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

 

명심해라.

엄마가 약해지면 아이도 약해진다는 사실을!

손을 내밀어선 안 된다.

제가 넘어진 이상 제 힘으로 일어나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난관이나 역경에도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해낼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을 기대한다. 이건 모든 부모의 공통적인 바람일 것이다. 한데도 이상한 일은 그렇게 되길 바라면서도 그렇게 키우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넘어진 아이는 일으키지 마라.’

이건 동서고금을 통해 육아의 기본이다. 하지만 한국의 엄마는 반사적으로 손이 나간다. 일으키는 것만이 아니다. 부둥켜안고 함께 우는 시늉을 해가며 달래 준다. 진작 그쳤어야 할 울음도 아이는 몇 번 더 칭얼댄다. 넘어진 후 이렇게 따뜻한 보상이 돌아온다면 몇 번 더 넘어짐직도 하다. 영리한 아이라면 그럴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환자가 있다. 다치기를 잘하는 자해증 환자다. 그렇게 함으로써 엄마의 관심을 끌 수 있고, 또 포근한 사랑을 받을 수 있다면 왜 안 해? 하루가 멀다고 다칠 것이다. 사고를 잘 일으키는 소위 ‘사고성향 성격’의 형성은 이러한 엄마가 원인이다. 때로는 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내기도 한다. 이렇게 비싼 대가를 치르는 까닭은 엄마의 따뜻한 손길이 그리워서다.

 

아이가 넘어지면 울상을 지으면서 일단 엄마를 쳐다본다. 도와달라는 본능적 구조 요청이다. 이때 약해지는 게 한국의 엄마다. 하지만 명심해라. 이럴 때 엄마가 약해지면 아이도 약해진다는 사실을! 손을 내밀어선 안 된다. 일어나란 소리도 않는 게 좋다. 제가 넘어진 이상 제 힘으로 일어나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무슨 일어나란 소리가 필요한가.

싫으면 그대로 있어도 좋다. 그건 그의 자유다. 그러나 일어나야겠다면 제 힘으로 일어나야 한다. 그건 그의 책임이다. 그리고 ‘일어날 수 있다’는 이 분명한 사실을 몇 번이고 엄마 마음속에 확인해둘 필요가 있다. ‘그는 일어날 수 있다, 혼자 힘으로.’ 그렇다고 쳐다보는 아이를 모른 척하고 외면해서도 안 된다. 그냥 담담히 지켜보고 있으면 된다.

 

‘하지만 어미 된 죄로 어찌 그럴 수가 있느냐, 그렇게 매정한 어미가 되어서야 쓰겠느냐. 넘어진 아이가 마음의 상처를 받을 것이다. 그런 엄마를 어떻게 믿을 수 있을 것이며, 모자간이란 게 뭔데 그 경우에도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거냐.’

물론 이런 반론도 성립한다. 나는 그런 엄마를 탓하고 싶진 않다. 그렇게 키워야겠다면 그것도 한 방법이다. 다만 ‘과잉’이란 정도로까지 해선 안 된다는 원칙은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숙제하라고 독촉하는 엄마도 마찬가지다. 노는 데만 정신이 팔린 아이라면 한 번쯤 주의를 환기시키는 정도라면 좋다. 그러나 빨리 숙제하라고 다그치지는 말아야 한다. 어떤 엄마는 옆에 붙어 앉아 이것저것 도와준다. 시간이 다 되면 그만 엄마가 급해진다. 그러곤 아예 엄마가 대신해준다. 그래야 선생님 꾸중을 면할 테니까. 세상에 이럴 수가, 애가 숙제를 안했다면 당연히 꾸중을 들어야지, 그게 무서워 엄마가 대신해주다니. 자기가 한 실수라면 자기가 책임을 져야 한다. 꾸중도 들어야 하고 벌도 받아야 한다. 선생 꾸중에 아이보다 엄마가 겁을 더 낸다. 숙제 안 한 책임은 아이에게 있다. 할 일을 못했다면 당연히 응분의 벌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책임감이 생긴다.

요즈음 나약하고 의존적인 젊은이들의 출현은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배후엔 과잉 엄마와 엄마 같은 아빠가 있다. 누군가가 도와주기를 기다린다. 학교에서, 사회에 나와서도 혼자서 일을 처리하지 못한다. ‘요즘 젊은 사원은 시키는 일만 합니다.’ 간부 사원의 하소연이다.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할 생각을 못한다. 시키는 일만 기계적으로 하다가 땡 하면 곧장 퇴근한다.

 

이건 어릴 적부터의 습관이다.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나 부모가 달려와 잘 도와주지 않았던가. 이게 몸에 익으면 남들도 그리 해주려니 하고 기대한다. 그게 안 되면 실망한 나머지 남들을 원망한다. 자기 책임은 다하지 않으면서 남 탓만 하는 못난 사람이 되고 만다.

 

엄마, 그렇게 키워선 안 됩니다 중에서

 

 

이시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의학신문 고문
경북대학교 의학 학사
예일대학교 대학원 신경정신과학 박사
세로토닌 문화 원장, 힐리언스 선마을 촌장, 한국자연의학종합연구원 원장
정신의학신문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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