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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더 행복한 3가지 이유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09.01 07:10

[정신의학신문 : 구로 연세 봄 정신과, 박종석 전문의] 

 

누구나 노화를 두려워한다. 젊음을 부러워하고, 자신의 20, 30대 시절을 그리워하며 반추한다. 필연적인 시간의 흐름 앞에 나이듦을 회피하고자 피부를 가꾸며 운동을 하거나, 면역력을 키우는 약과 비타민을 챙겨 먹는다. 물론 육체적인 면에서 보자면 젊은이는 노인보다 강하고 매력적이며 아름답다. 왕성한 에너지와 활기가 있고, 며칠밤을 새워도 지치지 않는 인내심과 체력도 있다.

하지만 정신적인 부분에선 어떨까? 젊음이 반드시 노년보다 행복할까?

 

2010년 미국에서 ‘전반적 삶의 만족도’에 관한 연구를 시행했고 3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그 결과 그들의 삶의 만족도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 가장 높았고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 가장 낮았다. 주목할 것은 50대 초반에 바닥을 찍은 삶의 만족도가 60대, 70대에서는 다시 반등했고, 80대에는 10대 후반과 비슷할 만큼 높은 수치로 상승했다는 것이다.

또한 정서적, 감정적 스트레스에 대한 항목만을 놓고 비교해 보자면 22세 때가 가장 높고 그 이후부터 점차 줄어들었으며 평균 85세가 되면 가장 낮은 지점에 이른다.

즉 젊었을 때의 정서적 혼란과 불안, 고민들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익숙해지고 안정감을 찾게 된다는 의미이다. 또한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의 정서적 수용성에서 보이는 가장 큰 차이는 젊었을 때는 부정적 정서에 무척 예민하게 반응하고, 나이가 들면 긍정적 정서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사진_픽셀


스탠퍼드대학의 로라 카스텐센 교수가 제시한 사회정서적 선택 이론에 따르면 젊었을 때는 살면서 생기는 나쁜 일에 더 많이 고민하고 걱정하지만 노인이 되어서는 나쁜 일보다는 좋은 일에만 집중하면서 살게 된다. 이 연구에서는 

1. 젊은이들은 현재가 아닌 미래에 집중하면서 살지만, 노인들은 철저히 현재에 집중한다.

2. 젊은이들이 경제적이고 물질적인 것에 집착하는 반면, 노인들은 정서적, 감정적인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3. 젊은이들이 우울, 불안, 두려움을 유발하는 자극에 훨씬 집착하고 고민하는 반면, 노인들은 기쁨, 행복, 긍정적인 자극에 집중한다, 또한 부정적 자극을 의도적으로 회피한다.

이 3가지 특징으로 인해 노인들이 젊은이들보다 더 행복하고 삶에 만족감을 느낀다고 하였다.

 

뇌의 편도체에서 주로 다루는 불안,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영역을 차지하는 것이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대책, 준비, 걱정을 매일 하느라, 번아웃과 불면증, 우울증까지 생길 노릇이다. 하지만 노인이 되면 이 ‘미래에 대한 불안’은 어느 정도 해결된다. 어차피 남은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 간단한 사실은 우리에게 불안하고 고민할 시간에 차라리 현재를 더 즐겁게 보내자는 명제를 심어준다.

가장 좋은 사례로 유튜브에서 큰 이슈가 되었던 박막례 할머니를 들 수 있다.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 99%는 좌절한다. ‘아 이제 끝났구나’,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말아야지.’라며 요양원을 알아보거나 침울하게 남은 인생을 마무리하는 게 보통이다.

박막례 할머니는 달랐다. 70세가 넘어 초기 치매를 진단받은 순간, ‘이대로 죽을 순 없다.’라며 두려움 없이 막살아보기로 했다. 잘하지 못해도 그저 도전했다. 

그녀에게는 실패가 없다. 경험하는 모든 것이 그저 새롭고 즐거웠던 것이다. 그녀에게 유일한 실패란 이대로 멈추는 것, 즉 죽음이다. 즉 살아서 경험하는 모든 것이 도전이고 행복이었던 것이다. 한 번도 안 했던 것을 시도하고 세계를 일주하고, 유튜버가 되었다. 카지노에 가서 도박도 했으며 구글 본사에 초청까지 받았다.

그녀가 치매에 걸린 노인이 아니라, 20대 중반의 취준생이라면 그런 도전과 성취가 가능했을까. 아마 어려웠을 것이다. 노인이기에 가질 수 있는 긍정의 에너지와 두려움을 모르는 무모함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물론 이런 사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젊은 사람이 더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며, 20대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쉬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 어차피 시간은 돌릴 수 없으며, 젊어질 수 있다는 착각과 집착은 허무함만을 남긴다. 자연의 법칙을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노인이 된다. 후회나 미련이 없는 사람은 없겠으나 우리는 과거에서 경험과 현명함도 함께 얻었다. 살아보면 다 거기서 거기라는 것을. 자책할 시간에 오늘 하루를 조금 더 즐겁고 의미 있게 사는 게 훨씬 더 이득이라는 것을 노인들은 안다.

노화를 두려워하지 말자. 두려워해 봤자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우리가 취할 자세는 수용과 적응이다. 20, 30대의 젊음의 열정, 자극과는 전혀 다를 테지만, 60대 이후에도 누릴 수 있는 삶의 재미와 즐거움은 분명히 있다. 당신의 나이가 몇 살이건 중요치 않다. 두려움 없이, 오늘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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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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