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강태웅 아이나래 원장]

 

"왜 동생은 되고 나는 안 되는데. 나도 동생이랑 똑같이 하고 싶단 말이야."

 

"나도 같은 장난감 사줘."

 

'올해 7살, 5살이 된 두 딸이 있는 저희 집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되는 상황입니다. 작년부터 둘이 놀 때 제법 인형 등을 이용한 소꿉놀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는 저희 부부는 ‘우리 아이들이 벌써 이렇게 컸나?’ 하는 생각을 하며 뿌듯해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한가지 걱정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건 바로 아이들이 서로에게 짜증을 내고 상대방의 잘못을 부모에게 와서 이르고 심지어는 밀어서 넘어뜨리는 등 몸싸움까지 하는 모습을 하루에도 몇 차례씩 반복하였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싸움을 말린 뒤에 둘 다 세워놓고 정의로운 재판관처럼 서로의 잘잘못의 시비를 가려 벌(‘생각하는 의자’ 시키기)을 줘보기도 하고 다음부터 싸우지 말도록 협박도 해봤지만 그 때뿐 이었습니다.'

 

형제간에 다툼이 일어나는 건 어떻게 보면 매우 자연스럽고 앞으로 친구들과 또래 관계를 맺는데 있어서 좋은 연습의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걸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매일 보고 개입 해야만 하는 부모의 마음은 편치 않습니다. 그렇다고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고 그냥 방치해 둘 수만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잘 아시다시피 형제끼리 싸우는 이유는 참으로 다양합니다. 가장 흔한 경우는 평소에는 관심도 보이지 않았던 한가지 장난감이나 간식을 놓고 혼자 갖겠다고 하는 경우인 거 같습니다. 이런 경우 저를 포함한 많은 부모님들이 속상해하며 큰 아이에게 이렇게 말하기 쉽죠.

 
사진 픽사베이
 
"네가 형이니까 이번만 동생한테 양보하자?"
 
"이번에는 동생 주고 다음에 엄마가 더 좋은 거 사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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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큰 아이를 어르고 달래서 이 상황을 빨리 끝내고 싶지만 큰 아이는 이런 부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협조하기는커녕 더욱 소리를 지르면서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려고 떼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알고 보면 그건 큰 아이가 보일 수 있는 당연한 반응입니다. 이미 소유의 개념이 생기면서 자신의 물건에 대한 집착이 생긴 상태이며, ‘지금’이라는 현실에 충실하기 때문에 ‘미래’에 더 큰 보상을 받는 것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미취학아동에게 공평하다는 개념은 ‘난 동생보다 크고 어렸을 때 이미 많이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이니까 이번엔 어린 동생에게 양보하는 것이 공평해.’가 아니라 ‘나도 동생과 똑 같은 장난감을 가지는 것이 공평해.’를 의미합니다. 이런 상황이니 무작정 큰 아이에게 양보하라고 할 수 없는 건 당연합니다.

 

Tip
큰 아이에게만 양보를 강요하지 마세요. !!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것 때문에 아이들이 서로 싸울지도 모르겠는데.’라고 예상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대한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하는 게 필요합니다. 만약 문제가 생겨 큰 아이를 설득하려면 양보하는 행동에 대해서 ‘크게 칭찬’하고 잘한 점에 대해서 ‘즉각적인 보상’을 주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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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아이들을 늘 관찰하고 쫓아다닐 수만은 없기 때문에 형제간의 모든 싸움을 예방하거나 말릴 수는 없습니다. 어떤 이유가 되었든 형제가 몹시 흥분되어 서로 자기가 억울한 것에 대해서만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형제를 분리시켜서 흥분을 가라앉힌 상태에서 각자의 의견을 들어보는 게 필요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아이들의 마음을 충분히 ‘공감’해 주는 일 입니다. 아이들과 이야기 할 때 부모는 미리 결론을 내거나 판단하지 말고 각각의 아이들이 스스로의 생각이나 감정을 충분히 들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서로의 시시비비를 가리기 전에 (대부분 부모가 생각하기에는 형제 양쪽 모두 잘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각각 아이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생각이나 감정을 이해해주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러한 과정이 지난 이후에 싸우는 동안에 상대 형제가 어떻게 느꼈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아이에게 질문함으로써 공감하는 능력을 연습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엄마는 네가 먼저 잡은 장난감을 동생이 가져갔을 때 화가 난 건 충분히 이해해.”
“그런데 네가 동생이랑 싸우면서 힘으로 장난감을 뺏고 도망갔을 때 동생 기분은 어땠을까?”


