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 가족 교실

 

많은 중증 정신장애인의 유일한 보호자는 부모입니다. 병은 어느 정도 좋아졌지만, 도무지 경제활동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않습니다. 가족들이 생각하는 걱정은, 부모 사후에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한 여러 가지 불안들입니다. 몇 가지 방법의 장단점을 감안해서, 미리미리 계획을 세워두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님 사후. 외면할 수 없는 현실.

 

아주 어려운 문제이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사실 많은 중증 정신장애인의 부모가 생각하는 걱정은 부모 사후에 어떡할 것인가에 관한 여러 가지 불안들입니다. 사실 이에 대해서는 정답은 없습니다. 증상의 정도나 가정의 경제력, 형제의 유무 등에 따라서 달라질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재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돈이 있으면 여러 가지로 결정권이 생기고 나중에 사후에도 연금이나 유산을 물려주어 치료비와 생활비를 마련해 줄 수 있습니다.

 

외국에 비해서 우리나라의 정신과 환자들의 입원율은 대단히 높은 편이죠. 이는 많은 정신병원이 정신장애인을 위한 요양시설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7~80세 가량 된 부모의 유일한 자식이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경우에는 퇴원을 하는 것이 사실 대단히 어렵습니다. 다른 가정이라면 부모를 봉양해야 하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개호 능력이 부족한 환자를 고령의 노인이 집에서 돌보며 지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환자가 폭력성이나 공격성을 보이거나 혹은 일상 활동이 어려운 음성증상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주간보호시설이나 사회복귀시설도 고려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대도시화로 인해 지역사회에서 환자를 품어주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치료적 목적 외에 생활하는 공간으로서의 병원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Figure 1많은 정신장애인 가족들은 성년이 넘은 환자와 기약없는 동거 생활을 지속한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환자의 독립을 막고, 불필요한 감정적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주거시설이나 복귀시설의 도움을 받고, 필요한 경우에는 잦은 입원도 각오해야 한다. 증상이 성공적으로 조절되었다면 가까운 거리에 작은 방을 얻어 독립 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 가족들은 저녁 식사만 같이 하는 식으로 상태를 파악해갈 수 있을 것이다. _사진 https://irani-familiaecomidatemperodavida.blogspot.kr/2015/08/a-mao-e-familia.html

 

몇 가지 대안을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정신병원 장기입원

 

정신병원에서 오래도록 지내는 것입니다. 장기간 요양하기에 적당한 병원에서 기한을 정하지 않고 입원하는 것입니다. 지방에는 한적한 곳에 넓은 시설을 가진 정신병원이 많습니다. 병원 안에 여러 재활 프로그램과 작업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으며 만성환자들이 작은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흔히 선택하는 대안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개정된 정신보건법 상에서는 동의입원의 경우 2주, 4주, 3개월 마다 입원을 갱신해야 합니다. 장기입원환자가 많아지면 병원평가 및 급여청구 시 불리하므로 퇴원 후 재입원을 요구하는 병원이 많습니다. 환자의 사회복귀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고령의 노인이 병식이 없는 자식을 퇴원시키고 또다시 입원시키고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모든 병원을 일률적으로 강제할 것이 아니라 장기 입원이 가능한 병원을 일부 선정하여 예외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복귀시설

 

주거 시설 등 사회복귀시설에서 지내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재정도 국가에서 상당부분 지원하고 정신보건전문가가 관리하기 때문에 상담이나 투약도 믿음직합니다. 출퇴근하거나 혹은 주말에는 집에 오는 방식을 택하기 때문에 외로움도 덜 느끼게 됩니다. 매일 같이 지내면 여러 가지 일도 짜증도 나고 갈등이 생기게 되는데 가끔 만나기 때문에 이런 어려움이 많이 줄어듭니다. 그러나 시설이 아직 많이 부족하고, 증상이 심한 환자는 꺼리기 때문에 다소 어려움이 있습니다.

 

가족과 같이 지내기

 

가족과 같이 지내는 것입니다. 언뜻 생각하면 바람직해 보이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같이 지낸다 하더라도 가까운 곳에 방을 얻어 지내게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얼른 생각하면 부모가 매일 돌봐주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지만, 경험적으로 볼 때 같은 집에서 하루 종일 얼굴을 마주하고 지내는 경우 서로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게 됩니다. 부모도, 환자도 서로에게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 사정이 어려우면 형제들의 집에서 돌아가면서 지내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러나 형제들이 각자의 가정을 이루고 있는 경우에는 공간적 혹은 교육적 이유로 인해서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Figure 2 완전한 경제적 독립을 얻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생활의 독립은 아주 중요하다. 작은 원룸을 얻어 혼자 혹은 마음맞는 친구와 같이 생활할 수 있다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의존적 생활에 익숙해지기 전, 가능한 조기에 시도하는 것이 좋다. _ 사진 픽사베이

 

독립하기

 

혼자 가정을 이루고 지내는 것입니다. 대단히 어렵지만, 성공만 한다면 가장 이상적입니다. 이는 결혼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닙니다. 비록 일인 가정이라고 하더라도 작은 방을 얻어서 혼자 독립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가까운 사람들의 많은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독립된 가정에서 도움을 받는 것과 아예 의존하여 지내는 것은 질적으로 다릅니다.

 

최근에는 1인 혹은 2인이 생활하기 편리한 오피스텔 등도 많아서 시도해볼 만한 방법입니다. 생활비는 비슷한 증상을 가진 룸메이트를 구하면 절약할 수 있습니다. 인근 일본에서는 이러한 모델이 많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 정서상 정신장애인 혼자, 혹은 둘이서 독립하여 생활하는 것은 저항감이 많은 편입니다.

 

 

정신의학신문 토닥토닥 가족교실은 성안드레아병원 토닥토닥 가족 교실에서 진행된 강의 내용 중 일부를 새롭게 편집한 것입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www.todak.co.kr 혹은 토닥토닥 정신과 사용설명서 (에이도스, 2016)에서도 찾으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경희대학교 의학 전공, 경희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호주국립대학교 인문사회대 석사
서울대학교 신경인류학 박사과정 수료,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강사
의생명연구원 연구원,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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