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주현 아이나래 소아정신과 원장]

 

사진 천지창조 픽사베이

 

로마 교황이 선출되는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에는 16세기 르네상스 미술의 최고 걸작이라고 할 수 있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가 그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장면은 ‘아담의 창조’일 것이다. 하느님의 손가락 끝에서 완전한 누드인 아담의 손가락 끝으로 생명의 불꽃이 전달되려는 장면에서 두 손가락은 맞닿아 있지는 않다.

하지만 하느님과 아담의 눈길을 맞닿아 있다. 이미 창조는 그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죠셉 캠벨은 개인 대 개인의 아모르적 사랑의 기원을 설명하면서 중세 음유 시인의 노래를 인용한다. “이렇듯 사랑은 눈과 눈을 통하여 마음을 얻는다.” 영화 ‘슈렉 2’의 서브캐릭터였지만, 초롱초롱 쳐다보는 애교눈빛의 히트로 스핀오프 영화와 시리즈까지 만들어진 ‘장화 신은 고양이’ 푸스도 눈 맞춤의 강력함을 보여준다.

사진 장화신은 고양이 CJ엔터테인먼트

실제로 우리 자신의 존재도 이러한 눈 맞춤에서 시작되었다. 우리 부모님의 눈 맞춤으로 시작된 사랑에서부터 우리가 태어나게 되었으니. 하지만 우리는 또 하나의 강력한 눈 맞춤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것은 우리의 갓난아이들과 눈 맞춤이다. 영화와 CF에서 이 장면을 식상할 만큼 수없이 재현되지만 역시나 우리는 또 다시 심쿵하게 된다. 그것은 우리의 뇌에 새겨져 있는 본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본능은 생존을 목표로 하는 자동적인 신체 반응이다.아기는 이러한 본능의 자극을 통해 자신의 생존을 보장받는다. 아기의 귀여움은 가장 강력한 생존무기이다.

 

아기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다른 사람을 흉내 낼 수 있다. 그것은 거울 뉴런(mirror neuron) 덕분이다. 거울 뉴런은 이미지를 통해 타인의 마음을 마치 나 자신이 직접 경험하듯이 내적으로 시뮬레이션하며 이해하는 능력인 공감(empathy)을 가능하게 해주는 뇌 세포이다. 아기들은 거울을 보지 않아도 저절로 우리의 표정을 따라한다. 그 표정은 다시 우리에게 강렬한 감정을 경험하게 한다. 행복감이라는 감정이 눈을 통해 서로의 뇌 속의 거울 뉴런을 자극하여 둘을 하나가 되게 한다. 우리가 영화를 실감나게 보고 울고 웃을 수 있는 것도 이 거울 뉴런 덕분이다. 그 영화 속 캐릭터에 거울 뉴런을 통해 공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여성이 공감을 더 잘 하고, 드라마 덕후가 쉽게 되는 것도 남성보다 거울 뉴런이 더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뇌영상 연구를 통해 이러한 거울 뉴런은 인간에서는 아래 두정엽와 위 측두 고랑, 아래 전두 이랑에 분포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진 http://mentalmicroverse.tumblr.com/post/104384999851/mirror-neurons-and-empathy

 

거울 뉴런은 1990년대 이탈리아의 신경심리학자 자코모 리촐라티는 짧은꼬리원숭이(macaque monkeys)를 연구하다가 다른 원숭이의 뭔가를 잡는 행동을 보기만 하는데 마치 자신이 움직이는 것처럼 반응하는 신경세포를 발견하였다. 그것이 거울 뉴런이다. 거울 뉴런은 인간과 매우 근접한 영장류에만 존재하고, 짧은꼬리원숭이에서는 주로 신체운동 영역에서만 반응한다. 하지만 인간은 의도된 행동, 표정, 감정 등 다양한 영역에 거울 뉴런이 반응하여 모방을 통해 언어 습득이나 공감이 가능하게 한다. 인간이 사회적 존재로서 문화를 형성하는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할 수 있는데 이 거울 뉴런이 큰 역할을 했다.

 

  • 그런데 이 복잡한 뇌과학 정보가 우리 아이들의 육아와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생후 6개월부터 아기들은 주위 환경을 탐색하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눈 맞춤을 통해 돌봐주는 대상(care-giver)과 상호작용을 시작한다. 눈길을 통해 자신의 관심을 표현하기 시작하고 돌보는 이는 그것에 반응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거울 뉴런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아기와 돌보는 이, 서로의 관심을 공유할 수 있는 공동 주시(joint-attention)가 바로 이 거울 뉴런에 의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엄마의 눈을 맞추며 방끗 웃는 능력, 엄마가 아픈 시늉을 할 때 ‘호’해주는 능력, 뽀로로를 보면서 동작을 따라하는 능력, 실제로는 없지만 상상으로 음식을 ‘얌얌’ 먹는 시늉을 하는 소꿉놀이를 할 수 있는 능력이 모든 것이 거울 뉴런의 작용이다.

