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 가족 교실

 

장기간 입원치료를 해야 하고, 앞으로 외래도 다녀야 하는 병원이기 때문에 좋은 병원을 고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모든 병원이 다 환자 치료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병원이 똑같이 좋은 병원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우선 지리적인 여건이나 경제적인 사정, 그리고 환자의 증상에 맞추어 각자 좋은 병원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개인차를 제외한다 하더라도 매스컴에 종종 보도되는 것처럼 문제가 자주 일어나는 병원이 있는 것도 슬픈 현실입니다. 여기서 어느 병원이 좋은 병원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광고가 되어 버리기 때문에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또한 좋은 병원의 기준은 환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설명할 수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의사는 좀 엄하게 대하면서 원칙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할 수 있고, 다른 의사는 부드럽게 환자를 대하면서 그때그때 융통성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약물치료와 정신치료에 대해서도 상대적인 중요성에 대한 판단이 의사마다 다릅니다. 이러한 의사의 경향은 병원의 방침에 바로 이어집니다. 현실적으로 자신에게 딱 맞는 병원을 찾는 것은 일종의 행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동네 병원 및 의원에 대해서 조사하기

병원을 방문하기 이전에 사전에 인근 지역의 정신과 의원이나 병원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알아두어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 좋습니다. 지역 정보지나 인터넷을 활용하여 지역 내 정신의료기관을 확인하고 친구나 이웃에서 개인적으로 추천할 만한 곳을 물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자신의 문제가 정신과적인 문제인지 혹은 신체적인 문제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면 가까운 가정의학과 의원을 방문하여 기초적인 진단과 평가를 받는 것도 좋습니다. 병원을 선택할 때는 전문분야와 위치, 전화번호, 예약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선택하도록 합니다.

 

Figure 1순천지역 모 정신과 의원의 내부 사진. 무조건 대도시에 위치한 큰 병원을 찾는 것 보다, 가까운 동네에서 자주 상담 받을 수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안심할 수 있는 병원을 선택하기

안심할 수 있는 병원을 선택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평상시에 예비 지식을 가지고 마음의 준비를 해두는 일이 요구됩니다. 첫번째 입원에서 어떤 진단과 치료를 받는지가 향후 경과에 아주 중요합니다. 이 때의 경과가 그 이후의 병의 진행양상을 결정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일본에서 발간된 정신장애인 가족을 위한 문답서에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 맡겨서 안심할 수 있는 병원(일본 기준)

1.     병원 시설, 특히 병실을 보호자에게 보여주기 꺼리는 병원은 대체로 좋지 않습니다. 어디든지 둘러보도록 하는 병원이라면 안심할 수 있습니다.

2.     퇴원 신청을 해도 잘 퇴원시키려 하지 않는 병원은 경계할 만 합니다. 작은 정신증상을 들면서 퇴원을 꺼리는 병원도 곤란합니다. 입원기간이 길면 그만큼 사회복귀도 어렵습니다.

3.     주치의가 가족의 문의에 잘 대응하고 상담에 쉽게 응하는 병원은 바람직한 병원입니다.

4.     사회사업과를 갖추고 있고, 원외작업 등 사회복귀에 힘을 쓰는 곳도 좋은 병원이라고 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작업요법도 하지 않고 사회복귀도 생각하지 않는 병원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5.     치료에 가족이 참가하는 것을 용인하는 병원은 진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병원 가족회가 있는 곳은 자유롭게 상담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병원이라면 안심하고 맡길 수 있겠습니다.

 

위의 내용은 전반적으로 국내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덧붙여서 몇 가지 기준을 더 제시합니다.

 

Figure 2 원주지역 모 정신과 의원의 집단 치료실. 병원을 선택할 때는, 자신에게 맞는 치료 프로그램과 관련 시설이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 좋은 정신의료기관을 선택하는 기준(한국 기준)

1.     병원 홈페이지에서 의사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는 병원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의사는 환자의 진료뿐만이 아니라 간호사 및 다른 직원에 대한 지도감독의 의무도 있기 때문에 의료진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의료진 소개가 부실한 병원은 의사가 자주 바뀌거나, 의사는 단지 고용된 직원의 역할만을 하는 병원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2.     사무장병원이라고 알려진 병원은 피합니다. 의사가 설립한 병원이라고 반드시 좋은 병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른바 사무장병원(의사가 아닌 사람이 의사의 이름을 빌려 개설하는 의료기관)은 그 자체가 불법입니다. 그러한 병원은 지나치게 수익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서 환자에게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불필요한 검사를 남발하는 병원은 피해야 합니다. 뒤에서 다시 다루겠지만 정신과 진료에는 많은 검사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통상적인 범위 이상의 검사를 많이 하는 병원이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4.     병원의 규모에 얽매이지 말아야 합니다. 병원을 선택하는 기준이 무조건 큰 병원이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대형 병원은 ‘3시간 대기 3분 진료’라는 있지만, 사실 3분이라도 진료하면 다행입니다. 고가의 진단장비를 자랑스럽게 광고하지만, 그만큼 불필요한 검사를 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진비나 상급병실료를 생각하면 신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

5.     병원의 이름에 현혹되지 말아야 합니다. 이름난 병원의 경우 진료예약이 쉽지 않아서, 당장 진료가 가능한 의사를 찾다 보면 결국 그 병원에서 제일 환자가 없는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유명한 병원은 어떻게 해도 찾는 환자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친절이라던가 서비스가 부실한 경우도 있습니다.

6.     광고에 유혹당하지 말아야 합니다. 신문이나 매스컴에 자주 나오는 병원이라고 좋은 병원이 아닙니다. 어떤 병원은 신문사나 방송국에 몰래 돈을 주고 기사나 취재를 부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TV에 나오는 음식점이 다 맛있는 것은 아닌 것처럼, 병원도 마찬가지입니다.

7.     면회나 전화를 잘 허용하지 않는 병원은 피해야 합니다. 면회제한과 전화제한은 부득이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가족의 입장에서 제한할 만한 이유가 없다고 생각이 드는데도 면회와 전화를 차단한다면 곤란합니다.

8.     이름이 자주 바뀌는 병원은 피해야 합니다. 병원이 잘 운영되지 않아 주인이 자주 바뀌는 병원이라면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기 어렵습니다. 다행히 이번에 새로 병원을 인수한 사람이 사명감과 책임감이 충분한 의료인이라면 모르겠으나, 현실적으로 그런 일은 자주 일어나지 않게 마련입니다.

 

정신의학신문 토닥토닥 가족교실은 성안드레아병원 토닥토닥 가족 교실에서 진행된 강의 내용 중 일부를 새롭게 편집한 것입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www.todak.co.kr 혹은 토닥토닥 정신과 사용설명서 (에이도스, 2016)에서도 찾으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경희대학교 의학 전공, 경희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호주국립대학교 인문사회대 석사
서울대학교 신경인류학 박사과정 수료,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강사
의생명연구원 연구원,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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