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페르소나는 원래 ‘인격’을 말하는 라틴어로 연극배우가 쓰는 가면을 의미했다. 심리학에서는 자아가 쓰는 사회적 지위나 성격을 가리킨다. 누구나 가면을 쓰지만, 대외적인 이미지나 역할이 강조될수록 페르소나와 본래의 자기 모습과 괴리가 크다.

특히 웃는 얼굴로 사람을 대해야 하는 직종의 경우 감정을 속이고 친절하게 응대하는 것에 능숙하다. 감정노동은 일종의 업무 매뉴얼에 따른 행동이기 때문에 상대가 부당한 대우를 해도 일정 감내해야 하는 수고가 동반된다. 그러다 보니 여기에는 ‘갑질’이라는 그림자가 따라오게 되고 상대적으로 을의 입장에서 고스란히 괴로움의 몫을 떠안게 된다.

 

문제는 이들이 업무가 끝난 뒤에도 감정을 숨기고 사는 것에 익숙해지는 경우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논쟁거리는 피하게 되고 ‘소확행’이라도 쥐어 억지로라도 행복감을 느끼려 노력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만큼 감정을 표현하거나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적기에 다른 방식으로 감정이 표출된다. 주변에 웃는 얼굴을 유지하기 위해 빈번하게 거짓말로 둘러대거나 감정이 통제되지 않을 만큼 격해지기도 한다.

이들은 대외적으로 자신이 힘들다는 것을 표현하지 않지만, 주요우울장애와 마찬가지로 식사와 수면 패턴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너무 많이 자거나 새벽에 깨는 일이 있어도 일상을 어떻게 해서든 유지하려는 노력 때문에 주변에서 일찍이 우울장애를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이렇다 보니 명백한 고통을 호소하지도 않고 기능적으로 장애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문제를 발견해내는 것은 드문 일이다. 겉으로는 밝고 잘 지내는 것처럼 보여도 우울증의 증상들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훈련된 전문의가 아니라면 증상들을 식별해내기가 어렵다.

 

가면성 우울증은 증상을 판단해내는 것부터가 치료의 시작이다. 가면우울증을 겪는 사람은 자신의 증상에 대해서 솔직하지 못해서 치료 시기가 더 미뤄진다. 혼자 있을 때는 극도로 우울한 감정으로 인해 허덕이지만, 사회생활에서 보이는 모습과 극명하게 다르다면 문제를 의식해야 한다.

또 이들은 자신이 겪는 고통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정신건강 외에도 앓고 있는 심혈관 문제나 갑상샘 기능에 대해서도 진단도 필요하다. 오래전부터 소화불량이나 흉통, 이명으로 통증을 느껴왔어도 이를 지속적으로 무시하고 생활해 왔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면성 우울증의 치료도 주요우울장애와 같이 약물치료를 동반하며 억눌린 감정에 대해서 풀어내는 상담이 진행된다. 특히 가면성 우울증을 앓고 있다면 증상에 대해서 많은 부분 감추려 하고 치료에 적극성을 보이는 경우가 드물다. 따라서 본인이 말하지 않는 증상을 파악하고 치료할 수 있는 전문의에게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마인드클리닉 공간 정신과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마인드랩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경북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박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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