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 관계 대인관계
만나지 말았어야 하는 인연이 계속 만나는 이유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12.15 08:11

[정신의학신문 :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데이트 폭력’에 관한 뉴스가 요즘에도 종종 들려온다. 사랑하는 사이에서 폭력이 일어난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가정폭력에 근원을 두고 있다. 부부 사이에 폭력을 ‘손찌검’, ‘가정 불화’ 정도의 언어로 미화하는 일은 친밀한 관계에서 폭력이 용인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한 원인이기도 하다. 배우자를 때리는 당사자에게 ‘상해범’이라는 단어를 붙였다면 대등한 부부 싸움이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로 사건은 재구성된다.

한국에서는 특히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가족주의 때문에 가족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에 대해 둔감하게 반응해왔다. 부부 사이는 둘만이 아는 사생활이라고 범위를 묶어 두고 모르는 체하는 것이 일종의 예의처럼 간주되는 문화가 얼마 전까지 존재했다.

 

사진_픽사베이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폭력적인 관계가 잘못된지도 모르고 계속해서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다. 오히려 피해자가 폭행, 폭언을 당하면서도 가해자를 두둔해가며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균형이 깨진 관계가 이어지는 배경에는 그릇된 의존성에 있다.

폭력을 휘두른다는 것은 상대를 자신의 힘에 구속시키려는 의지다. 상대를 옆에 붙잡아두려는 의지가 강할수록, 상대가 떠나갈까 두려워할수록 폭력은 빈번해진다. 또 피해자도 폭력을 이해하려는 방식으로 자신이 관계에 머물러야 하는 당위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원래는 착한 사람인데, 이래서~’와 같은 방식의 합리화는 관계에 의존하며 사는 자신을 보지 못한 채 맹점에 빠지게 한다.

이러한 관계를 다시금 바로잡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잘못된 행동이 무엇인지 일러주고, 자신과 상대 사이에 경계가 어디에 있는지 명확하게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배우자로서 또는 연인으로서 이해하는 범위는 어디까지이며, 용납되지 않은 행동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이와 같은 대화가 가능하지 않다면 관계에 미련을 갖지 않고 끝내는 것이 옳다. 관계를 끝내야 한다는 것도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건강한 관계는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고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는 경계가 있다. 누군가와 친밀함을 나누기 전에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이는 자신의 삶을 공유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지를 개입시키는 일이다.

하지만 때로 자신이 선택한 것과 상관없이 마주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과 교류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혼자서 관계를 감당하기보다는 제삼자의 도움을 받아 올바른 대화법과 상황에 맞는 대처법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인터넷신문윤리강령이메일무단수집거부CONTACT
(주)정신건강연구소  |  정신의학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105-87-08929  |  등록번호 : 서울, 아03874  |  등록일자 : 2015년 8월 25일  |  발행·편집인: 박소연
서울 종로구 옥인동 자하문로 17길 보광빌딩 12-10  |  대표전화 : 070-7557-9104  |  팩스 : 02-320-60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선우
Copyright © 2020 정신의학신문-의사들이 직접 쓰는 정신 & 건강 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 Back to Bott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