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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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과연 인류를 구원할까요, 구속할까요? 기술 중독이 결국 알콜 중독, 마약, 도박과도 같은 폐해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하는데요, 물질과 도박에 중독되는 것처럼 핸드폰 문화에 중독된 사람들을 쉽게 마주하게 됩니다. 이를 기술 중독(Technology Addiction)이라고 하는데요, 휴대전화, 인터넷, 소셜 미디어 등의 사용 욕구를 이기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탐닉하는 행위를 가리킵니다. 오늘은 '21세기 최대의 비약물 중독'으로도 표현되는 기술 중독에 대해 나누고자 합니다. 

기술 중독은 우리의 심리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핸드폰을 사용하는 동안 도파민과 같은 뇌 신경 전달 물질의 생성을 관장하는 뇌의 기능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충동성을 증가시켜 불안이나 우울, 분노,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ADHD) 등을 강화시킬 수 있지요.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성은 불면이나 수면의 질을 유발하여 건강한 삶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디지털 기기에서 일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급성적이거나 치명적인 것으로 여겨지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독일 통계업체 ‘스태티스타’가 지난해 공개한 ‘모바일 소셜 미디어’ 연구에 따르면, 오늘날 소셜 미디어 사용자들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왓츠앱, 유튜브 등의 플랫폼에서 하루 평균 145분을 보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만연하고 자연스러워진 휴대전화 사용 행위가 한편으로 우울증과 불안을 동반하고, 심지어는 자살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삼 비시수 요르단 의과대학 교수는 휴대전화 사용자들의 불안장애를 연구했는데, “조사 대상의 53%가 휴대전화 연결이 되지 않을 때 불안해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결국 우리의 뇌가 자극에 노출되면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중독성 있는 자극이 정기적으로 계속되면, 뇌에서는 도파민의 생성이 촉진됩니다. 이 도파민 생성의 부작용은 가볍지 않으며, 결국 고통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비시수 교수가 12~77세로 구성된 인터넷 사용자 3534명을 상대로 진행한 또다른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휴대전화를 항상 가지고 다니거나(91%), 깨어 있을 때 수시로 알람을 확인(85%)했습니다. 그 결과는 우울감(46%), 불안(70%), 수면 방해(14%)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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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적으로 휴대전화를 만지고 오래도록 들여다보는 행위 가운데는 소셜 미디어 이외에 ‘게임’도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와 게임의 중독 사이에는 깊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프리다 안드레 박사 등 스웨덴 룬드대학 정신의학과 연구진이 2020년 밝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이나 소셜 미디어를 4시간 이상 이용하는 사람은 4시간 미만 이용하는 사람보다 ‘게임 장애’가 될 확률이 5.3배로 증가한다고 합니다. 

연구진이 2075명의 게임 이용자를 분석한 결과 4,5%의 적극적 게이머(highly engaged gamers), 5,3%의 문제 게이머(problem gamers), 1.2%의 중독 게이머(addicted gamers)가 추출됐습니다. 이 3가지 집단의 게임 이용자들은 모두 나머지 연구 참여자들보다 더욱 큰 범위에서 외로움과 심리적 고통을 경험했습니다. 비교적 어린 나이이거나 소셜 미디어의 사용이 잦다는 것도 이 3가지 집단의 게임 이용자들의 특성이었습니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게임 중독의 잠재적 위험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5시간 이상 게임을 할 때 여성의 경우 38%, 남성은 25%가 자살 행동을 한 것으로 나타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게임장애(gaming disorder)’를 국제질병분류(ICD) 11차 개정판에 등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국내에서는 게임 중독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게임 과몰입의 폐해가 지적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경쟁력 있는 게임산업 육성 필요성이 강조되기도 합니다. 충분한 연구와 사회적 합의 속에 적절한 게임과 모바일 기기가 사용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기술중독사회>의 저자인 일본계 미국인 켄타로 토야마(Kentaro Toyama)는 “어떤 훌륭한 기술이라 하더라도 우리 자신을 구원해 주지는 못한다.”라며 디지털 역기능의 큰 부분을 차지할 기술 중독을 막고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인간 존중의 의지임을 강조합니다.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기술을 올바르게 다루는 의지 말이지요.

여러분은 모바일 기기에 얼마나 의존하고 계신가요? 편리와 유익함을 제공해주는 IT기술을 잘 다루고 활용하기 위해 오늘은 잠시 모바일 기기와 멀어져 보길 권해 봅니다. 여러분들이 디지털 의존성을 적절히 조정하고 보다 건강한 삶을 꾸려 나갈 수 있길 응원합니다. 

 

합정꿈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장승용 원장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합정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인하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인하대병원 인턴 및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한국정신분석학회 정신분석적 정신치료 Master class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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