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



매년 2~3월이 되면 어린이집 앞은 아이들이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버티며 울면서 아수라장이 됩니다. 엄마와 떨어져 어린이집에 들어가야만 하는 아이들도 힘들지만 이렇게 떨어지기를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들여보내야 하는 부모 또한 마음이 몹시 아픕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아이가 이렇게까지 힘들어하는데 조금 더 집에서 데리고 있어볼까?”
“나 편하자고 어린이집을 너무 일찍 보내는 건 아닐까?”

아이들과 매일 아침 등원과 관련해서 실랑이를 하면서 이러한 고민은 좀 더 깊어져 어떤 부모님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기로 결정하시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아이들의 행동은 발달하면서 보일 수 밖에 없는 정상 불안 (Normal Anxiety)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럴 때 부모님들이 “내가 양육을 잘못해서 그런 것 아닌가?”,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한 내 결정이 잘못된 건 아닌가?” 라고 생각하면서 느끼는 자책감 또는 죄책감은 불필요합니다.

여러분들은 본인이 엄마와 처음 떨어졌을 때가 기억나시나요?

물론 기억이 나지 않으실 겁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상상은 되시겠지요. 아이들이 처음 어린이집에 가서 엄마와 떨어지는 순간 느끼는 기분은 마치 망망대해에서 나 홀로 돛단배에 몸을 싣고 떠돌아 다니는 기분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고 막연히 추측해 해 봅니다. 태어난 이후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엄마로부터 반경 10미터 안에서 (언제든지 아이가 고개를 돌리거나 몇 발자국 떼지 않아도 부모를 찾을 수 있는 거리) 생활했었는데, 갑자기 어린이집 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친숙하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수 시간을 보내야 한다니 이는 엄청난 공포로 다가올 수 밖에 없습니다. 한번쯤은 다들 들어보셨을 텐데요 이럴 때 아이들이 느끼는 불안을 분리 불안 (Separation Anxiety) 이라고 합니다.

분리 불안(Separation Anxiety)은 강한 정서적 애착관계에 있는 대상이나 집으로부터 대상이 분리되었을 때 느끼는 불안으로서 정상 발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반응입니다. 대개 애착관계가 형성되는 6~8개월 경 시작되어 3세 사이에 주로 관찰되며, 대상 영속성(Object permanence, 눈 앞에 보이지 않아도 대상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개념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그럼 우리 아이를 처음 어린이집에 보낼 때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1. 필요하다면 단계적으로 노출을 시키고 약속한 하원 시간을 꼭 지키세요.


: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부모와 분리되는 것은 아이들에게 굉장한 스트레스와 공포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분리하는 데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특히나 까다로운 기질이나 높은 불안 민감성을 타고난 아이들의 경우 이러한 분리가 더욱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단계적으로 서서히 어린이집에 노출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어린이집에 가서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적응한 뒤 점차적으로 분리를 시도하거나 어린이집에서 지내는 시간을 점차적으로 늘리는 식의 단계적 노출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부모가 데리러 갈 시간을 아이에게 알려주고 정말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아이에게 약속한 시간을 지켜야 합니다. 대개 불안은 앞으로 벌어질 일을 본인이 예측 가능하지 않을 경우에 발생하거나 악화되는데 부모가 반복적으로 하원 시간을 지키는 못하는 경우 아이의 분리 불안이 더욱 증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Tip. 정확히 몇 시에 아이를 데리러 올 건지에 대해서 미리 약속하고 반드시 지키도록 노력하세요. 아이가 시간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경우 ‘OO가 간식 먹고 난 이후에 또는 낮잠 시간이 끝나면 엄마가 데리러 올 꺼야.’ 라고 알려줘도 좋습니다.

 


2. 집에서 분리와 연관된 역할 놀이를 미리 해보세요.


