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지난 편에서 MBTI(Myers-Briggs-Type Indicator,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는 양극단에 위치한 지표 가운데 개인의 성향이 어느 쪽에 가까운지 보여주는 성격검사라는 점을 살펴봤습니다. 예를 들어 ‘외향형(E)’과 ‘내향형(I)’은 나를 움직이는 에너지의 방향을 기준으로 밖으로 발산되는지, 나로 향하는지에 따라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번 편의 주제인 ‘감각형(S)’과 ‘직관형(N)’은 사람이나 사물을 인식하는 방식에 대한 개인의 성향을 보여줍니다. 어떤 것을 ‘인식한다’는 것은 자극을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일련의 정신 과정입니다. 즉, 감각형과 직관형은 지각, 기억, 상상, 개념, 판단, 추리 등 무엇을 알게 되는 종합적인 과정의 방식에 관한 것입니다.

먼저, 감각형은 대상을 오감이나 경험에 의존해 인식합니다. 현실적인 성향이 강하며, 경험을 중시하고 현재에 초점을 맞추어 일을 처리합니다. 숲보다 나무를 보는 편입니다. 반면 직관형은 직관과 영감에 의존하며, 이상주의적이면서 미래지향적인 편입니다. 아이디어를 중시하고, 개연성과 의미에 초점을 맞추어 신속하면서도 비약적으로 일을 처합니다. 나무보다 숲을 보려는 경향이 강하며 비유적, 암시적으로 표현합니다.

감각형과 직관형은 같은 풍경 사진을 두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묘사하기도 합니다. 감각형의 사람은 그림 속의 나무 형태나 색상, 사람의 명수, 그들의 표정 등 오감을 이용한 정보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직관형은 그림의 분위기, 화가의 관점, 그림 이면의 스토리를 먼저 떠올립니다. 이는 대상을 처음 접했을 때 발생하는 인식의 과정이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그림을 살펴볼 경우에는 감각형과 직관형 모두 비슷한 결과에 도달합니다.

 

4개의 선호 경향(E-I/S-N/F-T/J-P)은 각각 다섯 개의 하위 세부 기준에 따라 측정된다고 지난 편에서 설명해 드렸습니다. I일지라도, 세부 기준 중 하나인 ‘표현적인가 vs 보유적인가’에서 표현적 성향이 강하다면 특정 상황에서는 마치 E처럼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감각형과 직관형도 마찬가지로 다음의 세부 기준에 따라 분류됩니다. 자신이 때로는 감각형처럼, 때로는 직관형처럼 느껴진다면 각각의 기준에서 어느 쪽에 가까운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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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구체적-추상적

- 구체적: 매우 실제적인 편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감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방식에 따라 일하거나 말하기를 좋아합니다. 이는 인식과 의사소통, 학습 방식, 세상을 보는 시각, 오락, 가치에 대한 선호 등에도 적용됩니다. 사실 이면의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워합니다.

- 추상적: 아이디어나, 아이디어 간의 관계에 대한 개념 및 추상적인 의미에 초점을 두는 것을 선호합니다. 비문자적인 해석에도 편안함을 느낍니다.

 

② 현실적-창의적

- 현실적: 자신과 타인에게 유용하거나 구체적으로 유익한 물건을 선호합니다. 상식에 가치를 두는 편인데, 이는 그간의 경험으로 검증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편안함이나 가족의 안전을 중시합니다.

- 창의적: 구체적인 것 너머의 가능성에 가치를 둡니다. 현재보다 앞으로 무엇이 더 흥미로울 것인지를 찾으며, 새롭고 특이한 경험을 다루는 데 비상한 능력을 보입니다. 어떤 문제에 관해 새로운 해결책을 찾는 것도 즐기는 편입니다.

 

③ 실용적-개념적

- 실용적: 자신에게 익숙하고 실용적인 방식으로 이미 알려진 자료나 대상을 사용해 작업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혁신을 서서히 이루려 하고, 이득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무난하고 실제적인 이득에 더 관심을 갖습니다.

