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공황 발작이 생겼어요. 저는 이제 정신병자가 된 건가요?”

“ 공황장애가 있어요. 저는 정상인이 아닌가 봐요.”

 

 

이제는 공황장애라는 병명이 많은 분들에게 익숙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환자분들은 공황을 경험하면 스스로의 정신에 큰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황장애라고 진단을 받으면, 뭔가 비정상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고 불안해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 불안을 먹고 공황은 더욱 자라납니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공황장애 시리즈’와 함께 공황장애란 무엇인지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았습니다. 어떠신가요? 공황장애를 바라보는 여러분의 시선이 조금은 달라지셨나요? 공황장애란 무엇일까요?

그동안의 이야기들을 요약하여 말씀드리면 공황장애란 ‘고장난 우리 몸의 알람 시스템’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몸에 있는 알람 시스템, 위험을 감지하고 자동으로 울리는 비상 사이렌이 고장이 나 버린 상태가 바로 공황장애인 것입니다. 그래서 시도 때도 없이 알람이 울리고, 그다지 위험하지 않은데도 마치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몸 속의 사이렌이 울려대는 것이지요.

공황장애를 가지고 계시다고요? 여러분의 마음이 통째로 고장난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몸과 마음이 통째로 비정상이라는 뜻이 절대 아닙니다. 여러분의 몸과 마음 속에 있는 자동 알람 시스템이 조금 고장 난 것뿐입니다.

 

 

공황장애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바로 이 점을 몸과 마음이 충분히 깨닫는 것입니다. 공황발작이란 결국 알람이 고장 난 것뿐이라는 사실을 머리로, 그리고 몸으로 충분히 익히게 되면, 공황은 점점 우리의 일상에서 힘을 잃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공황발작이 공황장애로 이어지고, 그것이 큰 병이 되어 가는 과정은 결국 공황에 대한 두려움, 바로 ‘예기 불안’ 때문입니다. 

 

 

거기에는 

나는 공황 장애가 있어.’

‘공황이 생기면 나는 조절할 수 없어.’

‘공황이 언제 올지 몰라.’

‘언제든 나는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지고 말 거야.’

라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두려움 때문에 모든 일상이 예전과 다르게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진정 공황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마음속의 그 목소리가 달라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나는 가끔 공황발작을 경험해. 하지만 공황이 오더라도 나는 그것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 시간이 지나면 늘 그랬듯이 저절로 사라질 거야.’

‘나는 공황이 오기 직전의 느낌을 알고 미리 예방할 수도 있어.’

‘공황이 오더라도 나는 나 자신을 잃지 않고 조절할 수 있어.’

‘공황을 가끔 경험하더라도 나는 평소처럼 해낼 수 있어.’

라는 목소리가 우러나올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이것은 쉬운 과정이 아닙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난번 영상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은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훈련을 거쳐야 합니다. 공황의 강도를 낮추고, 공황에 대처하는 스킬을 익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치료들을 통해 공황이란 극복할 수 있는 대상, 위험하지 않은 것, 저절로 가라앉을 잘못된 알람 사이렌이라는 인식을 차츰 찾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여러분의 마음속에 조금씩 여유가 생길 수 있습니다. 왜 내 마음속의 알람이 고장 나 버린 것일까? 라는 조금 더 깊은 질문을 해 볼 수 있는 여유 말입니다.

 

 

왜 마음속의 알람이 그렇게 예민해진 것일까요? 왜 위험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위험하다고 마구 사이렌을 울려서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것일까요? 혹시 과거의 나는 정말로 그런 위험한 상황에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매일 같이 사이렌을 울려야 할 만큼, 사이렌을 울려야 하는 시간이 너무 많아서 알람이 고장 나 버렸던 것은 아닐까요? 정말로 위험한 상황인지 아닌지를 충분히 구분하지 못할 만큼 어리거나 힘들었던 시기에 너무 많은 위험을 겪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진짜 위험을 가려내지 못하고 마구 울리는 예민한 알람을 갖게 된 것은 아닐까요?

이러한 깊은 질문들은 정말 마음속 깊은 곳의 무의식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깊고 깊은 곳, 무의식으로 나의 마음이 숨어 버렸다는 것은 그만큼 그 마음이 여전히 아파하고 있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상처가 너무 컸다는 것일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공황을 조금씩 이겨내고, 마음의 여유를 되찾게 되었다는 것은 다시 여러분 스스로의 마음속에 숨어 버린 과거의 스스로를 찾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공황장애는 치료될 수 있습니다. 극복할 수 있습니다. 

공황장애를 앓고 계신가요? 마음속의 고장 난 알람 사이렌 때문에 고생이 아주 많으시군요. 하지만 여러분은 그 알람에서 멀어질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 알람이 여러분의 일상을 침범할 수 없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언제든 주변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찾는 것을 주저하지 마세요. 

 

온안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김총기 원장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온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공의
한양대학교병원 외래교수
저서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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