서 옷도 입고 숙제도 해서 신경쓸 일이 하나도 없다던데 우리 아이는….’ 식의 생각을 하며 자녀들에게 “쟤를 봐라. 너는 도대체 뭐하는 거니?”라고 핀잔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 과거 내가 어렸을 때를 떠올려보세요. 어려서 우리 주변에는 늘 ‘엄친아’, ‘엄친딸’이 있었고 부모님들은 항상 ‘옆집 OO를 봐라. 넌 도대체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니?’라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지금 자녀를 다른 대상과 비교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은 과거의 우리 부모님들과 똑같습니다. 그 당시에는 ‘내가 어른이 되면 엄마아빠처럼 다른 집 애들하고 내 아이를 절대 비교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어느 순간 우리는 본인도 모르게 옆집의 누군가의 자녀와 우리 아이를 비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합니다. 우리는 자녀들에게 (실제로 대개는 자극이 되는 경우보다는 자존감을 낮추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자극을 줘서 좀 더 바르고 훌륭하게 자라줬으면 하는 부모의 기본적인 욕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_픽셀

 

그렇다면 비교를 하더라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요?

양육에서 흔히 보이는 비교에는 여러 단계가 있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내가 이상화시킨 대상과 비교하는 것입니다. 수년 전부터 TV에서는 양육과 관련된 예능 프로그램들이 많이 방송되고 있습니다. 그런 프로그램을 보실 때 다들 어떤 생각들이 드시나요? “TV에 나오는 아이들은 크게 나무랄 일 없이 알아서 잘 크는 것 같고, 부모도 아이들한테 부족함이 없이 해주네”하고 생각을 하면서 지금 우리 집에 있는 아이 그리고 환경들과 비교를 하며 좌절하게 됩니다.

다양한 심리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긍정적인 면에 대해서는 과대평가하려고 하고 부정적인 감정이나 단점에 대해서는 축소하여 잘못된 해석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보통의 경우가 이러한데 TV 속에 나오는 이상화된 부모나 아이들의 경우는 더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방송에 보이는 좋은 모습만 접하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의 단점들과 이를 비교하기가 쉽습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스스로의 최악의 것을 다른 사람들의 최선의 것과 비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좌절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줄여야 합니다.”

 

두 번째 단계의 비교는 옆집 아이와의 비교입니다. 소위 말하는 엄친아, 알파걸과 우리 자녀들을 비교하는 것입니다. 이웃집에 가서 다른 집 아이들은 영어유치원을 다니면서 4살에 책도 읽고 영어로 말도 한다 등의 이야기를 듣고 온 날이면 부모는 집으로 돌아와 ‘난 이때까지 뭐했나?’, ‘너무 무관심한 엄마인가?’, ‘그런 환경을 제공해주지 못하는 나는 나쁜 엄마인가?’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최상의 환경을 제공해주고 그만큼 아이들이 따라와 줬으면 하는 마음은 어떤 부모나 똑같습니다.

하지만 각자 상황이나 가치관은 다르며 정해진 원칙은 없는데도 우리는 늘 누군가와 비교하며 불안해합니다. 영어 유치원이나 사립 유치원 등을 보내고 싶은 마음인데 경제적 여유 등으로 일반 유치원을 보내게 되어 속상할 수도 있고, 또 영어 유치원이나 사립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의 부모는 방학 때마다 미국 등으로 여행이나 어학연수를 가는 아이의 같은 반 친구네와 비교하며 속상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비교란 끝이 없고 상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부모가 자존감이 낮거나 자녀의 성공이나 능력을 통해 자신의 부족함을 보상받고자 하는 마음이 큰 경우에 더욱 스스로를 자책하기 쉽습니다.

“비교란 끝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공부를 못하고 말썽만 부리는 아이로 비춰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요?”

 

세 번째 단계의 비교는 형제간의 비교입니다. 저희 집에는 예쁘고 사랑스러운 두 딸이 있습니다. 첫째 아이는 저희 부부가 일부러 한글을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4살 무렵 글자에 관심을 보이더니 5살 무렵에 한글을 떼고 혼자서 쉬운 책은 제법 읽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5살이 된 둘째는 아무리 옆에서 ‘ㄱ, ㄴ, ㅏ, ㅑ’를 알려줘도 전혀 관심이 없고, 저희 부부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합니다. 그럴 때면 저도 모르게 "언니는 5살 때 혼자서 책을 읽었는데. 너도 한글을 배워야지"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옆에서 첫째 딸이 "맞아. 언니는 너 만할 때 글씨를 다 알았어"라고 한마디 더 거듭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 둘째는 글씨를 배우는 것에 더욱 주눅이 들고 피하려고만 하는 경향이 생겼고, 그제야 저는 ‘아이에 따라 관심사가 다를 수 있고 속도가 다른데 내가 너무 조급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가까이에서 매일 보며 부딪히기 때문에 무심결에 비교하기 쉽습니다. 그리고 형제간의 비교는 한쪽에 치우칠 가능성이 있고, 반복되기 때문에 당하는 아이 입장에서는 굉장히 힘들며 상처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이후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둘째 딸에게 억지로 한글 공부를 시키지 않고 책을 가져오면 읽어주면서 아이의 속도에 맞춰서 기다려주고 있습니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더라도 반복되는 형제간의 비교는 당하는 입장의 아이에게는 상처가 되며 이후 자존감 저하 또는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마지막 단계의 비교는 어제의 아이와 오늘의 아이를 비교하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비교들과는 다르게 긍정적인 의미의 비교입니다. 바로 ‘1달 전, 1년 전’의 아이들의 모습과 현재를 비교하는 겁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감동을 기억하시나요? 아이가 두 발로 서서 세상을 향해 첫 발을 떼었을 때가 기억나시나요? 아이가 두 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을 때가 기억나시나요? 잘 걷지도 못하던 아이가 벌써 이렇게 커서 자전거도 타고 한글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는 그런 사실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아이들의 부족한 점만 생각하며 누군가와 비교하기 바쁩니다. 아이는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발달하는데 말입니다. 아이들은 누구나 나아질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모는 여유를 가지고 옆에서 지켜봐주며 잘한 점에 대해서 칭찬해주고 격려해주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정말 비교가 필요하다고 느껴진다면 다른 사람이나 다른 아이의 상황과 비교하지 말고 어제의 자신이나 상황과 비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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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주변의 다른 사람들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그것 자체를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에 대해서 경쟁심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나의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고 보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기 때문입니다. 다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과도한 비교의 경우 오히려 자신이나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다치게 할 수 있습니다. 부모도 사람인지라 다른 아이에 비해서 우리 아이가 부족하다고 느끼게 되면 스스로의 자존감에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고 그런 부모의 모습을 보고 아이도 상처받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자신만의 속도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속도는 고무줄처럼 느껴집니다. 어떤 경우에는 ’우리 아이가 어디 부족한 건 아닌가? 다른 애들은 이렇게 잘하는데 우리 아이는 언제쯤 되려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모가 기대하고 생각하는 것보다 한참 느리기도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 아이가 내년이면 학교에 갈 정도로 컸나? 스스로 하는 게 많이 늘어났네’라는 생각이 들면서 엄청 빠르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우리네 인생이 그러하듯 우리 아이들의 시간도 다른 아이들과 비교를 하면서 지내기에는 매우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교를 해야 한다고 생각이 드시면 내가 알지 못하는 가상 또는 옆집 아이들과 비교하지 마시고 어제의 우리 아이와 지금의 아이를 비교해서 좋은 점을 보려고 하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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