 

아이들이 언어를 처음 습득하는 과정에서도 거울 뉴런의 작용은 결정적이다. 먼저 엄마와의 눈 맞춤을 통해 감정적 연결- 튜닝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우연히 “큐” “마마” 같은 옹알이, 언어적 반응을 아기가 보일 때 나타나는 엄마가 짓는 미소에 의해 그러한 언어적 행동의 강화가 이루어진다. 엄마의 미소가 아이의 거울 뉴런을 통해 기쁨을 공감하게 만들어 행복감을 주고, 기뻐하는 엄마의 미소를 유발한 행동 - 말을 더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거울 뉴런을 통한 조건반사를 통해 언어활동은 촉진된다.

 

TV만 계속 보는 것보다 엄마와 눈을 마주치며, 미소를 주고받는 상호작용이 아이의 언어 발달과 정서 안정을 촉진시키는 것은 당연하다. TV만 보게 하면 자폐증이 생긴다는 오해가 있는데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엄마가 너무 지치고 우울해서 아이와 눈 맞춤을 하면서 미소 지을 수 없이 소진 -번 아웃(burn-out)된 상황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촉진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엄마가 옆에서 함께 TV를 보면서 아이의 반응(언어나 행동)에 맞장구를 치면서 리액션을 잘 해준다면 TV 시청이 절대적으로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하기는 쉽지 않기에 여러 국제적 권고에서는 만 2세 이전에 유아들에게 스마트 미디어에 노출시키지 말 것을 권하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 눈 맞춤을 통한 공동주시와 언어 발달을 촉진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기술은 다음과 같다.

1. 아기에게 “날 봐.”라고 이야기 한 후 아기의 얼굴을 살짝 터치하고, 자신의 얼굴을 터치하세요. 이렇게 언어적 유도자극(cue)를 준 후 아기가 반응할 시간을 주고 기다리세요. 그리고 아기의 반응(눈 맞춤이나 옹알이) 나올 때 웃어주세요.

2. 눈을 맞춘 후 여러분의 손가락을 보여주면서 아기가 종아하는 장난감을 가리켜(pointing) 관심을 유도하며 “봐” 라고 말해주세요. 그리고 부드럽게 아기의 얼굴을 장난감 방향으로 돌려주세요. 아기가 장난감을 보기 시작하면 그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주세요.

3. 아기가 제일 좋아하는 물건이나 장난감을 들고, 아기에게 “봐”라고 말하세요. 그리고 아기가 그 물건을 쳐다보고, 당신을 쳐다 볼 때만 (이 둘 다 만족되었을 때)만 보상으로 그 물건을 주세요.

4. “봐”라고 말한 후 아기와 눈 맞춤을 한 후 비눗방울을 불어서 아기가 그 비눗방울을 따라 시선이 움직이게 하세요. 그리고 그 반응에 미소나 말로 반응(리액션) 해주세요.

 

후천적인 자극 부족에 의한 애착 장애와 달리 이러한 거울 뉴런 신경계의 선천적인 이상이 있을 때 나타나는 것이 자폐증이다. 바로 거울 뉴런 같은 신경계의 이상 때문에 마음 읽기와 공감, 상황 이해에 어려움이 생겨 사회적 상호 작용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바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의 70%에서 지적 장애가 동반되어 언어 발달 지연 등이 나타나지만, 30%에서는 정상지능을 가지며, 언어 발달 지연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부모님들은 그냥 늦자라는 아이 정도로만 생각하고 진단과 치료시기가 늦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 유년기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의 증상은 다음과 같다.

 

1. 눈 맞춤을 회피하거나 제한된다.

2. 자신의 이름을 불러도 반응하지 않는다.

3. 검지를 사용하여 무엇을 가르치는(pointing) 등 몸짓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이 부족하다.

4. 엄마의 손을 마치 도구처럼 끌고 가서 원하는 물건을 집게 한다.

5. ~인 척하는 가장놀이(pretend play)- 사회적 상상 놀이, 소꿉놀이를 하지 못한다.

6. 자신이 그린 그림이나 새로운 물건을 엄마에게 보여주면서 자랑(showing)하는 모습이 부족하다.

7. 타인의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 엄마가 슬퍼하거나 아플 때 위로하는 행동이 없다.

8. 손가락을 펄럭이는 등 의미 없이 반복하는 상동행동을 보인다.

9. 제한된 관심사(공룡, 숫자, 자동차 바퀴)에만 몰두한다.

 

아이가 눈도 잘 맞추고 흉내도 잘 내고 엄마에게 뭔가를 자랑하기만 해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축복인지.....


내 아이의 눈 맞춤 하나에 웃고 울는 것이 우리 안의 이기적인 유전자의 작용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사랑이라는 이름의 굴레, 책임감이라면 기꺼이 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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