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식은땀이 났어요”

-“숨쉬기가 힘들고, 쓰러질것 같았어요.”

-“어지럽고 눈 앞이 핑 돌면서 순간 여기가 어딘지, 현실이 아닌거 같았어요.”

 

 

 경험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왜 이런 경험을 하게 되는 걸까요? 갑자기 숨쉬기가 불편해지는 나, 뭔가 비정상인 걸까요?

 TV나 SNS에서 공황장애를 흔히 다루게 되면서 이제는 공황이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졌습니다. 정신과를 처음 찾으면서 ‘공황장애인 것 같아요.’‘공황 발작이 있었어요.’라며 스스로 이야기해 주시는 환자분들도 많이 생겼습니다. 또 그만큼 공황증상은 생각보다 흔하게,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증상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공황장애가 정확히 무엇인지 잘 알고 계신가요? 만약 앞에서 이야기한 증상들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공황장애인 것일까요? 지하철을 탔는데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안절부절못한 적이 있다면 공황장애로 치료받아야 하는 걸까요?

 

 

 우선은‘공황’이 무엇인지, 또 ‘공황장애’는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많은 분들이 혼동하는 것은 ‘공황발작’과 ‘불안발작’의 차이입니다. 불안발작은 말 그대로 갑작스러운 불안이 발작처럼 찾아오는 것입니다. 갑자기 초조해지고 안절부절못하게 되는 불안발작은 공황장애뿐만 아니라 공포증, 범불안장애 등 다른 여러 가지 불안장애에서 모두 나타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불안발작을 겪었다고 해서 모두 불안장애로 진단할 수 있는 것도 결코 아닙니다.  불안 발작은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일반인이 매우 흔하게 경험하는 증상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갑작스러운 불안, 초조 때문에 일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황급히 자리를 떠야만 했던 경험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번쯤 경험해 본 적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공황발작은 불안발작과 무엇이 다른 것일까요?

 

 

 공황발작은 기본적으로 불안발작에 동반되지만, 두 가지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자율신경계 증상이며, 두 번째는 파국적 인지 왜곡입니다. 

 자율신경계 증상이란, 우리 몸의 긴장 상태를 조절하는 자동적인 조절 시스템인 ‘자율신경계’의 항진 때문에 발생하는 ‘신체적인’ 증상을 이야기 합니다. 자율신경계, 특히 교감신경계가 과도하게 항진될 경우에는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집니다. 소름이 돋고, 근육이 긴장되거나 몸이 떨릴 수 있습니다. 식은땀이 흐르고, 온몸이 화끈거릴 수 있고, 메스껍거나 구토를 할 수도 있습니다. 

 

 

 교감신경이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이유는 우리의 몸을 긴장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즉, 교감신경이 항진되었다는 사실은 우리가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뭔가 위험하거나 위협적인 상황입니다. 위험한 상황에서 도망치거나 맞서 싸워야할 때, 자율신경계 시스템은 교감신경을 항진시킵니다.

 반대로 말하면, 교감신경이 마구 활성되어서 온몸이 긴장되었다는 것을 통해서 우리는 ‘위험한 상황이구나!’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도 있습니다. 으슥한 밤거리를 걷다가 왠지 모르게 소름이 돋으며 식은땀이 흐르면, ‘뭔가 위험한가?’라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황발작이 일어날 때 자율신경계 증상은 우리에게 ‘위험’ 알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알람이 증폭 될 때 바로 파국적 인지 왜곡이 발생하게 됩니다. 공황발작 때문에 스스로 미쳐버리게 될 것이라는 생각, 이러다가 죽고 말 것이라는 공포, 정신을 잃고 말 것이라는 두려움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신체 증상과 정신 증상은 서로가 서로를 점점 강화시킵니다. 잘못 발동된 자율신경계 증상은 위험하다는 파국적 인지 왜곡을 일으키고, 위험하다고 인식한 우리 뇌는 자율신경계 신호를 더욱 강하게 발동합니다. 더욱 강렬해진 우리 몸의 자율신경 증상은 또다시 더욱 강한 위험 알람을 보냅니다. 이런 순환이 점점 심해지며 마치 발작처럼 터져 버리는것이 바로 공황발작(Panic attack)이 됩니다. DSM-5에서는 아래와 같은 증상들 중 네 가지 이상의 증상이 나타날 때 공황발작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왜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지만, 유전적 원인, 생물학적 원인, 양육형태 및 환경적 스트레스, 트라우마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는 복합적인 결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황발작은 보통 수 분 만에 증상이 최고조에 이르고 보통 수십 분 이내에 증상이  저절로 좋아지지만, 때에 따라 더 오랫동안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공황발작을 처음 경험했다면 우선은 실제로 호흡계통이나 심혈관 계통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지, 다른 신체적 원인은 없는지에 대한 검사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각종 내과적 질환이나 약물, 물질 등에 의해서 공황발작과 유사한 증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 검사를 하는 것은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내과적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증상이 생길 때마다 반복적으로 검사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많은 환자분들이 분명히 끔찍하고 두려운 경험을 해서 응급실을 찾아 온갖 검사를 했는데, 결국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허탈해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워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공황장애는 객관적인 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공황발작’을 경험하면 곧 ‘공황장애’로 진단받게 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나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일시적인 공황발작을 보였다가, 스트레스 환경에서 벗어나고 나면 아무 문제 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단지 공황발작을 경험했다고 해서 모두 공황장애고, 치료받아야 하는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공황장애를 진단할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예기불안’입니다. 예기불안이란, 공황발작이 아직 생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생길까 봐 미리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증상을 말합니다. 실제로 많은 공황장애 환자분들은 공황발작이 언제 생길지 몰라서 항상 전전긍긍해하거나, 사람들 앞에서 공황발작을 일으켜 망신을 당하거나 눈초리를 받을까 봐 초조해하곤 합니다. 혹은 공황장애가 자주 발생하는 장소들을 일부러 피하게 되기도 합니다. 엘레베이터를 타지 못해 무리하게 계단을 타고 가거나, 사람들 많은 곳을 가지 못해 집안에서만 생활하게 되기도 합니다. 

 공황발작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길어야 십여 분 이내에 저절로 좋아집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공황발작 때문에 생기는 이런 걱정과 예기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습니다. 매일매일 그 걱정과 불안 때문에 일상생활을 평소처럼 하기 어려워집니다. 직장에서 일을 하기도, 사람들과 만나서 사회생활을 하기도 어려워집니다. 공황장애를 가지고 있는 환자분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사실 바로 이런 부분 때문입니다.

 DSM-5에서는 공황장애를 진단하기 위한 예기불안으로 1개월 이상 다음 중 한 가지 이상을 만족해야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갑작스러운 불안 발작 때문에 자율신경계 증상과 인지 왜곡 증상이 동반되는 공황발작이 생기고, 이런 공황발작이 반복되며 예기 불안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려워질 때 공황장애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황장애가 아니라 단순한 일회성 공황발작이라고 해서, 또는 공황발작까지는 아닌 약한 불안발작이라고 해서 무조건 치료가 필요 없는 상태라는 뜻은 아닙니다. 정확한 증상의 평가와 치료 여부 결정을 위해서는 자세한 면담을 통한 평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온안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김총기 원장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온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공의
한양대학교병원 외래교수
저서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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