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피로를 풀어야 진짜 피로가 풀린다

정신의학신문 |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아~ 피곤하다, 피곤해!”

 

피로함은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건강 문제 중 하나입니다. 쉽게 풀리지 않고 오랜 기간 지속되는 피로감은 ‘만성피로 증후군’이라는 질병으로 분류될 만큼 간과할 수 없는 문제죠. 가벼운 피로감은 일시적인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해 기운이 없거나 졸음이 쏟아지는 등의 증상으로 우리 몸에 신호를 보내옵니다. 이럴 때는 충분한 수면이나 휴식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피로가 완화되거나 풀리지요.

그런데 충분히 신체적인 휴식을 취했는데도 불구하고 풀리지 않는 피로감은 대체 무엇 때문인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자도 자도 피곤하기만 하고, 시간이 갈수록 축축 처치는 몸과 마음은 우리의 일상을 더욱 무겁게만 하죠. 특별한 질병이나 이유도 없이 쉬어도 회복되지 않는 피로감, 해결책은 없는 걸까요?

 

§진짜 피로와 뇌가 느끼는 피로감은 다르다

우리는 흔히 오랫동안 좋아하는 운동을 한다거나 게임을 할 때처럼 무언가에 꽂혀서 흥미를 느낄 때는 오랜 시간 그 일에 몰입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이렇듯 꽤 장시간 몸과 정신을 움직임에도 피로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딱히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는 피로한 상태지만, 피로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죠.

반대로 비슷하게 몸과 정신을 움직여서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일에서 긍정적인 감정보다 부정적인 감정이 뒤따를 때, 우리가 느끼는 피로감은 한층 가중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피로감을 인식할 때조차 바쁜 현대인들은 또 다른 해야 할 일들에 골몰한 채 휴식을 미루고, 또 미루는 분들도 많죠. 

결국 우리가 느끼는 피로감은 신체는 물론 뇌가 불쾌하거나 혹사당한다는 느낌이 지속되는 데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뇌의 피로가 풀리지 않은 채 계속해서 뇌가 혹사당할 때, 몸은 쉬어도 피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죠.

 

§무엇이 뇌 피로를 가중시키나

그렇다면 무엇이 이토록 우리의 뇌 피로를 가중시키는 걸까요? 우리의 몸은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 대응해 항상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항상성’을 지향합니다. 그리고 이 항상성을 관리하는 곳이 바로 자율신경계(Autonomic Nervous System)이고요. 

이 자율신경계는 다시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뉘며, 교감신경은 위급한 상황에 빠졌을 경우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즉, 비상 상황이라고 판단될 경우 교감신경이 활발해지면서 동공이 확장되고, 심장박동 수는 증가합니다. 또 혈관은 수축되며, 위장관 운동은 저하되기도 하죠. 그리고 부교감신경은 위급한 상황에 대비해 에너지를 저장해 두는 역할을 합니다. 부교감신경이 활발한 상태에서는 우리 몸에서 교감신경과 반대의 기능을 일으키죠. 

그런데 교감신경이 혹사되면 시상하부와 전대상회에서 피로가 발생되고, 뇌는 변연계를 통해 안와전두피질로 경고신호를 보내서 휴식이 필요하다는 느낌을 받도록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뇌 피로의 신호를 받고도 피로감을 잘 감지하지 못하거나 피로를 느끼면서도 휴식을 계속해서 유예시킬 때 우리의 뇌, 특히 교감신경이 혹사당하게 되고 이러한 상태가 지속될 경우,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올 수도 있으므로 뇌의 피로가 과도하게 축적되지 않게 그때그때 풀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뇌의 피로를 잘 풀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힐리언스 선마을을 운영하며 현대인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힘써 온 이시형 박사는 “뇌가 피로해지는 습관을 지양하고, 뇌가 좋아하는 일들을 꾸준히 실천할 것”을 강조합니다. 여러분도 몇 가지 뇌를 건강하게 하는 생활 속 실천을 통해 뇌 피로를 풀고 개운함과 활력을 되찾기 바랍니다.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뇌 피로를 풀어야 진짜 피로가 풀린다

 

- 유산소 및 근육 단련 운동하기: 건강을 위해 새롭게 운동을 시작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평소에는 전혀 운동량이 없다가 갑자기 하는 격렬한 운동은 오히려 교감신경을 혹사시켜서 뇌 피로를 가중시킵니다. 따라서 평소에 유산소 운동과 근육 단련 운동을 꾸준히 하는 습관을 통해 몸과 자율신경의 건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

- 일찍 자고, 깊게 호흡하기: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는 성장호르몬이 가장 많이 분비되는 시간입니다. 성장호르몬은 피로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이 시간대에는 수면을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의식적으로 복식호흡을 하는 습관은 자율신경계에 균형을 가져와서 몸과 뇌가 건강해지는 데 도움을 줍니다.

- 규칙적으로 휴게 시간 갖기: 휴식 시간도 없이 오랜 시간 일에 집중하는 것은 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키고 뇌의 피로도를 높입니다. 장시간 일을 할 때는 규칙적으로 휴게 시간을 갖도록 합니다.  

- 일과 자세 전환하기: 제아무리 즐거운 일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면 지루해지기 쉽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같은 일은 반복한다는 것은, 뇌에서 같은 회로를 사용한다는 의미로 뇌에 피로를 가져오죠. 따라서 한 가지 일을 어느 정도 수행한 뒤에는 성격이 조금 다른 일로 넘어가는 것이 일의 능률도 올릴 수 있고, 뇌 피로도 덜어 주는 좋은 방법입니다. 마찬가지로 같은 자세를 너무 오랫동안 유지할 경우, 피로가 쌓일 수 있으니 자세를 바꿔 주거나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휴식을 취해 주세요. 

- 새로운 자극과 모험 즐기기: 뇌의 같은 회로를 반복해서 사용하다 보면 쉽게 피로해지고 권태를 느끼게 됩니다. 이럴 때 우리 뇌에 새로운 자극을 주거나 가벼운 스릴을 느낄 만한 모험을 하는 것은 뇌를 건강하게 단련시킵니다.

- 적당한 스트레스와 시간제한: 과도한 스트레스와 업무, 임박한 마감 기한은 뇌 피로를 가중시키지만, 자기 주도하에 적당한 시간제한을 두고 일을 하는 것은 효율성을 높이고, 뇌도 좋은 자극으로 받아들입니다. 즉, 적절한 자극과 휴식이 반복될 때 우리 뇌는 긴장과 이완의 사이클을 작동하며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어떠신가요? 나른한 주말이나 모처럼 주어진 휴일 오후, 여러분은 어떻게 휴식을 취하고 계신가요? 하루 종일 잠만 자거나 소파에 누워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적당한 낮잠과 재미있는 콘텐츠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그동안 쌓여 있던 뇌의 피로를 풀기 위해 뇌가 좋아하는 휴식을 취하며 좋은 컨디션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합정꿈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장승용 원장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합정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인하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인하대병원 인턴 및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한국정신분석학회 정신분석적 정신치료 Master class 수료
전문의 홈 가기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