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구로 연세 봄 정신과, 박종석 전문의] 

 

 

 

10만 원을 간다던 삼성전자가 육만 원대로 떨어지고, 3700까지 간다던 코스피가 2900으로 떨어졌습니다. 주가가 하염없이 떨어질 때 멘탈을 지키는 법은, 공황장애 치료법과 매우 비슷합니다. 주식투자란 사실 끊임없는 변수와 충격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평정심을 유지해나가는 과정으로 심리 치료가 무척 효과적일 때가 많습니다.

 

1.   패닉의 원인을 제거한다.

우선 처음에는 불안이 어느 정도 잠잠해질 때까지 주식창을 아예 안보는 것입니다. 한국 주식, 해외주식에 관련된 모든 어플과 프로그램을 제거하고 인터넷으로도 주가를 확인하지 않아야 합니다. 증권채널이나, 영상, 경제 신문이나 뉴스도 차단하는 게 좋습니다. 트라우마와 패닉으로부터 뇌가 회복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2주일이 걸립니다. 14일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뇌의 세로토닌 생성이 새로워지고, 무너진 신경전달물질의 균형도 어느 정도 회복이 되지요. 노르에피네프린이 편도체를 자극하고, 세로토닌과 전두엽이 이를 달래는데 소요되는 시간입니다. 추가적인 충격이 재발되지만 않는다면 우리의 뇌는 보통 2주 정도면 재부팅을 완료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1주일 정도는 휴가를 다녀오고, 그다음 1주일 동안은 정신없이 일에만 집중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2.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불안을 얘기한다.

폭락장이 이어질 때 가장 좋은 것은 2주가 아니라 최소 3개월 정도는 주식창을 안 보는 것이겠지만, 아마 대부분은 이를 지키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불안과 호기심, 초조감과 불면증에 시달렸을 것입니다. 이 경우 이 불안을 소거하기 위해 최대한 소리 내어 밖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불안과 두려움은 무의식적이고 내적인 것으로 출발하여 의식화된 상태로 외부에 공유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불안의 감정적으로 해석하는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인지하는 것입니다. 본인 스스로만 불안을 꽁꽁 싸매고 있으면 그 불안은 증폭되고 과장되며 왜곡되곤 합니다. 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합리적인 시각이 필요한데, 이미 초조하진 나는 그럴 수가 없는 것이지요. 따라서 제 3자의 피드백이 필요한 것입니다.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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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주위 환기, 집중을 분산시킨다.

주식 외에 집중할 수 있는 다른 것을 찾아 뇌의 관심사를 돌려야 합니다. 이럴 땐 고차원적인 사고 과정이 필요한 취미가 아닌, 일차원적이고 본능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취미가 좋습니다. 맛집을 찾아다닌다거나, 먹방 유튜브를 본다거나, 별생각 없이 시간을 흘려보낼 수 있는 만화책 보기, 게임하기, 액션 영화 보기 등이 좋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도저히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주가가 폭락했을 때, 오직 리그 오브 레전드(LOL)라는 게임을 하며 불안을 달랬습니다. 주가가 더 떨어졌으면 어쩌나? 지금이라도 손절을 하거나, 물타기를 해야 되는 게 아닌가? 빨리 정리하고 다른 종목으로 갈아타서 손실을 만회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었고, 매시간, 매분, 자책으로 괴로웠습니다. 너무 피곤해서 졸릴 때까지 게임을 했고, 그제야 잠이 들 수 있었습니다. 

 

4.   인지 치료와 마인드 셋

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황장애가 재발하듯이, 주식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도 재발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정보를 차단하려 해도 누군가 회사에서, 단톡방에서, 점심을 먹다가 무신경하게 주식 얘기를 꺼내는 바람에 당신의 가슴은 불안으로 요동치게 될 겁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불안을 분리하는(isolation) 습관입니다. 의식적으로 인지과정을 교정해보는 것입니다. 

 

김 과장이 “요새 주식 정말 파랗던데,,,,,이 대리는 주식 안 하나?”라고 물었을 때 

A: 자극 인식 ->  억압된 나쁜 기억을 상기시킨다 -> 불안과 패닉이 재발한다 

B: 자극 인식 -> “전 안 해요, 과장님. 혹시 야구나 골프 같은 취미는 안 하세요?” 화제 전환.

C: 자극 인식 -> “네 과장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or 전화 좀 받고 오겠습니다.”

처럼 A 루트가 아닌 B나 C의 우회로를 선택함으로써 불안과 정면 승부하지 않고 이를 피해버리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이 불안을 극복하는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저 불안한 감정, 주식과 관련된 주제를 상자에 넣어 가둬버리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사고 과정이 루틴이 된다면 당신은 불안과 마주할 타이밍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감당하지 못할 때 불안함으로부터 뒤덮여버리는 것이 아니라, 작은 상자에 봉인해 둔 불안을 차분하고 여유가 생겼을 때 열어서 다뤄볼 수 있는 것입니다. 만만치 않은 적과 싸울 시간과 장소를 내가 정할 수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유리한 이점입니다. 내 컨디션이 최상일 때 불안과 맞닥뜨리면 우리는 문제를 왜곡해서 인지하지 않습니다.

 

5.   두 번째 사고를 막는다.

폭락장에서 매일 번지 점프하는 주가를 보면서 멘탈이 붕괴되었을 때 우리를 정말 괴롭게 하는 것은 후폭풍입니다. 주가가 아무리 떨어진다고 해도 사실 우리가 투자로 잃은 것은 돈 뿐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미수나 신용대출, 친구 돈을 빌려서 투자한 게 아니라면 대부분 첫 번째 사고에서 잃은 돈은 1억 이하일 것입니다. 물론 큰돈이지요. 하지만 손실에 집착하고 불안을 다스리지 못하면 2차 피해가 생깁니다. 항상 지진보다 여진이 무서운 법이니까요.

주식으로 잃은 돈이 눈에 밟혀 당신은 일상과 회사일, 연애, 가족에게 소홀하게 될 것입니다. 친구, 부모님, 회사 상사, 연인의 말을 경청하지 않을 것이며 하루 종일 멍하니, 딴생각을 할 겁니다. 나쁜 아버지, 무관심한 연인, 근태가 불성실한 직원이 되어 갈 겁니다. 인사고과나 연봉협상에서 나쁜 결과를 받을 것이며, 여자 친구에게 차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그 박탈감을 다시 주식투자로 보상받으려 하겠지요. 이는 더 큰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주가가 폭락할 땐 일상과 본업, 회사와 가족에게 평소보다 2배 이상 집중하고 노력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과정에서 당신의 대인관계와 직업적 기능은 회복될 것이며, 때로는 주식투자로 잃은 돈은 만회할만한 좋은 일도 생기게 될 것입니다.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신촌세브란스병원 전공의
전) 서울대병원 본원 임상강사, 삼성전자 부속의원 정신과 전문의
현) 신촌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외래교수, 연세대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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