- 개념적: 복잡한 것을 편안해합니다. 명확하게 지시되거나 겉으로 드러난 의미보다 암시적이고, 추론적인 의미에 더 많은 호기심을 갖습니다. 구체적인 것보다 그 이면의 아이디어나 가능성을 가치 있다고 판단합니다. 시험 점수를 잘 받는 경향이 있으며, 잠재적인 이득을 위해 위험을 기꺼이 감수합니다.

 

④ 경험적-이론적

- 경험적: 진실과 타당성의 일차적인 준거로 경험을 사용합니다. 이미 경험적으로 입증된 방법을 바꾸는 것은 이득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해진 절차가 없는 새로운 과업을 시작할 때는 이미 최선이라고 알려진 방법을 바탕으로 시행착오적인 접근에 따라 착수하는 걸 선호합니다.

- 이론적: 구체적인 사물 너머의 개념이나 아이디어와의 관계, 그리고 잠재적인 관계의 연관성을 잘 인식하는 편입니다. 이미 발견됐거나 알려진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추상적인 개념, 또는 아이디어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통해 세상을 탐구합니다. 새로운 과업에 대한 접근이 비상하고 통찰력이 있습니다.

 

⑤ 전통적-독창적

- 전통적: 전통적인 것이 개인과 사회적 환경에 의한 타당성, 연속성, 안전성을 제공한다고 믿습니다. 이들은 전통적인 규준에 반대되는 일시적 유행이나 습관을 불편하게 느낍니다. 시간이나 경험, 사회적 검증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독창적: 자기표현의 수단이나 일상 활동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이 독창적입니다. 창의적이며, 모험적이고, 진취적입니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주도적으로 설명할 수 있으며, 이들에게 똑같은 방식은 의미가 없으므로 다양한 방법을 추구합니다.

 

흔히 우리는 감각형을 현실적으로, 직관형을 창의적으로 보편화합니다. 하지만 ‘한국 MBTI 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종종 세부 기준의 기질이 혼용돼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구소는 한국인 4139명의 MBTI를 분석한 결과, 감각형의 11.3%가 다섯 번째 세부 기준, ‘전통적-독창적’에서 직관형의 기질인 ‘독창적’ 성향을 지닌 것을 발견했습니다. 반대로 직관형의 18.9%는 네 번째 세부 기준, ‘경험적-이론적’에서 감각형의 기질인 ‘경험적’ 성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직관형의 100명 중 19명은 개념이나 아이디어보다 경험적으로 입증된 방식을 선호한다는 것입니다. 감각형 100명 중 11명은 관습적인 규준보다 독창적이고, 모험적인 방식을 더욱 편안하게 느끼는 것이지요. 직관형이 더욱 창의적이고, 감각형이 덜 창의적이라는 고정관념은 이처럼 쉽게 깨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세부 유형을 점검해 보고, 스스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가는 것이 좋습니다.

 

*MBTI 더 알아보기

영국물리학회 IOP(Institute of Physics) 저널에 감각형과 직관형의 수리적 능력과 관련한 흥미로운 연구가 실렸습니다. 연구진은 우리나라의 중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계산 또는 수리적 이론을 다른 학습에 활용하는 능력(Mathematical external connection ability)’과 ‘감각형/직관형 성향’을 설문지로 조사한 뒤, 면접을 통해 두 요인의 관계를 심층 분석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감각형과 직관형 모두 수리적 능력을 일상생활에 적용할 때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타 과목을 학습할 때, 수리적 능력을 활용하는 면에서는 직관형의 학생들이 좀 더 수월하게 적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규모의 연구였기 때문에 일반화를 위해서는 대규모의 검증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직관형의 기질을 가지고 있다면 다른 과목을 학습할 때, 수학적 개념을 활용하는 시도를 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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