: 어린이집을 갔을 때 예상되는 어려움에 대해서 아이와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럴 때는 아이와 함께 놀이를 하면서 감정을 알아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아이의 감정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아이가 가지지 않아도 되는 막연하거나 불필요한 두려움을 발견해서 다룰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이들이 불안해하는 건 잠시 동안 부모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엄마 아빠를 못 보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인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그런 불안감에 대해서 표현한다면 언제든지 아이가 원하면 부모가 돌아올 수 있음을 알려주면서 아이를 적극적으로 안심시켜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집에서 부모와 잠시 떨어져 있어보는 연습을 하거나 아이와 함께 인형과 같은 장난감을 이용한 역할 놀이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이러한 간접 경험을 통해서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표현하고 분리와 관련된 성공 경험을 얻게 되는 경우 아이는 안정감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아이에게 자신감을 주기 위해서는 연습이나 역할 놀이 상황에서 만약 아이가 혼자 잘 떨어져 있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부모는 용감한 아이의 행동에 대해서 다소 과장될 정도로 칭찬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Tip. 아이가 엄마를 대신해서 항상 가지고 다니는 애착인형이나 장난감(Transitional Object 이행기 대상)이 있다면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 당분간 어린이집에 가지고 다니게 해 줄 수도 있습니다. 또는 부모와의 분리와 관련된 내용이 있는 동화책이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3. 아이의 어린이집 생활이 어떤지 여러 통로를 통해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어떤 놀이를 하는지, 어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지, 수업에는 잘 참여하는지, 부모를 대신해서 선생님한테 매달리지는 않는지 등에 대해서 아이에게 묻고 그 감정에 대해서 공감해주고, 잘 견딘 것에 대해서 칭찬해주세요. 또 어린이집에 처음 보내는 초기에는 담임선생님과 우리 아이가 보이는 행동이나 특성에 대해서 자주 소통하면서 아이의 불안 정도를 파악하는 게 필요합니다. 특히 평소에 불안 정도가 높은 아이의 경우 어린이집 선생님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서 부모가 옆에 있지 않아 아이에게 생기는 일과 어려움 등에 대해서 부모가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을 알려주어 아이에게 안정감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Tip. 아이가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부모로서 안정되고 일관된 환경을 제공하는 게 필요합니다. 누구나 새로운 경험 (특히 친숙한 사람과 떨어지는 경험)이 힘들 수 있음을 설명하고 언제든지 아이의 어려움에 대해서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음을 표현해주세요.

사진 픽사베이

아이에게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만큼이나 어린이집을 처음 보낼 때 부모의 마음가짐 또한 중요합니다.

 

1. 부모가 분리 불안에 대해서 잘 견뎌낼 준비가 되어있어야 합니다.


: 어떤 부모님들의 경우 ‘집에서도 엄마만 찾는 우리 애기가 엄마 없이도 친구들이랑 잘 지낼 수 있을까?’ ‘요새 사건사고도 많다던데 어린이집을 너무 빨리 보낸 건 아닐까?’ 등의 다양한 걱정들을 하면서 정작 어린이집을 가는 아이보다 더욱 불안해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부모의 태도나 말투에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그러므로 부모가 자신의 해결되지 않은 불안으로 인해서 안절부절 못하는 경우에 안 그래도 새로운 환경에 불안한 아이로 하여금 더욱 불안감을 경험하도록 하여 등원을 꺼려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미 어린이집을 보내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부모는 중심을 잡고 아이에게 안정감을 제공해야 합니다.
 

2. 아이가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지 못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 아이가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지 못하면 부모는 하지 않아도 될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왜 하필 우리 아이만 적응하지 못할까? 우리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나의 양육방식이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등등의 생각들을 하면서 부모 스스로 자책감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지와 관련된 문제는 아이들이 가지고 태어난 기질적인 특성이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부모 스스로 자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면 호기심이나 변화를 추구하는 아이의 경우에는 좀 더 쉽게 적응하는 반면에, 안정감을 추구하며 변화에 거부감을 보이는 아이의 경우에는 좀 더 적응에 어려움을 보일 수 있습니다. 결국 아이의 기질을 파악해서 아이의 템포에 맞춰서 어린이집 적응을 도와주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부모는 너무 자책하거나 실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Tip.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결정한 이유나 상황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고 보내기로 결론을 내렸다면 앞으로 다닐 어린이집에서 잘 지낼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부모 스스로를 안심 시키고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이상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심한 분리불안을 보이는 일부 아이들의 경우 좀 더 전문적인 개입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아래와 같은 경우에는 너무 무리하게 어린이집 등원을 시도하지 말고 가까운 소아정신과나 아동발달 전문가를 방문해서 아이의 기질과 상태를 파악하고 상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평소에 보이지 않던 공격적인 행동을 하거나 짜증을 심하게 내는 경우
뚜렷한 원인을 찾기 힘든 신체반응을 보이는 경우 (애매모호한 복통/두통, 수면장애 등)
퇴행행동을 하는 경우 (나이보다 한참 어리게 행동하는 경우)
특별한 이유 없이 평상시에 불안해하는 경우

 

아이도 처음 어린이집을 가게 되어 힘들지만, 부모 또한 처음 아이를 키우는 것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발생하면 전문가로부터 조언을 받는 것에 대해서 속상해하거나 고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대개 아이들은 우리 부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조금만 여유로운 마음가짐을 가지고 아이들을 바라봐주시면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또래관계를 형성하면서 아침마다 어린이집을 빨리 가겠다고 스스로 준비하고 있는 멋진 아이들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