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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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지나치게 몰두해 일상생활을 잃어버린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으신가요?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에 과도하게 몰입해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게임 장애(gaming disorder)로 분류했습니다. 적절히 할 경우에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중독으로 이어지면 정신 건강을 크게 해칠 수 있는 게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다양한 게임을 즐겨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게임으로 인해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게임을 과도하게 할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수면의 양이 줄어들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 공부하는 시간, 식사 습관에도 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실제 생활에서 폭력성이 나타나기도 하는 등 여러 부작용들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스스로 게임 시간에 대한 통제 능력이 손상되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 기능이 저하됨에도 불구하고 게임에 몰두하는 기간이 12개월 이상일 경우 게임중독으로 판정할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게임 중독은 시간 개념을 손상시키고, 현실 세계에 대한 적응력을 감소시킵니다. 가족이나 친구와의 갈등이 생겨나고,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언행이 증가하는 모습이 증가하며, 게임에 대해 강박적으로 집착하거나 자기 조절 실패로 인한 우울감을 회피하기 위해 대인관계보다는 게임에 더 몰두하는 악순환이 생겨나게 됩니다. 

게임 중독은 아직 정식으로 질병에 포함되지는 않았으나 많은 연구를 통해 중독으로 인정할 수 있는 근거와 치료의 필요성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게임을 하면 할수록 더 자주, 오래 하고 싶어하는 현상입니다. 게임을 하지 않을 때 ‘금단현상’이 일어난다거나, 게임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게임에 대한 내성과 과도한 집착은 우울과 불안으로 연결된다는 점이 어느 정도 실증돼 있기도 합니다. 우울, 불안, 주의력 결핍 장애, 대인관계 문제 등 다른 문제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지요. 학업과 업무에의 성취 저하는 오히려 손쉬운 조절이 가능한 게임에의 집착으로 사람을 유도하고, 악순환을 부릅니다. 

게임 중독 증상에 시달리는 이들은 게임을 하기 위해 대인관계가 악화되고, 학업과 업무의 성취가 저하되며, 게임을 위해 거짓말과 폭력을 실행에 옮기기도 합니다.  대인관계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 홀로 게임을 하는 선택을 하게 되는데, 게임에 집착하게 되는 경우, 주변인들과의 관계도 피상적인 형태를 띄게 됩니다. 

다양한 부정적인 측면 때문에,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약칭 게임산업법)>에 게임중독 예방을 위한 조치로 게임 사이트 가입 및 게임 시간 제한에 대해서 명시하고 있으며, 게임중독 치료를 위한 조치로 '게임중독 치료하기'에 대해 명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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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및 청소년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자극 추구 욕구와 충동 조절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어 게임 중독에 더욱 유의해야 합니다. 아동 및 청소년의 경우, 게임 과몰입ㆍ중독 예방 조치 등을 위해 회원가입 시 친권자 등 법정 대리인의 동의를 확보해야 하며, 게임물 이용화면에 이용 시간 경과 내역을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요.

한편, 게임이 오히려 정신 건강을 증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약 3000명의 게임 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Video game play is positively correlated with well-being’이라는 논문으로 발표했고 이 논문은 영국왕립학회보에 실렸습니다. 

연구진이 설문한 대상자들은 ‘모여봐요 동물의 숲’과 ‘플랜트 vs 좀비’를 즐겨 하는 사람들로, 게임 이용 시간과 정신 건강에 관한 질문에 답했습니다. 연구 결과, 두 게임 모두 총 이용 시간이 증가할수록 주관적으로 느끼는 정신 건강 상태가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게임을 하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한 것이 정신 건강 상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게임을 하는 것이 게임 이용자의 주관적인 건강에 '부정적' 영향은 미치지 않는다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국내에서는 ‘게임 이용이 청소년의 정신건강과 학업 성적에 미치는 영향: 동적 패널 데이터 분석’ 연구에서 청소년 게임 이용자 패널 데이터를 활용하여 게임 이용이 정신건강과 학업성적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했는데요, 정신건강과 관련해서 게임을 많이 이용할수록 우울감과 공격성이 줄어들었고, 그럴수록 다시 게임 이용은 증가하는 상호적 강화 작용 패턴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게임을 하면 머리가 나빠진다 거나, 게임을 하면 폭력적으로 변한다거나 하는 말을 일반적으로 할 수는 없게 된 세상입니다. 오히려 과거에는 그저 오락으로 취급받던 것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가져오는 국위선양의 방편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게임을 적절히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활용하고, 일상생활 부적응, 사회성 저하, 낮은 자아정체성 등을 가져오는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서도 게임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게임중독 예방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들을 생각해 봅시다.

 

첫 번째, 게임 중독이 의심된다면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아 보세요. 

두 번째, 무조건 게임, 스마트폰을 금지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음을 기억하세요. 

세 번째, 게임 중독을 경험하고 있는 가족, 친구들과 의사소통의 시간을 늘려 보세요. 

네 번째, 스트레스를 경험할 때는 즉각적으로 게임에 몰두하기 보다는 심호흡을 활용해 보세요.

다섯 번째, 게임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나 취미 활동을 마친 후에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섯 번째, 게임을 시작할 때 알람 등을 설정해 마치는 시간을 정해 놓고 하도록 합니다.

일곱 번째, 일주일에 두세 번은 누군가와 함께 규칙적인 운동을 해 보세요.  

 

게임 중독은 가족과 사회가 함께 해결하기 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스스로와 주변인들의 게임 습관에 대한 관심으로 게임이 건강한 일상을 해치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합정꿈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장승용 원장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합정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인하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인하대병원 인턴 및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한국정신분석학회 정신분석적 정신치료 Master class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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