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돼 데이빗!

사진 정신의학신문

"안돼 데이빗"은 1999년 미국 도서협회에서 주최하는 그림책 부분 우수상인 `칼데콧`상을 받은 작품으로 이 책에 나오는 데이빗의 모습은 너무나 개구진 악동입니다.

한 인터넷서점에는 127개의 마이리뷰가 붙어있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생각을 해주게 한 셈이네요. 그 공통된 내용 중에 하나는 만 2-3살 된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저의 아들도 만 3살 무렵 이 책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아이들이 아마 이 책의 주인공인 데이빗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이 책을 보고 데이빗을 따라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실제 상담이나 육아 현장에서 아이들의 모습에 대해 ‘잘 했다, 못했다’ 심판하는 경우보다 아이들의 행동을 그대로 되비쳐줌으로써 스스로 그 행동을 멈추게 할 수 있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저의 아들의 경우도 책에 나오는 것처럼 너무 심한 장난을 칠 때 웃으면서 “너, 데이빗이야?”라고 질문하면 아이도 웃으면서 “나 데이빗 아니야”라고 장난을 멈추기도 했습니다.

 

저는 소아정신과 의사로서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이하 ADHD)을 소개하거나 교육할 때 이 책을 많이 이용했습니다. ADHD로 진단받는 아동들 중에는 임신 중에 벌써 태동이 많은 경우도 있고 제가 본 환아 중에는 이미 100일 때부터 부산하게 팔을 흔들고 벽까지 굴러갔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동기 초기부터 부주의 또는 과잉행동, 충동성이 지속적으로 나타납니다. 엄마랑 있을 때처럼 아이의 요구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일 대 일 상황보다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같이 여러 명이 함께 있어 유연하거나 기민한 대응이 힘들 때 더 문제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만으로는 만 4-5세 아이들의 경우는 이러한 진단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정상적으로 3살부터 5살까지의 아동들은 정상적으로 활동적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ADHD와 관련이 많은 전두엽 부분은 사춘기 초까지 계속 발달합니다. 하지만 만 6세가 넘어서도 이러한 행동이 문제를 일으킬 만큼 지속된다면 ADHD를 고려해보아야 합니다. 초기에 치료하지 않을 시 2차적인 많은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부주의함으로써 받는 질책과 꾸중은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빼앗고 학습은 혼나는 꺼리로 전락되어 흥미를 잃게 됩니다. 친구나 선생님에게 계속 지적 받으면서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확고하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런 아이들은 청소년이 되면서 반항이나 우울, 불안, 인터넷 중독 등 다른 문제를 가지게 됩니다. ADHD아동이 겪는 어려움을 단순히 부모의 양육태도나 정서적인 문제로만 보는 것은 시력이 나쁜 아이가 뒷자리에 앉아 칠판 글씨가 잘 안 보여 딴 짓을 하는 것을 가정교육이나 학습동기의 문제로만 치부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책을 부모나 교사 교육에 사용할 때 꼭 드리는 말이 있습니다.

“책 속의 데이빗의 너무나 사랑스러운 표정과 모습은 모두에게 웃음을 불러일으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행동은 부모나 교사의 화를 일으킵니다.

ADHD의 증상을 공부하는 이유는 그 아이를 ADHD 환자라고 낙인찍기 위함이 아닙니다. 그 아이의 행동을 적절한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언어화하여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행동을 그림책 속의 데이빗처럼 사랑스럽게 볼 수 있는 내공을 쌓아 지혜롭게 대처하기 위해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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