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안녕하세요, 오늘은 나를 공개적으로 망신 주는 친구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주변에 사람을 은근히 공격하는 분들이 있어요. 미묘하게 비꼬는 말투, 무시하는 말투를 사용하는데, 당하시는 분들은 그때는 당황스러워 그냥 넘어가지만, 집에 와서 생각해 보면 혼란스럽고 불쾌한 감정이 생기게 되죠. 이런 사람들의 은밀한 공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애초에 계속 이러는 친구는 저는 결국엔 멀어지거든요. 그런데 늘 이러진 않고 가끔씩 이런 친구들이 있어요. 가끔씩 이런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대응이 그때그때 다른 것 같아요. 언제는 그냥 받아주지 않습니다. 사실 받아주지 않으면 그 친구 혼자 불편한 얘기를 하고 이제 어색한 정적이 흐르거든요.

그 어색한 정적을 저는 활용한다고 생각해요. 누가 됐든 간에 여러 명이 있는 자리에서 본인이 어색함을 만들면 본인이 뭔가 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어떻게 보면 그걸 압박으로 쓰는 거죠. ‘네가 한 말은 부적절해. 다음부터 그런 얘기를 하지 마.’ 그래서 정신과에서도 그룹 치료를 할 때 이런 방법들을 써요.

실제로 그분이 여러 명이서 얘기를 하다 보면 부적절한 얘기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럼 거기에 대해서 이제 평가를 하거나 비난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주제를 다른 쪽으로 흐르는 거예요. 그러면 그분은 자신이 한 말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 볼 시간을 갖게 되고, 그 압박을 받아서 다음번에는 그런 것들을 훨씬 조심하게 됩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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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가끔은 저도 이제 같이 대응하는 경우가 있어요. 왜냐하면 이게 너무 반복되다 보면 저도 당연히 화가 나는 경우도 있고, 그러다 보면 저도 화를 푸는 것이 필요해요. 그런데 화를 내는 게 성숙하지 못한 게 아니라, 이 화를 내는 것도 나름의 기능이 있습니다. 적어도 ‘내가 지금 너의 말 때문에 불편하다.’를 직접적으로 알리는 그런 방식이기도 하고, ‘내가 이런 것들을 불편해하니 다음부터는 조심해 달라.’라는 경고도 돼요. 그래서 내가 실제로 불편한 것이 무엇인지 알리는 방법이 가장 좋은 건 대화가 끝난 다음에 일대일로 얘기하는 게 가장 성숙한 방법이지만, 그게 안 되면 차라리 화를 내는 게 낫습니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하시는 분들의 핵심이, 이 얘기를 가장 어려워하세요. 내가 불쾌하다는 반응을 전달하는 것 자체를 많이 어려워하시거든요. 그런데 이런 게 지속되다 보면 사실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내가 불편하다는 것을 상대방은 알지 못하는 상태로 계속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거고, 그게 만약에 이 친구가 의도한 게 아니라면 의도치 않게 두 명의 관계가 멀어지게 되는 거죠. 그래서 저는 경우에 따라서는 잠깐잠깐 쉬어 가거나 아니면 대화 주제를 바꾸는 것 또는 가끔씩은 직접적으로 모여 있는 자리에서 그걸 언급을 하기도 하고, 또는 모여 있지 않은 자리에서 일대일로 얘기하기도 해요.

‘네가 나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라고 알리고, 알려준 다음에 상대방의 반응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때부터는 멀어집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바꾸려는 노력을 한다면 그 노력이 제 눈에 보이면 그걸 굉장히 칭찬해 줘요. ‘너 예전 같지 않게 되게 좋아졌다.’, ‘부드러워졌다.’ 이런 식으로 긍정적인 강화를 해 주면 사람은 거기에 맞게 변해 가게 됩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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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가끔씩은 상대방이 정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의미냐면 내가 너무 부족한 사람이고, 못난 사람이 그 느낌이 너무 강하신 분들은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을 찍어 누르게 돼요.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 곤란스럽게 하면서 본인이 상대적으로 우월한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이런 분들이 직장에 굉장히 많이 있으세요. ‘내가 분명히 잘못하긴 했지만 그게 너무 과한 것 같다.’, 또는 ‘내가 그 정도 잘못을 한 것 같지 않은데 나를 너무 공개적으로 망신을 준다.’ 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이 거의 이런 경우에 해당됩니다.

그래서 이런 분들을 내가 성숙한 사람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특히 직장에서는 사람을 성장시키는 게 목표가 아니라 직업활동을 하는 것, 경제활동을 하는 게 목표잖아요. 그래서 상대방이 이상한 사람인지 아닌지는 한 번에 생각해 주셔야 돼요. 이런 일이 있으면 집에 오셔서 한번 자신의 감정을 돌아봐야 합니다.

‘내가 혼란스럽고 불쾌함을 느꼈다.’ 이 감정을 부정하실 필요는 없거든요. 감정을 느낀 건 그대로 가지고 가시고 이 감정을 이제 분석하시면 됩니다. 분석을 하는 게 내가 혼란스럽고 불쾌한 이유가 이제 상대방이 저지른 모욕 때문일 수도 있고요, 아니면 상대방이 옳은 얘기를 했는데 부적절한 장소나 상황에서 얘기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요. 또는 상대방이 전부 다 적절한 얘기를 했는데 내 안에 있는 열등감이 뭔가 자극이 돼서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내 혼란함과 불쾌함을 하나하나 분석하다 보면 머릿속에 있는 복잡한 감정이 생각의 영역으로 바뀌게 되고 감정이 일단 진정하게 돼요. 그러면 덜 피곤해지고 덜 힘들어집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내 안에 문제가 있는지, 상대방에게 문제가 있는지가 조금 더 명확하게 보여요.

나에게 문제가 있다면 본인이 상담을 받고 또는 주변 친구들이 조언을 구해야 될 것이고, 상대방에게 문제가 있다면 처음에 설명해 드린 것처럼 대화 주제를 바꾸거나, 아니면 직접적으로 언급하거나 거리를 두는 것과 같은 방법들을 생각하셔야겠죠. 오늘 사연 상담은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김재옥 원장

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정신건강의학과는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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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도움됩니다. 조언 들으며 자유를 느꼈어요. 실제로 적용해볼게요."
    "늘 따뜻하게 사람을 감싸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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