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20대 여성입니다. 요즘 고민이 있습니다. 사회생활이든 내가 좋아하는 것이든조금만 힘들어도 그만 포기하고 싶어진다는 것입니다. 처음엔 홀서빙을 주로 하다가 많이 짤려서 갖고 있는 자격증을 살려 20대 초반부터 사무직 알바를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작은 회사를 전전하면서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할 줄 아는 건 많아서 칭찬도 많이 듣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큰 회사에 지원하기가 싫어지더라고요. 면접 보는 것도 싫어지고요. 그냥 계속 작은 회사에서 알바하고 싶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알바는 비교적 짧은 시간으로 직장인에 비해 시간이 많이 남습니다. 자기계발을 할 수 있다는 시간이 확보되기 때문에 사무직 알바를 선호하게 되었는데, 또 시간이 생기면 자기계발을 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아는데 너무 하기 귀찮고 쉬고 싶습니다. 취미 생활도, 일하는 것도 조금만 어려워지거나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으면 하기 싫고 다 그만두고 싶습니다(진짜 울 정도로요). 저는 대체 왜 그럴까요? 연애할 때도 그렇고, 학교에 다닐 때도 그렇고 항상 그랬습니다.

특이점은 막상 강제적인 상황이 오게 되면 또 열심히 합니다(팀워크를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물론 이것도 울며 겨자 먹기로 합니다. 저의 마음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고민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게 없는 걸까요? 근데 그렇다고 하기엔 뭐든 다 그만두고 싶습니다.


<과거 정신과 이력>
1~3년에 걸쳐 우울증으로 총 10번 정도 다녔습니다. 다니다가 그만두고를 반복했네요. 이때는 부모님과의 관계, 분위기가 이상한 회사에서의 공황장애 때문에 다녔습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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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안녕하세요, 사연자님.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뭐든 빨리 포기하고 싶어지는 게 사연자님의 가장 큰 고민이시군요. 그것이 사회생활이든, 취미생활이든, 연애든지 말이죠. 그리고 이러한 경향성이 사연자님 인생의 어느 한 시기에 두드러진 특징이 아니라, 학생 때부터 오랜 기간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 걱정이 깊으신 것 같습니다.

더욱이 학창 시절부터 이러한 심리적 · 행동적 경향성이 지속되어 왔다면 그동안 적절한 성취와 좌절의 경험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거나, 자신감을 쌓아 왔던 기회가 많지 않았으리라 짐작됩니다. 어떤 일이든 단지 마음만 먹거나 시작하는 것만으로는 원하는 결과나 성취를 이룰 수 없다는 점, 사연자님 역시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일단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거나 시도할 때는 ‘잘될 거야.’, ‘잘되겠지.’ 하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도 물론 좋지만, 지금의 현실을 가능한 한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파악한 후에 목표를 실현해 나가는 과정에서 어쩌면 실패할 수도 있고, 당연히 힘든 일도 생길 수 있다는 점, 즉 예상치 못한 장애물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음을 예측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럴 때 어떻게 대비하거나 대응해서 재정비해 나가야 할지, 어떠한 마음으로 다시 일어서서 꾸준히 이어 나갈지 미리 숙고의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그렇지 않고 막연한 희망이나 그저 ‘잘될 거야.’라는 기대만 가지고 시작한 일이 실패로 돌아가거나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할 경우, 다시 중심을 잡지 못해서 휘청대다가 좌절하거나 중도에 포기하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지기가 쉽습니다. 아마도 사연자님께서도 그동안 어떤 일을 하다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을 때 돌파구가 없다거나 자신에게 그것을 헤쳐 나갈 힘이 없다는 생각에 중도 ‘포기’하는 일들이 꽤 있지 않으셨는지요. 

물론 모든 일을 성공하거나 목표로 한 것을 끝까지 완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하고자 하는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실현해 나가는 경험은 우리 인생에서 어느 정도 필요한 과정이기도 합니다. 무언가를 원하거나 이루고자 하는 건강한 욕구를 바탕으로 그것들을 실현해 가면서 만족감을 느끼고, 자기만의 인생의 가치나 의미를 발견하기도 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어떠한 목표를 이루고자 할 때 어떤 부분에 좀 더 집중하고 또 신경 쓰는 것이 좋을까요? 뚜렷한 목표 의식이 없거나 성취동기가 낮은 경우에 흔히 중도에 포기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쉬운데요, 여기서 성취동기란 ‘어려운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거나 탁월한 업적을 이루고자 하는 동기’입니다. 즉, 성취동기가 높으면 수행상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실패해도 다시 도전하는 과정으로 이어지면서 성취를 향해 적극적으로 나아가게 되지만, 성취동기가 낮으면 자기 능력에 비해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목표를 설정하게 되고, 수행에 적극적이지 못하게 됨으로써 실패했을 때 크게 낙담하며 빨리 포기할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죠.

