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안녕하세요, 오늘은 오랜 기간 함께한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넌 이후에 가슴 아파하는 견주 분들이 겪는 펫로스 증후군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오랜 시간을 반려견과 함께 보낸 견주 분들은 마치 가족 같은 반려견이 떠나간 후에 큰 슬픔과 절망감에 잠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견주 분들의 마음을 애견인이 아닌 주변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더 힘들어진다고 하는데요, 최근에는 이처럼 펫로스 증후군을 호소하시면서 찾아오시는 경우가 꽤 많이 늘어났습니다.

 

Q. 펫로스 증후군의 증상은 무엇인가요?

대부분은 슬픔과 다시 만날 수 없음에 대한 아쉬움이 가장 크신 것 같아요. 단순히 펫로스 증후군에서 우울증 단계로 완전히 번져 가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런 경우에 가장 핵심이 되는 건 죄책감, 그런데 그 죄책감이 논리적인 선을 조금 넘어간 죄책감으로 번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단순히 펫로스 증후군이 아니라 펫로스인 그 상황 때문에 생긴 우울증이라고 진단을 하게 돼요.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대부분 슬픔, 그 감정적인 것 그리고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아쉬움,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것 같아요. 이 두 가지를 제외하고, 예를 들어 악몽을 꾼다던가 신체적인 반응이 나온다든가 입맛을 완전히 잃거나 잠자는 데 문제가 생긴다면 그건 이미 우울증 단계로 어느 정도 넘어간 거라서 만약 그 단계가 된다면 저는 차라리 빠른 시일 내에 병원을 찾아오셔서 상담을 받거나 도움을 받으시는 게 더 낫다고 봅니다.

 

 Q.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분들에게 드리는 조언은?

반려견에 관한 얘기를 하다 보면 결국에는 관계라는 것에 대해서 얘기를 하게 됩니다. 관계라는 건 사람과만 맺는 게 아니에요. 생명이 있는 것들과는 당연히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심지어 물건과도 우리는 늘 관계를 맺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죠. 왜냐하면 반려견이 어떤 존재라는 것은, 반려견을 키워 보신 분들이 가장 잘 아니까요. 

그래서 제가 저에게 찾아오신 분들이 이런 것을 호소하실 때는 기본적으로 확인하는 것들이 세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견과 같은 추억이 있는 분들이 곁에 있는지를 여쭤 봐요. 그러면 그분들과 반려견이 떠난 슬픔에 대해서 얘기하고 함께했던 추억에 관해서 얘기하면 그게 꽤 큰 위로가 됩니다. 만약에 이런 분들이 없다면 주변에 계셨던 분들 중에 반려견을 키워 본 경험이 있는 분들, 같은 반려견이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그 무언가를 키워 보신 경험이 있는 분이 있다면 그분과 얘기하는 것도 권해 드려요.

뭔가를 키워 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이별에 관한 것도 남들보다는 예상하는 게 좀 더 수월해지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그런 경우도 없다면, 저는 온라인에 있는 카페를 권해 드리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그런 카페에는 이별에 관련된 글들이 꽤 있고 서로 위로하면서 치유받는 그런 경험도 충분히 하실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식으로 슬픔을 공유할 대상이 없는 세상은 아닌 것 같아요. 이전에 인터넷이 없을 때는 이런 활동이 불가능했지만 요즘은 온라인으로 충분히 좋은 위로를 받으실 수도 있거든요.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Q.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기간이 길어질 때는?

그런데 이 슬픔에의 기간이 너무 길어지게 되면 아무래도 여러모로 힘들어집니다. 저는 우리나라에 삼일장, 오일장 이런 것들이 정해진 이유가 사실은 남겨진 사람을 위한 부분도 있다고 봐요. 삼 일 정도 충분히 슬퍼한 다음, 그다음에는 당신의 삶으로 돌아가서 웃고 즐겨도 됩니다 라는 사회적인 허락을 주는 기간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반려견이 떠난 이후에 너무 오랜 기간 내가 슬퍼한다 싶으시면 반려견과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그런 기간을 설정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또는 나름의 의식을 만드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얘기를 하면서 가족 분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갖거나 또는 반려동물의 사진을 태우면서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또는 반려견이 좋아하는 장난감 또는 간식 같은 것을 제사 지내듯이 반려견 사진 앞에 놓는 그런 의식을 통해서 나와 반려견과의 달라진 관계에 대해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전에는 삶 속에서 함께하는 관계였지만, 지금은 죽음으로 떠난 반려견과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되는 거잖아요. 그런 식으로 관계가 단절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관계로 이행된다고 느끼신다면 훨씬 더 이별에 대해서 받아들이기가 수월하실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김재옥 원장

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정신건강의학과는 처음이에요>
전문의 홈 가기
  • 애독자 응원 한 마디
  • "선생님 경험까지 알려주셔서 더 와닿아요. 재옥쌤 짱!"
    "정말 도움됩니다. 조언 들으며 자유를 느꼈어요. 실제로 적용해볼게요."
    "늘 따뜻하게 사람을 감싸주십니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