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황인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바쁘고 피로한 현대 사회에서 극심한 피로로 인해 갑자기 정신을 잃고 졸도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은 찾아보면 아주 드문 일은 아니다. 그러나 피로로 인한 졸도가 습관적이라면 기면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기면증의 유병률은 0.1% 안팎으로 매우 드문 질환이다. 직장에서는 ‘왜 자꾸 조느냐’, ‘마음이 딴 데 가있느냐’라는 식의 질책을 받을 수 있지만 기면증은 개인의 의지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가족력도 영향을 받을 수 있고, 간질이나 기분장애와 다른 부분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질환 자체를 이해해 줄 필요가 있다. 

기면증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일반적인 피로감과는 다르다. 기면증은 일반 피로와 달리 ‘참을 수 없는 졸림’이다. 보통 졸음이 몰려오면 세수를 하거나 나가서 바람을 쐬고 오면 어느 정도 졸음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기면증은 각성을 유지하려고 해도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졸도하듯이 힘이 풀려버리는 신경적인 질환이다. 기면증이 있는 경우라면 걷다가도 쓰러질 수도 있다. 만약 운전을 하고 있다면 큰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졸도를 하거나 힘이 탁 풀려버리는 모습은 기면증의 전형적인 특징 중 하나인 탈력발작이다. 탈력발작은 하루에도 몇 번이나 일어난다. 의식은 있기 때문에 본인이 잠시 졸도했다 깨어났다고 기억한다.

또 다른 기면증의 특징적인 증상으로는 수면마비, 잠에 들 때나 깨어날 때 느끼는 환각이 있다.
 

사진_픽사베이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기면증 환자가 국내에서는 2013년에 2543명에게 발견됐고, 2014년 2943명, 2015년 3433명, 2016년 3954명, 2017년에는 4544명까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기면증이라면 대개 30세 이전에 발견되는데, 만약 4~50대에 이런 문제라면 뇌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뇌 검사가 필요하다.

수면다원검사를 해서 램수면 기간을 측정하거나 임상 증상을 진단해서 기면증으로 판단한다. 기면증은 하이포크레틴(hypocretin)이라는 각성을 유지하는 물질이 뇌척수액에서 결핍되어 나타난다. 뇌척수액 검사가 있긴 하지만 주로 야간 수면다원검사 또는 주간 구면잠복기 반복검사로 진단 내린다.

 

기면증을 앓고 있다면 낮에 잠시 낮잠을 자서 보충을 하는 것으로 수면부족을 해소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치료는 주간 졸림에 대해서는 중추신경자극제를 사용하고, 탈력발작에 대해서는 항우울제가 효과적이다. 아무래도 기면증은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정신의학과에 방문하여 상담 후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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