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이제 MBTI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는 대화 주제가 됐습니다. 소개팅 자리에서, 혹은 분위기가 어색할 때 우리는 서로의 MBTI를 물어보며 상대를 알아갑니다. 그런데 과연 어떤 지표로 나의 성격 유형을 규정하는 걸까요? ‘E’는 언제나 외향적인 사람인 걸까요? 친숙한 줄 알았던 MBTI의 낯선 모습. 잘 알려지지 않았던 MBTI 네 그룹(E-I / S-N / F-T / J-P)의 측정 기준을 시리즈로 살펴봅니다. 한국 MBTI 연구소에서 발행된 Form Q 매뉴얼을 참조했음을 밝힙니다.

한때 유행으로 그칠 줄 알았던 MBTI(Myers-Briggs-Type Indicator,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 열풍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MZ세대의 관심이 매우 뜨겁습니다. ‘MBTI 과몰입’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검사 결과로 타인의 성격을 단정 짓기도 합니다. 반면 MBTI에 회의적인 반응도 있지요. 전 세계 모든 사람의 성격을 16가지로 나누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16가지의 MBTI 유형을 더욱 세분화할 수 있다는 사실, 혹시 알고 있나요? 외향적인 ‘E’와 내향적인 ‘I’가 이분법처럼 외향, 내향으로 단순히 분류되는 것이 아닌 셈입니다.

우선 MBTI의 기본 원리는 이렇습니다. 어떤 사람의 성향이 2가지의 반대되는 방향 가운데 어느 쪽에 가까운지 살펴봅니다. 예를 들어, 외향(E)과 내향(I)은 ‘에너지가 어디로 향하는가’를 기준으로 측정하게 됩니다. 나를 움직이는 에너지가 밖으로 발산되는지, 나로 향하는지 판단하는 것이지요.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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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든 사람이 양극단의 E나 I에 속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가운데 즈음인 사람도 있고, 상황에 따라 E 또는 I를 오가는 사람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낯선 사람이 많은 새 학기나 새로운 모임에서는 I에 가깝다가, 발표 자리에서는 청중과 농담을 주고받는 등 마치 E처럼 보이는 사람을 종종 찾아볼 수 있는 것처럼요. 

이를 보완하고자 MBTI에 관한 한 연구는 426쌍의 커플을 분석한 뒤, 성격 유형 요인 27개를 추리고, 이를 다시 20개로 정리해서 세부 기준을 도출했습니다. 즉, 단편적인 시각으로 E와 I를 구분하는 게 아니라, 다섯 가지의 하위 기준에 따라 어느 쪽에 가까운지 판단하는 것입니다. 세부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능동적인가 vs 수동적인가:

능동적인 사람은 사교적이며, 낯선 사람과 쉽게 어울릴 수 있습니다. 사람들과 오래도록 연락하고 지내며 잘 교류하는 편입니다. 

반면 수동적인 사람은 여러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자신을 먼저 소개하기보다, 누군가의 소개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대화를 주도하기보다 대화가 진행되는 것을 두고 보는 것이 더욱 편안합니다.

 

② 표현적인가 vs 보유적인가: 

표현적인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고, 그 순간 흥미를 느끼고 있는지 분명하게 말하는 편입니다. 대체로 긍정적인 감정을 많이 표현하며, 따뜻하고 타인을 쉽게 신뢰합니다. 이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표현적인 사람의 특성을 잘 파악할 수 있습니다. 

보유적인 사람은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하고만 생각, 느낌, 관심사 등을 공유합니다. 정서 반응이 대체로 자신에게 향하기 때문에 감정이 일어나면 타인에게 숨기려 합니다. 따라서 ‘알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평가를 자주 받는 편입니다.

 

③ 다양한 관계를 맺는가 vs 밀접한 관계를 맺는가: 

다양한 관계를 맺는 사람은 여러 가지의 관심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기 다른 사람과 우정을 잘 유지합니다.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아합니다. 

밀접한 관계를 맺는 사람은 긴밀하고, 믿을 만한 친구와 제한적인 모임을 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관심사와 활동 범위가 비슷한 사람을 편하게 생각하고, 1:1 대화를 더욱 좋아합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어울려 대화하는 것을 어색해할 수 있습니다.

 

④ 활동적인가 vs 반추적인가: 

활동적인 사람은 직접 경험해 보고 관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경청한 뒤 질문하는 방법으로 학습할 때 가장 잘 배울 수 있습니다. 조용한 모임보다는 활발한 모임을 더욱 편안하게 생각합니다. 

반추적인 사람은 신체적이고 언어적인 교류보다는 시각적이고, 정서적인 참여를 더 선호합니다. 조용하게 사색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가장 잘 학습하는 편입니다. 

 

⑤ 열성적인가 vs 정적인가: 

열성적인 사람은 언어 표현이 많고 활기찬 느낌을 줍니다. 관심받는 것을 좋아하고 대화를 통해 자신을 드러냄과 동시에 타인의 정보를 습득합니다. 

정적인 사람은 에너지를 속으로 간직하기 때문에 ‘조용하다’는 평가를 받을 때가 많습니다. 또한 주변의 일에 대해 내면에서는 풍부한 감정 반응이 있지만, 이를 겉으로 표현하지 않습니다. 표현할 언어를 찾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강조할 때 더욱 말을 줄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E와 I를 결정짓는 기준은 매우 세세하고, 구체적입니다. 전체적인 성향은 I에 가깝더라도, 다섯 가지의 세부 기준 가운데 어떤 것은 E로 향할 수 있습니다. 

낯선 사람과 어울리는 걸 불편해하는 사람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어떤 모임에 초대됐는데, 모두 이미 아는 사이인 것 같고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어색함에 눈치만 보던 중, 누군가 가벼운 미소를 머금고 다가와 “여기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죠? 저도 어색해요.”라며 농담을 던집니다. 이때 비록 I일지라도 표현적인 사람이라면 “맞아요! 이런 모임이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말을 걸어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라고 I답게 작고 조용한 목소리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이 E인지, I인지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특징’이 드러나는지 명확히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상황에 따라 장점을 더욱 강조할 수도, 단점을 보완할 수도 있습니다. 

보유적인 사람은 어떤 일에 흥미를 가지고 활동할 때 “재미없어? 다른 거 할까?”라는 말을 종종 듣곤 합니다. 흥미가 있고 호기심이 생길수록 감정이나 생각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자신에게 보유적인 성향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 “아니야. 너무 재미있어. 내가 원래 집중하면 말을 잘 안 하는 편이야.”라고 설명할 수 있겠지요. MBTI를 바탕으로 자신을 스스로 이해하고 타인에게 알려줄 수 있다면, 일상의 사소한 오해나 불편함을 점점 줄여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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