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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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일주일에 몇 시간 정도 가족과 대화를 나누시나요? 평일에는 부모님이 하루 종일 직장에서 일을 했다는 이유로,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에서 공부를 한다는 이유로, 집에 돌아와서 다 같이 저녁을 먹거나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기 힘들지 않나요? 주말에도 각자의 시간을 보내느라 함께 시간을 보내기가 힘들지는 않나요?  

만약, 여러분이 부모라면 이러한 환경에 처해 있는 자녀가 학교나 사회에서도 타인과 대화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 사회적으로 성공하더라도 심리적으로 문제를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만큼 자녀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선행연구에 따르면, 부모–자녀 간의 대화 빈도에 대한 인식이 자녀의 진로개발 및 학업적 역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합니다. 대체적으로 부모와 자녀 모두가 대화 빈도가 높다고 인식한 집단의 자녀가 더 높은 수준의 학업적 역량을 보였고, 본인이 원하는 진로를 제대로 찾는 특성을 보였습니다.

추가적으로 부모보다 자녀가 대화 빈도 수준이 높다고 인식한 집단 역시 높은 학업적 수준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결과에 의하면, 부모와 자녀가 대화를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녀로 하여금 부모와의 대화 수준이 유의미하다고 인식해야 긍정적 효과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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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좋은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아 할까요? 서로를 잘 알아가고 감정적 만족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해야 합니다. 만약 그동안 서먹하게 지내왔다면 갑자기 깊이 묵혀 있던 감정을 나누는 것이 어려울 수 있으니 가볍게 다룰 수 있는 일상 소재로 대화를 시작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같이 TV 프로그램을 보고 이와 관련된 소감을 나누거나 좋아하는 음식, 학교나 직장에서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 수 있겠지요. 단, 이때 명심해야 할 것은 간섭과 비난의 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녀도 독립된 존재이므로 서로 다른 생각과 감정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이해해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더 많은 인생을 살아온 선배로서 자녀가 걸어가는 인생의 염려되는 부분들이 보이니 그에 대해 간섭하고 알려주고 싶은 마음도 들 것입니다. 그러나 강압적인 태도나 비난의 어투는 진실된 마음을 전달하기보다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을 상하게 하고, 오히려 반항적인 태도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녀에게 가벼운 도움을 요청한 후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도 좋은 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상대의 노력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것입니다. ‘네가 휴대폰 어플을 다운받고 사용하는 법을 알려 주면 좋을 것 같은데 해 줄 수 있니?’와 같은 말을 하게 되면, 자녀로 하여금 의무가 아닌 본인 스스로 선택이 가능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가벼운 대화부터 시작해 서로 도움을 주는 경험을 나누다 보면 서로에게 하는 감정 표현도 점차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녀의 나이에 따라 대화의 주제나 수준이 달라질 수는 있으나, 공통된 부분은 상대가 알아듣기 쉽게 나의 감정이나 의견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상대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평가하거나 비난하지 말고 나와 다른 존재로 대우해야 수평적 대화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서대문봄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이호선 원장

[참고문헌] 연은모, & 최효식. (2021). 부모-자녀 간 대화 빈도 인식에 따른 진로개발역량, 학업적 특성 차이. 한국산학기술학회 논문지22(3), 339-351.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대문봄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한양대병원 외래교수, 한양대구리병원 임상강사
(전)성안드레아병원 진료과장, 구리시 치매안심센터 자문의, 저서 <가족의 심리학>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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