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일주일 전, 갑자기 임신 7개월인 아내가 새벽에 저를 깨우더니 엄청 울더라고요. 왜 그러냐고 하니까, 자는데 가위눌린 것처럼 사지가 경직되더니 관에 누운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고 호흡이 빨라지면서 불안감에 꼼짝할 수가 없었답니다. 저를 깨워보려고 하는데 몸이 계속해서 움직이질 않더래요.

그날 응급실에 갔는데 다행히 신체적인 문제는 없었다고 하는데요. 폐쇄공포증이랍니다. 그날 이후로 계속 밤마다 반복되고 있어요. 그렇게 깨면 문을 열어두어야지 잠이 듭니다. 임산부에게 정신과 약물로 치료하는 것은 가능한가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광민입니다.

아마도 두 분에게 첫 자녀일 것 같습니다. 큰 기대와 설렘만큼 큰 걱정과 불안이 함께 오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새벽에 아내분이 갑자기 응급실에 가시게 돼서 무척 놀라셨을 것 같습니다.

 

여성의 임신은 크게 두 가지 영향을 줍니다. 우선 임신을 하면 생리학적으로 호르몬의 변화를 크게 겪게 되죠. 뇌, 기분, 에너지 생각, 신체 전반에서 변화가 일어납니다. 또한 환경도 당연히 변합니다. 우선 내가 돌봐야 할 아기가 생긴다는 것이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나보다 더 소중한 사람을 돌봐야 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모성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불안이 높아지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들로 불안이 심해지면 공황증상처럼 올 수 있습니다. 자다가 가위눌리는 것이 해당할 수 있죠. 큰일이 생길 것 같은 불안에 이렇게 응급실까지 가는 경우가 생깁니다.

폐쇄공포증 같다고 하셨는데,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제대로 된 진단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제가 보기에 폐쇄공포증이 신체적인 증상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하지만 수면에 영향을 직접적으로 미치고 있고, 이렇게 지속적으로 불안 발작이 일어나면 심적으로 지치기 마련이고 엄마와 아이에게 좋지 못한 영향이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임산부도 정신과에 내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태아에 영향을 주는 약물을 사용하는 것에는 다소 보수적인 입장입니다. 약물이 설령 안전하다 하더라도 쓰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태아의 건강에 아주 조심스럽기 때문에 약물치료를 적극적으로 권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태아가 크고서 쓸 수는 있습니다. 극단적인 상황이라면 약을 통해서 불이익보다 지금 당상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크기 때문에 쓰기도 합니다. 지금으로써는 약물치료를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선 불안 발작이 일어났을 때나 일어날 것 같은 상황에서 대처할 만한 호흡법이 있습니다. 참고해서 한번 연습해 보시길 권합니다.

(링크) 마음 다루기 - 호흡의 중요성

또한, 임신으로 인한 변화에 대해서, 환경적 요인을 생각해보면 내가 출산 이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에 대해 생각해보고 불안을 낮추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됩니다. 별도의 상담기법으로 정신치료를 받아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마인드랩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경북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박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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