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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아이들의 질문, 이건 왜 그래요?토닥토닥 키즈 사용설명서 2편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7.09.14 07:18

 

[정신의학신문 :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늘도 난리입니다. 5살 먹은 딸 아이는 아침부터 “왜 그런 거예요. 엄마? 네? 왜 그러냐고요 왜? 왜? 왜?” 라고 물어옵니다. 정말 절망스럽습니다. 아무리 봐도 정말 궁금해서 묻는 질문이 아닙니다. 뭔가 시키려고 하면, 귀신처럼 눈치채고 이 질문을 반복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 아이의 궁금증을 가능한 해결해 주어야 한다는데…’라는 생각으로, 최대한 너그럽게 설명을 시작해 봅니다. 하지만 방금 5초 전에 해준 설명에 대해서, 또다시 “왜?”냐고 묻기 시작합니다. 이건 질문이 아니라 생떼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무의미한 질문. ‘왜?’

흔히 개방형 질문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폐쇄형 질문보다 더 좋다고도 하죠. ‘왜?’라는 질문은 아주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처음으로 ‘왜?’라는 질문을 했을 때, 많은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혹시 천재가 아닐까? 이렇게 사물의 의미에 대해서 궁금해 하다니…’라는 망상에 빠지기도 합니다. ‘왜?’라는 질문을 하는 아이는, 학사모에 뿔테 안경을 쓴 꼬마 박사님의 이미지입니다. 심지어 그런 제목의 아동 전집도 있죠.

 

하지만 실제로 어린 아이들이 던지는 ‘왜?’는 아주 무의미합니다. 단지 아이들이 가진 강력한 ‘공격무기’죠. 아주 짧을뿐만 아니라, 효과적입니다. ‘왜?’는 딱 한 글자인데, 이에 대한 설명은 아주 길어집니다. 부모가 무조건 지는 게임입니다. 전후 맥락을 몰라도 대충 ‘왜?’라고 하기만 하면, 어른들은 쩔쩔 매며 뭔가를 설명해주려고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아빠나 엄마가 갑자기 진지한 눈빛을 보이며, 자신에게 확 빠져드는 경험을 할 수도 있죠. 이런 특별한 관심과, ‘전술적 우수성’은 아이가 계속해서 “왜?”라는 질문을 하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말하기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아이들이 이 질문을 한다면, 사실 아이는 “왜?”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설사 조금은 이해하더라도, 그에 대한 어른들의 대답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관심을 받으려는 목적이 훨씬 더 큽니다. 물론 아이가 더 자라서 언어 능력이 발전하고 결국 “왜?”가 가진 의미를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을 때, 이때부터는 대답을 듣기 위해서 이 질문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초등학교 진학 이후죠. 이런 경우에는 헷갈리는 부분을 정확히 알고 싶어서, 혹은 더 많이 알고 싶어서 “왜?”라는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령 전기의 아이라면 “왜?”라는 질문을 통해 관심을 끌고 싶은 의도가 더 크다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가끔은 아이가 스스로 이해 받지 못했다고 느끼기 때문에 “왜”라는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이때는 아주 집요하게 ‘왜?’를 반복하죠. 분노를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부모에게 화가 났는데 소리를 지르거나 대드는 것이 나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면, 끊임없이 징징거리며 “왜에에에~ 요?”라고 묻는 것입니다. 부모가 아무리 친절하게 합리적인 설명을 해주어도 효과가 없습니다. 대답은 제대로 듣지 않으며 같은 질문을 반복하여, 부모를 자포자기하게 만들거나 폭발하게 만들죠.


Figure 1 많은 육아지침서에서 “왜?’라는 질문은 반드시 격려해주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위의 그림처럼 책을 읽는 수준의 아이들이 묻는 질문이라면 물론 그렇다. 그러나 학령전기의 아이들은 사실 ‘왜?’라는 질문의 의미, 그리고 그 대답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어린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사물에 대한 사실’이 아니라, ‘부모의 관심’아다. [https://calicospanish.com/so-much-grammar-so-little-time-deciding-what-grammar-matters-in-the-wl-classroom/]

 

이렇게 대답해보세요

다른 떼쓰기 행동과 마찬가지로 “왜?’라는 질문에 즉시 항복을 하면 안됩니다. 이는 강력한 보상으로 작용해서 행동은 더욱 강화됩니다. 더 사려 깊게 “왜?”라는 질문을 하도록 가르치려면, 조금은 공을 들여야 합니다. 즉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머리를 이용해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죠. 그리고 이건 ‘왜?’라는 질문에 대항하는 아주 효과적인 ‘방어무기’입니다.

사실 아주 간단합니다. 아이가 “왜?”하고 물으면,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라고 역으로 묻는 것입니다. 아마 역질문을 하면, 좀 놀라실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대부분 이미 정답을 알고 있거든요. 물론 예외도 있지만,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닙니다.

 

Figure 2학령 전기 아이의 ‘왜?’는 ‘질문’이 아니라 ‘감정 표현’의 한 방법이다. 이때는 구체적인 대답이 아니라, 역질문, 즉 아이에게 다시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들은 부모와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에 만족할뿐 아니라, 스스로의 머리로 생각하는 훈련의 이점도 있다. [https://goo.gl/EXQpfJ]

 

역질문의 네 가지 중요한 기능

역질문은 단지 아이에게 역공을 하겠다는 전술적 우수성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중요한 기능이 있습니다.

● 첫째 일단 ‘자동조종장치’에서 나오는 “왜?”를 잠깐 멈추게 할 수 있습니다.

● 둘째 아이가 알고 있는 것을 스스로에게, 그리고 부모에게 보여줄 기회를 줍니다. 종종 아이들은 자신이 잘 모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역질문에 대한 대답에 칭찬해주면, 아이 스스로도 ‘자신이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곤 하죠.

● 셋째 머리를 써서 궁리하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경험을 만들어 줍니다.

● 넷째 아이와 부모 간의 대화가 늘어납니다. 아이가 정말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고, 이해를 돕는 방향으로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정말 궁금해서 묻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부모가 연신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라고 역질문을 하면 곤란할 것입니다. 또한 인지 발달이 빠른 경우에는 사물의 원리나 지식을 알고 싶어서 그런 경우도 있죠. 그런데 우리 아이가 어떤 의도로 질문하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그건 아이의 반복된 질문에 ‘화가 나는지’ 혹은 ‘기특한 생각이 드는지’를 잘 따져보면 됩니다. 어머니의 직감이 대개 정확합니다.

 

 

토닥토닥 키즈설명서 1편 : 얼마나 더 가야 돼요?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hansonpar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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