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지대법

사진 픽사베이

 

내일이면 수능입니다. 1년의 시간을 견디어 오면서 시험장에 들어서는 수험생들의 심정은 마치 올림픽에 나가는 선수들의 심정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랜 동안의 노력이 시합장에서, 시험장에서의 순간에 의해 판가름 나기 때문입니다. 그 부담감을 이겨내는 지혜를 스포츠 선수들에게 배워볼 수도 있습니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대기석에서 스윙을 하는 야구 선수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할까요?

1. 우선 선수들은 타격감을 잃지 않기 위해 최근에 안타를 치거나 홈런을 친 장면을 마음 속에서 생생히 떠올린다. (이미지- 장면)

2. 그리고 공이 맞는 순간에 느껴졌던 몸의 감각을 떠올린다. (몸의 감각)

3. 안타가 되었을 때 짜릿한 기분, 감정을 떠올리면서 (감정)

연습 스윙을 한다.

 

이것이 이미지 트레이닝의 순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트라우마의 치료에서 사용되는 안전지대 기법(safe place technique)이라는 기법에서도 똑같이 응용이 됩니다. 안전지대법은 상상력을 이용하여 내 마음이 가장 편안하고 안전하게 느껴지는 장소 속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수험생을 위한 안전지대는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도 괜찮습니다. 작은 성공의 경험이면 됩니다. 안전지대는 초등학교 때 상을 받은 기억일 수도 있고, 학원 연주회에서 발표를 한 기억일 수도 있습니다. 시험을 잘 보아서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칭찬을 받거나 그림을 잘 그려서 친구들이 부러워한 기억일 수도 있습니다. 달리기를 하면서 힘들었지만, 끝까지 완주해 내어 뿌듯했던 기억일 수도 있습니다, 그 때의 느낌을 감각을, 야구 선수의 타격감처럼 떠올리는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1. 장면, 2. 몸의 감각, 3. 감정이 필요합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최대한 그 장면을 생생하게 떠올리는 것입니다. 3D(입체 화면)를 넘어 4D(신체 감각까지 포함)로 경험하는 것입니다. 우선 안전 지대로 들어가는 장면은 유튜브 비디오의 첫 화면처럼 그 장면을 가장 잘 표현하는 정지화면에서 시작합니다. 시작을 돕기 위해 그 장면에 간단하게 제목을 붙여도 좋습니다. 그리고 몰입을 돕고 몸이 기억하는 것을 촉진시키기 위해 양측 무릎을 좌우교대로 두드려주는 양측성 자극을 함께 줍니다.

 

그럼 실제 사례를 가지고 실습해보겠습니다.

재수생인 한 수험생과 실제로 함께 찾아본 안전지대 경험은 아래와 같습니다.

“과제 발표 전에 긴장했다가 "너무 긴장하지 말라"는 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편안해지면서 끝까지 실수 없이 발표를 마친 후(장면) 어깨에서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한 느낌을 받고(몸의 감각) 자리로 돌아오면서 편안한 기분(감정)이 들었다. “

이것을 바탕으로 실제 안전지대법을 연습하는 과정을 지시문으로 소개하겠습니다.

 

[안전지대법]

1. 자, 깊이 심호흡 한 번 하시구요.

눈을 감고 나의 안전지대의 이름을 되뇌면서, 그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제목: 발표 후 - 발표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는 장면)

그 장면을 떠올리면서 좌우 교대로 계속 자신의 무릎을 살짝 두드리세요. (10-15초)

다시 눈을 뜨시고 심호흡하세요.
2. 다시 눈을 감고 무릎을 좌우 교대로 두드리면서 그 장면을 떠올리면서 그 때 어깨의 긴장이 풀어지는 것을 느껴보세요. 그리고 어깨의 느낌(몸의 감각)에 집중하세요. (10-15초)

다시 눈을 뜨시고 심호흡하세요.

3. 다시 눈을 감고 무릎을 좌우 교대로 두드리면서 그 장면을 떠올리면서 그 때 어깨의 긴장이 풀어지는 것을 느껴보면서 그 때 편안한 기분(감정)도 함께 느껴보세요.(10-15초) 다시 눈을 뜨시고 심호흡하세요.

4. 다시 눈을 감고 무릎을 좌우 교대로 두드리면서 그 장면(장면)을 떠올리면서 그 때 어깨의 긴장이 풀어지는 것(몸의 감각)을 느껴보면서 그 때 편안한 기분(감정)도 함께 느껴보세요. 그리고 자신에게 "그 때처럼 잘 할 수 있다."(긍정 사고) 응원해주세요.(10-15초) 다시 눈을 뜨시고 심호흡하세요. 잘 하셨습니다.

익숙해지면 마지막 4번 지시문에 따라 한꺼번에 장면, 몸의 감각, 기분, 긍정적 사고를 차례로 떠올리면서 무릎을 두드리는 양측성 자극을 15초 정도 지속하고 멈춘 후 심호흡을 하세요.

 

안전지대 기법은 파블로프의 ‘조건반사’이론을 통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파블로프의 조건반사란?
강아지에게 밥을 줄 때마다 종을 치니까 나중엔 밥을 주지 않고 종만 쳐도 침이 나오더라는 관찰에 나온 이론입니다. 여기에서 종소리는 ‘조건’이고 침은 ‘반사’입니다.
파블로프 박사는 습관이 형성되는데 있어 동시에 반복해서 ‘조건’과 ‘반사’가 주어주면 별 상관이 없는 것이라도 연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실험으로 증명한 것입니다. 안전지대 기법에서 상상의 안전지대 ‘장면’은 조건이고 그 상상 속에서 느끼는 ‘편안한 기분’은 반사입니다.
그 두 가지가 반복해서 주어지면 “조건반사”에 의해 안전지대 장면을 떠올리기만 해도 저절로 편안한 기분이 들게 되는 겁니다. 조건반사는 단번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무릎을 좌우 교대로 두드리는 것을 이런 조건 반사가 형성되는 것을 돕기 위한 방법입니다.

 

남은 시간 동안 안전지대법을 열심히 연습해보시고 수능 당일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시길 빕니다.

 

<출처 : 십대를 위한 9가지 트라우마 회복스킬, 멘붕탈출법,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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