아이의 의견을 공감한다고 해서 형제간의 싸움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데 불구하고 이를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특히나 상대 형제를 밀치거나 때리고 심한 경우에는 꼬집거나 무는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때 부모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타임아웃(Time out, 일명 생각하는 의자)입니다. 최근에는 여러 육아지침서와 TV 프로그램에서 행동치료의 기법으로 자주 언급되어 많은 부모님들이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되어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타임아웃을 하는 목적은 결국 본인이 한 잘못한 행동(형제와의 갈등이나 싸움 시에 보인 공격적 행동)에 대해서 스스로 책임을 지도록 연습하는 겁니다. 타임아웃을 마무리할 때는 추후에 같은 상황(형제와의 갈등상황)이 반복되었을 경우에 어떻게 행동 해야 할 지에 대해서 아이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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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타임아웃(Time out, 일명 생각하는 의자)의 장점 중 하나는 아이와 부모 모두 감정적으로 상처받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연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형제간의 싸움, 친구 때리기, 거짓말 하기 등)을 했을 때 아이로 하여금 ‘적절한 좌절을 경험’하도록 하여 아이가 성장하는데 있어서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서 책임감을 가지게 되며, 점차 세상의 규칙을 배우게 되어 또래와의 관계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가끔은 형제간에 싸움을 일으키거나 갈등을 악화시키는데 부모가 영향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장 조심해야 할 것 중에 하나는 실제로 형제들 중 한 아이를 편애하는 경우입니다. 저의 경우에도 한동안 둘째 딸(언니와 2살 차이)을 제 나이보다 한참 어리게 생각하여 무조건 받아주었던 반면, 큰 딸의 경우 아직 어린데도 불구하고 벌써 다 큰 아이처럼 대하면서 뭐든 혼자 해보라고 지시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때 큰 아이의 반응은 다들 예상하시겠지만 “왜 맨날 동생만 되는데. 나도 똑같이 해줘.” 였습니다. 그러면서 저한테 화난 감정을 동생에게 푸는 지 별다른 이유 없이 동생을 건드리고 때리고 시비를 거는 행동이 반복되었습니다. 첫째 입장에서 갑자기 나타난 동생은 굉장한 질투의 대상일 수 밖에 없는데 게다가 제가 동생만 편애하니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점은 바로 아이의 연령과 기질입니다.
아이들마다 발달의 정도가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만 2~3세가 되면 자신의 감정과 다른 사람의 감정이 다를 수 있음을 인식하기 시작하고, 만 5~6세가 되어야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언어(대화)로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듯 미취학 아동들의 경우 ‘공감’ 능력이 점점 발달하는 시기이므로 아이가 다소 자기 중심적으로 행동해서 다른 형제와 다툼이 일어나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오히려 다른 사람과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그리고 아이들마다 자신의 욕구가 좌절되는 상황에서 견디는 능력 (좌절 내성(frustration tolerance))이 다릅니다. 부모는 자신의 자녀들이 어느 정도 견디는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여 대처하는 게 필요합니다. 소유욕이 강하고 참는 힘이 부족한 아이에게 무조건 양보하라고 하는 건 아이에게 혹독한 시련을 주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좌절내성을 키울 수 있도록 칭찬이나 또 다른 보상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Tip
아이들은 부모를 통해서 배웁니다.!!
아이들이 화를 내거나 심하게 떼를 쓰는 상황에서 가끔씩은 부모가 같이 화를 내거나 체벌을 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부모는 일단 참고, 아이가 아이 스스로 처리할 수 없는 화(나쁜 마음)나 공격성을 부모가 그걸 아이가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다시 아이에게 돌려주는 것(‘아이의 화난 마음을 공감하고 그걸 적절한 언어로 표현해주는 것, containing’)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되면 아이는 부모의 태도를 배워서 ‘꼭 화를 내지 않아도 신경질을 내지 않아도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아이들을 키우고 진료실에서 마음이 아픈 아이들을 보면 볼수록 부모로서 살아간다는 건 ‘수행’을 하는 것과 비슷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시켜드리지만 현실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어떤 분들은 ‘육아를 책으로 배웠다.’라고 이야기 하는 분 들도 계시지만 실제로 육아지침서에 나온 멋진 이론들 이더라도 우리 아이에게 적용해서 곧바로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쓰는 것도 늘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실망하지 말고 반복해서 연습하고 적용하고 수정해나가야 한다는 점 입니다.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지만 누구나 ‘부모’가 처음이라 그 역할이 어떤 건지 또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서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앞서 말한 내용의 큰 틀 안에서 아이의 기질에 맞춰 조금씩 수정해나가면서 연습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첫 발을 떼었을 때 기억하시나요? 셀 수도 없이 많이 넘어졌지만 반복해서 일어나서 다시 도전해서 결국 지금처럼 잘 뛰어 다니는 것처럼 육아도 좌절과 연습이 필요합니다. 저를 포함한 모든 부모님들 오늘도 모두 ‘파이팅’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강태웅 :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전임의 수료,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평생회원,
대한청소년정신의학회 평생회원, 아동정신치료학회 정회원, 현재 아이나래 정신건강의학과 청주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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