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박증이 있는 사람들은 주로 정리정돈, 반복해서 확인하기, 종교적인 믿음으로만 매사 판단하기 등 일정 규칙과 조건에 매달리는 패턴을 보인다. 이런 행동 또는 생각을 계속하지 않으면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에 강박증 환자들은 압박감을 상쇄시키려 반복에 집착한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에서 잭 니콜슨은 청결함에 강박증이 있는 로맨스 소설가다. 식당에는 자신이 앉는 자리가 정해져 있고, 다른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으려 피해 다닌다. 그런 유별남을 모두 싫어하지만 헬렌 헌트만 그런 그를 인내심 있게 지켜봐 준다. 하지만 영화 밖에서 실제로 강박증이 있는 사람이 가족이나 직장 상사라면 그들에게 강요받는 요구에 시달릴 수 있다.

 

 

강박증은 크게 생각에서 나타나는 증상과 행동에서 보이는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생각에서 강박이 일어나는 것에는 누군가를 해치려는 상상이나 성적인 장면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떠올리는 경우가 있다. 강박에 시달리는 사람은 의지와 상관없이 떠오르는 생각에 불안과 심적인 피로로 괴로워한다.

강박사고가 심해지면 이것을 무시하고 억누르거나 강박사고에 따라 그대로 행동으로 옮긴다. 내면에서 일어나는 성적인 상상을 억압하려 종교적 믿음을 설파하는 사람이나 불안을 가라앉히려 끝없이 청소하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강박증이 생기면 비현실적인 조건에 자신을 맞추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것이 완벽주의자 또는 빈틈없는 사람으로 불리는 주변의 평판으로 형성된다. 강박증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시간과 자원, 노력을 허비한다. 마치 끊임없이 굴러 떨어지는 돌을 정상에 올려놓으려는 시지푸스처럼 자동화된 사고에 따라 몸이 먼저 움직이는 것이다.

대개 이러한 강박증의 바탕에는 불안이 존재한다. 자신 또는 타인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할 것 같은 내면의 열등감, 성과로 자신의 가치가 평가될 것 같은 불안은 특정 생각, 행동하지 않고는 견뎌낼 수 없는 압박감을 느낀다.

 

강박증이 있다면 자기 자신도 괴롭지만, 일상 또는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것에서 더 문제가 커진다. 강박증을 앓는 사람은 자기의 기준을 완고하게 고집하기 때문에 독단적인 경향이 강하다. 다른 사람들과 의논을 통해 결정할 일도 자신이 직접 나서서 재정비하고 모든 일을 떠맡으려고 한다.

이렇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고 좁고 제한적인 사고에 갇히게 된다. 변화하는 상황에 즉흥적으로 반응하는 유연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인들과 소통도 어려워진다. 자신의 기준을 앞세우기 때문에 환경에 적응하고 맞춰가기보다 자신의 기준으로 주변을 고치려고 하는 아집으로 나오는 경우도 생긴다.

 

강박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앞서 언급한 대로 불안감과 초조함이 주요 원인이다. ‘(강박적 사고, 행동이) 없으면 안 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더욱 강박에 매달리게 한다. 강박증의 치료는 강박 사고와 행동에 의존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경험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본인이 강박증에 기대어 조바심을 누그러뜨리고 있는 모습을 정확히 직시해야 한다. 직면에 도움이 되는 치료에는 잘못된 사고를 교정하는 인지행동치료나 노출요법이 사용될 수 있다.

또, 최근의 약물 연구 및 뇌 영상 연구의 결과들은 생물학적 요인이 강박장애 발생과 밀접한 연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임상 약물 실험 결과 세로토닌 시스템에 작용하는 약물들이 강박장애 치료에 뚜렷한 효과가 있다고 나타났다.

강박행동에는 억압된 무의식을 다루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신이 왜 강박 사고와 행동에 매달리면서도 자신의 진정한 감정과 자아상에 닿지 못하는지 강박증에 대해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은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마인드랩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경북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박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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