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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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회사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게 된 친구가 괴로운 마음으로 저를 찾아왔습니다. 이 친구는 이번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할 기회라는 생각에 밤낮없이 업무에 매달렸다고 합니다. 자료 조사부터 철저히 준비했기에 자신감이 넘쳤지만, 마감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제출할 자료에 심각한 오류가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고 아무런 대처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허둥지둥대다 겨우 자료를 넘겼는데, 속상한 마음과 함께 후회가 밀려왔다고 합니다. ‘침착하게 대응했더라면 잘 수습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고요.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람들의 대처 방법은 천차만별입니다. 압박감이 느껴지는 상황에서 평소와 다름없이 대응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약간의 스트레스에도 평정심을 잃는 사람이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 정서적 안정성이 높은 사람, 후자의 경우 정서적 안정성이 낮은 사람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서적 안정성은 도전과 위협에 직면했을 때 침착함과 관련이 있는 기본적인 성격 특성입니다. 성격 검사 가운데 가장 범용적으로 쓰이는 ‘빅 파이브(Big Five) 성격 이론’의 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신경증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개념인데요. 주관적인 행복감이나 삶에 대한 만족도를 예측할 수 있는 성격적인 요인이기도 합니다.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을수록 스스로에 대해 편안함을 느끼고, 세상을 덜 위협적으로 바라보며, 어떠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잘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정서적 안정성이 떨어지면 부정적인 감정을 쉽게 경험하는 신경증이 두드러집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자주 흥분하거나 자극에 강하게 반응하는 편입니다.

 

미국에서 25~74세의 성인 7,108명을 대상으로 9년간 이들의 정서적 안정성에 대해 조사한 뒤 3,990명을 심층 인터뷰한 연구가 있습니다. 그 결과, 30~40세 이하에서 정서적 안정성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나이가 들고 자신에 대해 알아갈수록 정서적 안정성이 높아지는 것이지요. 

질풍노도의 시기인 10대와 갈팡질팡하는 20대. 불안정한 이 청춘의 시기에 우리는 알 수 없는 미래에 불안을 느끼고,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며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 알 수 있듯,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자책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정서적 안정성은 인지 및 정서적 과정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우리 뇌의 외측 및 내측 전전두엽 피질뿐만 아니라 안와 전두엽 피질 및 편도체의 기능적 변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노년에 더 현명해지는 사람들은 복잡한 개인적, 혹은 사회적 상황에서 정서적 반응을 성공적으로 조절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서적 감정을 인지적으로 다룰 수 있는 것이지요. 이처럼 오래도록 행복하기 위해서는 정서적 안정성을 잘 유지해야 하며, 이러한 사람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길게 지속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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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정신의학 저널(industrial psychiatry Journal)에 실린 한 연구는 정서적 안정과 신경증의 하위 요소를 네 개의 그룹으로 분류한 뒤, 160개의 질문을 도출했습니다. 이를 600명의 사람에게 5점 척도로 질문했는데요. 그룹별 대표 질문은 다음과 같으며, ‘Yes’에 가까울수록 정서적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① 비관주의(Pessimism) vs 낙관주의(Optimism): 남들보다 더 불행하다고 느끼는가?

② 불안(Anxiety) vs 평온(calm):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안절부절못하는가?

③ 공격성(Aggression) vs 관용(tolerance): 폭력적이거나 잔인한 영화를 좋아하는가?

④ 의존성(Dependence) vs 자율성(autonomy): 신 혹은 운명 같은 초자연적인 힘이 나를 지켜줄 것이라 생각하는가?

⑤ 무관심(Apathy) vs 공감(empathy):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관심이 많은가?

 

이 실험을 바탕으로 우리가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은 낙관적이고, 평온하고, 관용적이고, 자율적이며, 공감적일수록 정서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성향을 어떻게 향상할 수 있을까요? 다음 3가지 방법을 시도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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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상

명상이 정서적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됐습니다. 정서적 안정성은 한편으로 부정적인 감정과 사고에 대처하고 이를 감소시키는 능력으로 볼 수 있습니다. 명상은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적입니다.

 

△ 관점

내가 손에 쥔 것들, 가지고 있는 것들을 먼저 확인해 보세요.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먼저 관심과 초점이 가면 사고가 부정적으로 흐르기 십상입니다. ‘살아 있음에 감사하다.’는 말처럼,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에너지를 쏟는 대신 내가 가진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 기대

굴곡과 어려움이 없는 삶은 없습니다. 항상 성취만 하는 삶도 존재하지 않지요. 스트레스나 자극은 자신의 대처 방법에 따라 도전처럼 다뤄지거나, 그저 지나가는 사건처럼 다뤄질 수도 있습니다. 정서적 안정성이 높은 사람들은 스트레스에 필요 이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사당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최강록 원장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당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한양대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의료법인 삼정의료재단 삼정병원 대표원장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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