사연자님께서는 자신의 성취동기가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판단하시나요? 본인의 성취동기를 점검하고 어떻게 하면 이 성취동기를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현재 사연자님께서는 작은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본인의 커리어와 관련한 자신의 욕구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한번 숙고해 보셨으면 합니다. 

즉, 큰 회사로 이직하는 것을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좀 더 좋은 커리어를 쌓고 싶지만 그에 필요한 노력이나 어떠한 시도 자체가 힘든 것인지 말이지요. 만약 미래를 위해 조금씩 발전하고 커리어를 쌓아야 한다는 생각이라면, 곧바로 큰 회사에 지원하는 것보다는 좀 더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워 보신다면 어떨까 합니다. 

예를 들면, 아주 큰 회사는 아니더라도 내실 있는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입사해 꾸준히 일하면서 경력을 쌓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지금보다는 한층 발전적이면서도 직업적인 안정감과 성취감도 어느 정도 획득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여기서 실력과 경력을 쌓으면서 또 좋은 기회를 엿보고 준비하는 것도 사연자님의 직업적 성취동기를 높여 가는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이를테면 지금의 현 상황에서 처음부터 너무 이상적인 목표를 설정하기보다 얼마만큼 노력하면 어느 정도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설정해서 이를 차근차근 달성해 가면서 성취감과 자신감을 쌓아 나가는 이른바 스텝 바이 스텝(Step by Step) 전략을 취해 나가신다면 어떨까 합니다. 또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성취했을 때는 자기 자신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동기부여를 하고, 비록 원하는 목표를 성취하지 못했더라도 그것을 성취하고자 그간 기울인 스스로의 노력을 인정하고 격려한다면, 목표를 재설정하거나 다른 목표를 위해 다시 도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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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할 때는 나의 인생에서 가장 절실하거나 중요한 것을 위주로 우선순위 목록, 그것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목록, 데드라인 등을 정리한 다음 중간중간 목표 달성 여부나 진행 사항 등을 점검하면서 재조정해 나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매사에 너무 ‘잘해야 한다.’거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강박을 좀 내려놓으셨으면 하는 것인데요, 취미 생활은 말 그대로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서 하는 일’인 만큼 편안한 마음으로 온전히 그 시간을 즐길 수 있을 때, 좋은 에너지가 충전될 수 있습니다. 만약 더 이상 즐겁게 느껴지지 않는 취미 생활이라면 언제든 중단한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겠지요. 그러니 취미 생활만큼은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평소 해 보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하나 시도해 보고, 그저 그 순간에 집중하고 재미를 찾는 데서 만족감을 느껴 보시다면 어떨까요. 

그리고 뭔가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체력과 마음의 건강을 보살펴야 한다는 것, 기억해 주세요. 어떠한 목표를 성취하고, 또 몸과 마음의 건강을 키워 가기 위해 퇴근 이후의 시간과 주말 시간을 어떻게 채워 나갈지 한번 계획을 세워 보고, 조금씩 실천해 나가시기를 권유드립니다. 그리고 이때 계획대로 모두 실천하지 않았다고 해서 스스로를 책망하거나 실망하기보다는, 그중에서 지켜 낸 것이 있다면 그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고 스스로를 격려해 주세요. 그렇게 계획표대로 채워지지 않은 곳이 있어도 꾸준히 실천해 가면서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을 키워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과거에 우울증이나 공황장애에 있어서 어느 정도 치료가 완료되신 건지 궁금합니다. 성장 시절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어떠한 어려움이 있으셨는지 사연에는 나와 있지 않아 잘 파악되지 않지만, 부모님과의 관계가 이후 대인관계나 성취하는 측면, 연애에 있어서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무기력감이 지속되신다면, 우울증이나 무력감, 성장 시절 부모와의 관계 등과 관련해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아 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모쪼록 지금의 무기력감을 잘 극복하셔서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시기를 응원합니다. 

 

서울역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정희주 원장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역 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졸업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전)성동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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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고 살피려는 노력을 하기, 그리고 작은 목표를 달성했을 때
    ‘의식적으로’ 목표에 대해 보상하기. 중요한 내용을 많이 배워갑니다!"
    "근육을 키운다는 느낌으로 조금씩 실천해봐야겠어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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