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위한 트라우마 회복스킬 1.

사진 픽사베이

트라우마(trauma)라는 심리학의 전문용어가 이제는 일상용어처럼 사용하는 시대가 된 대한민국에서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키우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넘어갈 일을 사람들이 너무 호들갑스럽게 과장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수 있습니다.

마음의 상처를 뜻하는 ‘트라우마’라는 단어는 자네, 프로이트 이후 많은 심리학자들의 관심이 되어 왔습니다. 그것은 생각보다 흔하지만 성인이 된 후에까지 여러 가지 콤플렉스로 남아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성폭력을 당하는 여자는 남자의 압도적인 신체적 힘에 눌려 싸울 수도 도망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당하게만’ 됩니다. 수치감과 분노 뿐 만아니라 그 ‘무력감’이 그 여자의 정신을 무너지게 하고, 그것이 트라우마가 됩니다.

 

비슷하게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왕따를 당하는 학생도 참아 보기도 하고, 싸워도 보고, 그래도 해결이 되지 않아 부모님에게 말해 보기도 합니다. 부모님이 선생님을 찾아가서 상의하여 선생님이 반 아이들에게 주의도 줍니다. 하지만 반 아이들은 도리어 은근히 따돌리는(은따) 형태만 바꿀 뿐 친구로서 받아들여주지 않습니다. 왕따를 당하는 아이는 이런 경험을 할 때 성폭행을 당하는 사람이 느끼는 것과 비슷한 무력감을 느끼게 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구나.’, ‘그냥 당할 수밖에 없구나.’

 

이러한 무력감은 그 사람의 자신감에 큰 상처를 줍니다. 더 이상 자기 자신을 믿을 수도 없고 다른 사람들, 세상도 믿을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몸과 감정도 통제하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게 됩니다. 지나치게 긴장했다가 긴장이 풀리면 푹 처져버리게 됩니다. 감정의 기복이 생기고, 의욕이 사라집니다.

 

과거를 생각하면 괴롭고 미래를 생각하면 두렵습니다. 하지만 온통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차 현재는 찌그러듭니다.

지금 여기에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꽉 막혀서 마음과 몸은 멈춰 서게 됩니다. 생각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몸은 따라가지 못하면서 자기 자신에 대해 더욱 실망하게 됩니다.

그리고 주변의 약한 고리, 보통 엄마에게만 거칠게 덤벼들기도 하지만, 혼자 있을 땐 그런 찌질한 자신을 부끄러워하게 됩니다.

 

이렇게 작지만 지속적인 트라우마는 일회성의 큰 트라우마 못지않게, 어쩌면 더 심하게 한 인간의 정신을 뒤틀어 놓습니다. 성격이 바뀌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의 상처인 트라우마는 보이지는 않지만, 도리어 몸의 상처보다 더 무섭기도 합니다.

그리고 트라우마의 의한 이러한 과정을 자신의 약함이나 문제로 생각하고, 자책함으로써 회복으로 갈 수 있는 힘을 더욱 잃어버리게 됩니다.

 

자녀가 트라우마를 받은 상황에서는 부모님도 동시에 간접 트라우마를 받습니다. 충격적인 상황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트라우마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나의 자녀에게 이런 일이 생긴 것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고 화가 나실 겁니다. 너무 당연하지요. ‘혹시 내가 잘 돌보지 못해서 이런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부적절한 죄책감에 시달리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힘든 것은 아이들이고, 혼란스러운 아이들을 바로 옆에서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부모님이십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속담처럼 지금은 부모님께서 본인의 정신줄을 꽉 잡아야 할 순간입니다.

 

트라우마와 관련된 사건들에 대해 자녀가 부모에게 말을 해주었을 때 부모님께서 해야 할 첫 번째 행동은 ‘부모님을 믿고 말해 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말한 ‘용기’에 대해서도 칭찬을 해주세요. ‘왜 말하지 않았냐? 이렇게 했었어야지.“ 등의 말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학교폭력의 피해자의 경우 부모님께서는 우선 아이의 입장에서 공감해주면서 안심시키고 아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흔히 내 아이의 잘못을 먼저 지적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하는데 아이의 마음을 다독이는 것이 우선입니다. 객관적 사실보다 아이가 느끼는 주관적 진실이 더 중요합니다. 부모가 자신의 편이라고 느끼게 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야지 함께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고 아이가 느낍니다.

 

그 다음 객관적 사실 및 현재의 상태를 파악합니다. 내 자녀의 입장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정확한 사건의 개요, 진위여부, 피해 기간 및 강도, 가해자의 신상 파악 등을 한 후에 원인을 알아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자녀의 마음의 상처와 심리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 아이가 문제의 원인을 제공하였을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자녀의 사회성이나 언행, 친구를 대하는 태도 등에서 잘못된 점을 파악해 봅니다. 하지만 아이는 현재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 과정도 조심스럽게 추궁하는 것처럼 느끼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학교에 도움을 청합니다. 사건 처리를 위해 학교와 담임선생님께 사건을 알리고 도움을 청합니다. 앞서 설명한 학교폭력의 성립 요건인 고의성, 반복성, 힘의 불균형이 있다면 개별적으로 처리한다거나 그냥 덮어두고 넘어간다면 문제의 재발 뿐 아니라 또 다른 피해학생을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공식적인 처리절차를 밟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사건 처리 과정에서 자녀의 의견을 청취하면서 속도 조절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부모가 자녀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처리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트라우마의 본질인 무력감을 다시 느끼게 할 수도 있습니다. 자녀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학교폭력과 관련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 말에는 아래와 같은 것이 있습니다.

정신의학신문

도움이 되는 말은 아래와 같습니다.

정신의학신문

마음의 상처도 몸의 상처처럼 잘 소독하고 약을 바르거나 봉합수술을 하듯이 치료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소개할 트라우마 회복스킬들은 상처를 소독하고 약을 바르는 수준일 순 있지만, 그것만으로도 큰 트라우마나 작은 트라우마 모두에게 도움이 됩니다.

 

<출처 : 십대를 위한 9가지 트라우마 회복스킬 -멘붕탈출법, 학지사, 이주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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