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공황장애는 치료할 수 있는 병입니다. 빠른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공황장애는 얼마든지 극복하고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 질환입니다. 성공적으로 치료된다면 공황장애를 앓기 전과 똑같은 수준의 생활을 얼마든지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환자분들이 공황장애 치료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차피 치료가 되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정신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중요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공황장애는 재발을 반복하고 만성화될수록 치료하기 어려워집니다. 엑스레이를 찍고 혈액검사를 하는 등 아무리 검사를 해도 특별히 심각한 이상이 나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응급실만 다니면서 증상이 악화되고 결국 만성화되는 공황장애 환자분들이 전체 환자의 1/3 이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공황장애 치료의 가장 큰 과제는 바로 조기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고 적절한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는 것 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공황장애 환자분들은 정신과에서 어떤 치료를 받게 될까요?

정신건강의학과의 특성상 모든 치료는 환자분들 개개인의 상황과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번 기사에서 공황장애 치료의 모든 것을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공황장애를 치료할 때의 가장 핵심적인 원리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자세한 길은 그때 그때 달라진다 하더라도, 큰 줄기와 방향을 알고 있으면 오랜 기간의 치료를 좀 더 잘 견뎌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선 기사들을 보고 오셨다면 공황장애가 무엇인지 대략적인 이해를 하셨을 것입니다. 공황장애는 공황발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여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발생하는 질환을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 역시 그 핵심 요소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공황발작의 발생을 조절하는 치료가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공황발작 때문에 일상생활에 생기는 문제들을 조절하는 치료가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치료가 적절히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면 누구라도 공황장애를 훌훌 털고 이전의 평범한 생활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공황발작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어떤 치료가 필요할까요? 이것 역시 마찬가지로 공황발작이 왜 일어나는지를 이해하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공황발작은 (1) 자율신경계 반응의 교란과 (2) 파국적 인지왜곡의 조합으로 발생합니다. 때문에 자율신경계 교란 때문에 발생하는 신체적인 반응을 조절하는 치료와 파국적인 인지 왜곡을 바로잡는 치료를 통해 공황발작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우선 자율신경계 때문에 발생하는 신체적 증상을 억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약물치료 입니다. 공황장애 치료에 사용되는 가장 흔한 약물은 항우울제입니다. 항우울제는 우울한 기분을 호전시켜 주는 효과뿐만 아니라 불안을 낮춰 주는 데도 매우 효과적인 약물입니다. 따라서 충분한 기간 규칙적으로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전체적인 신체적 불안의 수준을 낮출 수 있고, 공황발작의 발생 빈도나 강도도 낮출 수 있습니다. 항우울제 이외에도 항불안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약물로는 ‘자낙스’ 등이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약물치료는 가장 빠르고 쉽게 증상을 해소할 수 있는 치료법입니다. 실제로 심하지 않은 공황장애 환자분들은 별다른 부가적 치료 없이 약물치료만으로도 대부분 증상이 치료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약물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부분은 조금 더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면담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공황장애 치료에 사용되는 면담치료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인지행동치료입니다. 인지행동치료는 말 그대로 인지와 행동의 문제를 교정하는 치료법입니다. 따라서 공황발작을 일으키는 원인 중 두 번째, ‘파국적 인지 왜곡’을 교정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파국적 인지 왜곡은 공황발작 때문에 나에게 엄청난 파국적 결과가 생길 것이라는 잘못된 인지 상태를 말합니다. 이것 때문에 내가 죽고 말 거야, 당장 쓰러지고 말 거야, 사람들에게 큰 창피를 당할 거야, 큰 실망을 주고 말 거야, 같은 파국적인 결과가 머릿 속에 떠오르면 우리의 인지 체계는 거기에 붙들려 버리곤 합니다. 그래서 공황장애의 인지행동치료를 할 때는 ‘공황 발작으로 죽지 않는다’라는 전제가 가장 중요합니다. 공황발작은 그렇게 파국적 결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대부분 10분 내외의 짧은 시간 동안 지속되다가 저절로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공황발작으로 인한 신체적 증상 때문에 실제로 몸에 큰 문제가 생기거나 사망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때문에 공황장애 인지행동치료의 핵심 목표는 바로 이 사실, 공황장애가 파국적이지 않다는 사실과 잘못된 인지 왜곡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것입니다.

공황장애 환자분들은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막상 공황이 닥치면 머릿속을 가득 메우는 왜곡된 인지의 거짓 알람 때문에 제대로 된 사고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인지행동치료는 우리의 몸과 마음에게 그 생각과 행동이 잘못된 것, 왜곡된 것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고자 하는 일종의 훈련법입니다. 생각을 교정하고, 행동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오랜기간 반복되는 훈련과 연습이 필요합니다. 또, 그 훈련과 연습을 지켜보고 도와줄 코치가 필요합니다. 인지행동치료는 이러한 코칭과 훈련으로 이루어진 면담 치료 방법입니다.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를 조합한 치료는 공황장애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몸에서 제멋대로 울리는 알람의 볼륨을 줄이고, 또 그 알람이 잘못된 가짜 경보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가르쳐주는 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조금씩 공황발작의 두려움과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드디어 공황에서 벗어나는 길, 공황 발짝 때문에 무너져 가고 있던 일상생활을 바로잡기 위한 치료에 접어들 수 있습니다. 공황장애 때문에 내가 어떻게 변해 버렸는지, 나에게 왜 공황장애라는 병이 생겼는지, 공황장애가 나에게 무슨 의미인 것인지 등에 대해 차분히 돌아보면서 말입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번 이야기를 통해 자세히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온안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김총기 원장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온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공의
한양대학교병원 외래교수
저서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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