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최치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게임중독에 대해서 논란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몇 년 전에도 어떤 국회의원이 게임에 대한 예방법, 방지법을 언급했는데 많은 논란이 있었죠. 진료를 보다 보면 많은 어머니들께서 "내 아들, 내 딸이 게임 중독인 거 같다"라는 얘기를 하시거든요. 하루 종일 게임만 하고 친구도 안 만나고, 그래서 병으로 보는 관점이 있어요.

반대되는 관점으로는 게임이라는 게 하나의 문화 사업이잖아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하고 있고, 어떻게 보면 문화이고, 여가 산업인데. 이걸 어떻게 병으로 말할 수 있냐는 논란이 있습니다.

실제로 문화관광부 쪽에서는 아무래도 이건 하나의 산업이기 때문에 육성하려고 하고, 이것이 병이라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거부감이 있는 거 같고요. 반대로 보건복지부 쪽에서는 병이라고 포함을 시키면 복지의 영역에 들어가고 예방할 수 있는 영역에 들어가기 때문에 부처 간의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진_픽셀


Q. 어느 정도까지 게임을 해야 병이라고까지 얘기할 수 있을까요?

A. 몇 년 전에 기사가 있었는데, WHO(국제보건기구)에 게임 장애를 만든 사람한테 ‘어떤 정도가 게임 장애냐? 프로게이머가 과연 병을 가진 사람이냐?’라는 질문을 했거든요. 거기서 중요한 건, 게임을 했을 때 우리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기분이 영향을 받았을 때 보통 장애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서 학생이면 사람도 만나고, 친구도 만나고, 공부도 하고, 일상생활도 해야 될 거고요. 성인이라고 해도 자기 직업적인, 사회적인, 개인적인 생활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게 안 될 때 병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정말 게임에 빠져있는 경우 하루 종일 정말 게임만 하고, 일상생활에 대한 어떤 다른 활동이 전혀 없습니다. 친구를 만나러 가지고 않고, 부모님이 밥 먹으라고 해도 밥도 잘 안 먹고요. 게임을 하기 때문에 밤에도 잠을 안 자고, 그래서 낮밤이 뒤바뀐 생활을 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이 정말 어려워지고, 많은 영역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Q. 게임의 어떤 요인이 게임중독을 만드는 걸까요?

A. 빙산이 있을 때 바다 위에 빙산이 조금 떠 있잖아요. 그 밑에는 엄청 큰 빙산이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게임이 중독이라고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원인의 하나의 결과, 이런 보이는 모습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한 아이가 있는데, 밖에 나가는걸 너무 어려워해요. 사회불안증이 있다든지, 우울증이 있다든지. 그럼 집에만 계속 있으면서 게임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겠죠. 또 하나는 가족관계에 어려움이 있어서 부모님과 대화가 단절되고, 그렇기 때문에 게임에 몰두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아니면 내 자존감이 너무 낮아서 내가 유일하게 잘할 수 있는 게임을 해서 게임에만 빠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죠. 그런 여러 가지 원인이 있기 때문에, 사실은 원인을 찾는 게 게임중독 자체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게임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데려오면 어떻게 치료를 권하시나요?

A. 부모님들은 "아이가 공부 좀 하게 해 주세요. 게임만 안 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말씀을 하시거든요. "학교도 필요 없고, 공부도 필요 없으니까, 게임만 안 하게 해 주세요."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데, 사실 저희들한테도 상당히 어려운 작업입니다.

첫 번째는 정말 그 친구에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찾아보는 게 먼저겠죠. 예를 들어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울이나 불안 증상이 있는지, 아니면 또래 관계에 어려움이 있는지, 가족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그걸 먼저 찾아봐주는 게 첫 번째입니다. 

아이하고 일단 얘기를 해봅니다. 예를 들어서 부모님께서는 그 친구가 하루에 게임을 열 시간씩 한다고 해요. 하루에 열 시간 이면 상당히 많은 시간이죠. 그런데 아이는 어떻게 얘기를 하냐면, 게임은 절반만 하고 나머지는 다른 거 하는 거라고 해요. 지금은 시대가 다르기 때문에 휴대폰으로 정보도 찾을 수 있고, 친구들과 교류하는 시간도 있는데, 어른들 입장에서는 그걸 다 뭉뚱그려서 게임한다, 핸드폰만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정말 이 친구가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시간과 아닌 시간을 구분해 주는 게 필요합니다.

후속치료가 있다면, 게임장애 자체만을 치료하는 약물은 없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울이나 불안이 있다면 거기에 대한 치료가 있을 수 있고요. 또래 관계에 어려움이 있다면 그것에 대해서도 중재를 한다거나, 가족 간에 어려움이 있다면 가족치료를 통해서 그런 걸 도와줄 수 있습니다.

 

Q. 일상생활에 장애까지는 주지 않지만, 게임을 많이 하는 아이들을 보면 걱정인 부모들이 많을 거 같아요. 그럴 때는 어떻게 훈육을 하는 게 좋을까요?

A. 아이하고 일단은 협상을 해봐야 합니다. 어른이 "너 이것만 해" 이렇게 하면 상당히 거부감이 들잖아요. 아이가 원하는 시간과 부모가 원하는 시간을 물어봅니다. 그렇게 물어보면 원하는 시간의 편차가 크거든요. 그러면 부모한테도 양보를 하라고 하고, 아이한테도 어느 정도까지 네가 양보할 수 있겠냐고 물어봅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조금씩 깎긴 합니다. 그런 식으로 단계적으로 나아가야 해요. 한 번에 끊는 거는 상당히 어렵고요.

또 한 가지는 잠자는 시간에는 핸드폰을 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의학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잠자는 시간에 핸드폰을 하게 되면 수면리듬이 깨지고요. 수면리듬이 깨지는 건 학업에도 영향을 끼치고, 우울, 불안 같은 증상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그런 의학적인 근거로 밤에는 안 했으면 좋겠다는 것을 말하면 대부분 아이들이 거기 수긍을 합니다. 물론 지키는 건 별개의 문제지만, 저희가 같이 협상을 했고, 그 친구가 자기의 이야기를 해서 약속을 정했다는 자체가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만큼은 재미없더라도, 그래도 공부보다는 재미있는 뭔가를 제공해주면서 게임을 줄이라고 해야지, 아무것도 할 게 없는데 게임만 줄이라고 하면 상당히 실패할 가능성이 크겠죠. 그래서 아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두 번째로 좋아하는 게 뭔가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게임만 하고 있다고 무작정 가서 못하게 하는 것보다는, 아이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서 게임하는 시간을 조절하시면 좋을 것 같고요. 무작정 ‘게임하지 마’라고 이야기하시기보다는 더 재미있는 다른 대안 거리를 찾아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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