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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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하루에 얼마나 걸으시나요? 자가용이나 대중교통을 이동하는 일이 많은 현대 도시인들의 삶 속에서는 걸을 일이 많이 없습니다. 바쁘기도 하고 귀찮다는 이유로 가까운 거리도 차를 타고 이동할 때가 많죠. 건강을 위해 만보기나 러닝앱을 깔아보기도 하고, 조금이라도 움직이려고 이것저것 운동을 시작해 보기도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단순하고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걷기에는 생각보다 많은 이점이 숨어 있습니다. 하루 30분 이상 꾸준히 걸으면 혈액순환 증가와 심혈관 질환 예방, 호흡기 기능 및 면역력 증진, 근력 향상 및 근육 증대, 노폐물 배출 활성화, 스트레스 완화, 우울감 및 불안감 감소와 같이 몸과 마음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걷기는 단순히 신체활동만 아니라 명상의 방법으로도 활용되어 왔습니다. 마음챙김(mindfulness)은 고대 불교 명상에서 시작된 것으로, 인도 고대 빨리어 sati에서 출발해 서구권에서 약 100여 년 전부터 mindfulness로 번역되었습니다. 국내에서는 ‘마음챙김’이라는 용어가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마음챙김에서는 대상에 온전히 집중하고 주목하며, 현재 이 순간에 초점을 맞출 것을 강조합니다. 다른 상념이나 판단 없이 자신이 현재 하는 행위를 온전히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마음챙김은 우울이나 불안을 비롯해 다양한 정신장애의 치료와 상담에도 널리 적용되고 있습니다. 

마음챙김에는 다양한 명상 기법이 있는데, 먹는 행위에 온전히 집중하며 자신이 먹고 있는 음식의 맛이나 질감을 음미하며 먹는 마음챙김 식사(mindful eating),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몸의 감각에 집중하면서 긴장하거나 힘이 들어간 곳은 없는지 살피고 점차 이완하며 편안한 상태로 몸을 만들고, 정서적 안정감과 집중력을 높이는 바디 스캔(body scan)이 대표적입니다. 

이와 더불어 마음챙김 걷기(mindful walking) 또한 효과적인 명상 기법에 해당합니다. 마음챙김 걷기에서는 걷는 장소나 속도, 방향, 목적보다 걷는 행위 자체에 집중합니다. 걷는 동안 생각이나 감정은 잠시 내려두고 몸의 감각에 초점을 맞춰 팔과 다리의 움직임, 발이 땅에 닿는 느낌, 공기의 저항과 앞으로 나아가려는 몸의 힘 등을 온전히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걷는 장소는 반드시 실외나 특정한 공간일 필요는 없습니다. 빨리, 많이 걷는 데 목적을 두기보다 걷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두고 일상속에서 마음챙김 걷기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몸의 감각에 온전히 집중하는 동안 평상시 머릿속을 어지럽혔던 걱정이나 고민은 잠시 사라지고, 현재에 머무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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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스페인 지역에 걸쳐 있는 산티아고 순례길은 비단 종교를 가진 사람들만 아니라 마음의 평안과 휴식을 찾는 많은 이들이 찾는 곳입니다. 800km에 달하는 순례길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주하는 사람도 있고, 체력이나 일정에 맞춰 특정 구간만 걷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순례길을 찾는 이유도 저마다 다양합니다. 어떤 이는 사랑하는 이와의 사별 후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이 길을 찾기도 하고, 또 다른 이는 잠시 일을 쉬고 또 다른 인생의 챕터를 시작하기 전 숨을 고르기 위해 순례길에 오르기도 합니다. 

하루 짧게는 수 km부터 길게는 수십 km를 걷는 이 고생을 그들은 왜 사서 하는 것일까요? 도대체 무엇을 이루기 위해서, 무슨 목적이나 생각으로 그 길을 걷는 것일까요? 그렇게 오래 걷는 동안 지루하거나 지치지 않을까요? 

아직 그 길을 걸어 보지 않은 우리로서는 여러 가지 의문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그러나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은 ‘무엇’이 되는 것, 혹은 완주 그 자체보다 걷는 것, 걸으면서 마주치게 되는 풍경이나 사람들에 더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끝없이 이어진 길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매일 조금씩 걷다 보면 어느새 중간 기착지에 도달하고, 마침내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 마치 우리네 인생과 닮았습니다. 또 조금씩 걸을 때마다 바뀌는 풍경을 바라보고, 순례길이 아니었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자연과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감사하는 법을 배웁니다. 걷는 도중 지칠 때마다 격려해 주는 동료 순례자들로부터 힘을 얻기도 하고, 때로는 내가 다른 순례자에게 물 한 모금, 손수건 한 장을 건네기도 합니다.

이처럼 걷기는 우리에게 마음챙김과 함께 인생이라는 순례길을 걸어가는 법을 알려주는 좋은 교보재 역할을 합니다. 반드시 마음챙김 걷기나 순례길 도전처럼 거창한 걷기가 아니더라도 가벼운 산책이나 꾸준한 걷기 운동 역시 긍정적 작용을 할 수 있습니다. 

불어오는 산들바람을 한껏 들이마시며, 개울가의 반짝이는 윤슬을 바라보며, 초록 잎사귀가 한껏 돋아난 신선한 풀 내음을 맡으며 걷는 산책길. 일상의 바쁜 일들과 시끄러운 소음으로부터 잠시 스위치를 내리고 걷기를 통해 몸과 마음을 챙기고, 잠시 충전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서울역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정희주 원장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역 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졸업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전)성동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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