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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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일을 할 때, 마감 기한에 임박하면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하는 경험들을 합니다. 이처럼 시간의 압박이 있을 때 작업의 효율을 올리기가 용이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마감 기한이 닥쳤을 때 아무 일도 하지 못한 채 얼어붙는다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오늘은 일이나 공부에 있어서 압박과 능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윤리학자, 동물학자인 로버트 여키스(Robert Yerkes)는 지능 테스트 및 비교 심리학 분야의 학자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그는 제1차 세계대전의 신병 심리검사 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육군의 알파 및 베타 지능 테스트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개발한 심리검사는 전쟁 상황 동안 약 백만 명이 넘는 군인들에게 사용되었지요. 그는 인간과 영장류의 지능과 고릴라와 침팬지의 사회적 행동에 대한 연구의 선구자이기도 합니다. 

로버트 여키스는 1908년, 심리학자 존 도슨(john Dodson)과 함께 압력과 성과에 대한 관계에 대해 연구를 통해 여키스-도슨 법칙(Yerkes-Dodson law)를 발표했습니다. 이 법칙은 생리적 또는 정신적 각성이 높아질 때 수행 능력이 향상되지만, 각성의 수준이 너무 높아지면 성능이 저하된다는 것을 입증해 내었지요. 

 

참고: Yerkes RM, Dodson JD (1908). “The relation of strength of stimulus to rapidity of habit-formation”.《Journal of Comparative Neurology and Psychology》18 (5): 459–482. doi:10.1002/cne.920180503.

 

위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 인간은 각성(arousal) 수준이 높아질 경우 수행 능력(performance)도 함께 높아지는 양상을 보입니다. 간단한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나 단기 기억 등의 간단한 과업(simple task)은 일정 수준의 성과가 달성되어도 효율이 유지되는 반면, 분할 주의력, 작업 기억력, 의사결정, 멀티태스킹 등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과업(difficult task)은 효율이 점차 떨어져 수행능력이 현저히 저하됩니다. 

따라서 과제 수행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의 최적 자극의 수준과 방법을 잘 인식하고, 인위적으로 자극의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지요. 이러한 법칙은 일터에서 보수와 성과 사이에도 존재한다고 합니다. 실험을 통해 보수와 성과의 상관관계를 밝혀낸 학자는 듀크대학교 에서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을 가르치는 댄 애리얼리(Dan Ariely) 교수입니다. 

그는 실험을 통해 연구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수학 문제를 풀게 하고, 특정 기준을 넘기면 정답을 맞힐 때마다 금전적인 보상을 했습니다. 연구 참여자들은 총 30달러를 보상 받을 때까지는 가장 많은 문제를 풀었지만, 보상금을 300달러로 높이자 정답을 맞힌 개수가 절반 가량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금전적 자극은 특정 수준까지는 성과를 높이기 위한 동기를 부여하지만, 그 자극을 통해 한계 없이 계속 높은 성과를 낼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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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키슨과 도슨은 최대의 성과를 만드는 자극을 ‘최적 각성 수준(Optimal Level of Arousal)’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최적 각성 수준은 개인별, 과제별, 상황별로 달라지며, 개인의 정보처리 능력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응원과 기대로 성과를 더 많이 내는 사회적 촉진 현상(Social facilitation Effect)을 경험할 수도 있고, 누군가가 지켜보는 것에 압박을 느껴 개인의 능력이 저하되는 사회적 억제 현상(Social Inhibition Effect)을 경험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여러분은 어떤 상황에서 최적의 각성 수준을 유지할 수 있나요? 우리 일상에서도 과도한 보상이 오히려 압박으로 작용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높은 보상을 받을 때 압박만이 가중될 뿐, 더 좋은 성과를 보장할 수는 없음을 의미합니다. 

목표를 달성하고 싶다면 적절한 스트레스와 적절한 자극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게 한다는 것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정정엽 원장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 의과대학 학사석사, 서울고등검찰청 정신건강 자문위원
보건복지부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 위원
한국산림치유포럼 이사, 숲 치유 프로그램 연구위원
저서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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