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의 중요성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선생님, 저는 그 사람이 마음에 드는데 그 사람 마음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이 저와 있을 때 무슨 마음을 먹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참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습니다. 그 사람 마음뿐만이 아니라 제 마음도요.
마음(가슴을 움켜쥐며)이 너무 아픕니다. 선생님."

 

아리스토텔레스는 마음의 구성 요소로 인지(cognition), 정서(emotion), 그리고 의지(will)를 말하였다. 

‘선생님, 저는 그 사람이 마음에 드는데 그 사람 마음은 그렇지 않는 것 같습니다’라는 문장에 쓰인 마음은 마음의 정서적인 면을 말한다.

‘그 사람이 저와 있을 때 무슨 마음을 먹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라는 문장에서 쓰인 마음은 마음의 '인지적'인 면을 말한다. 

‘참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습니다. 그 사람 마음뿐만이 아니라 제 마음도요’라는 문장에서 쓰인 마음은 마음의 '의지적'인 면을 말한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해서,
‘마음(가슴을 움켜쥐며)이 너무 아픕니다. 선생님’이라는 문장에서 쓰인 마음은 마음의 '신체적'인 면을 말한다.

 

청소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면 어떻게 시작을 해야할지 막막하다. 저기 쌓여 있는 빨래더미부터 처리를 해야 할지, 싱크대에 쌓여 있는 그릇더미부터 설거지를 해야 할지, 아이가 싸질러 놓은 똥부터 처리를 해야 할지, 청소기를 돌리고 바닥을 닦을지를 말이다.

어? 그런데 빨래, 설거지, 똥, 청소기 이렇게 구분해 놓으니까 꽤 쉬워 보이고 할 만해 보인다. 그냥 ‘집 청소해야 되는데...’라고 마음먹었을 때 보다는 말이다.

 

우리 마음도 너무나 크고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그냥 마음을 전체적으로 보면 설명하기도 힘들고 다루기는 더더욱 힘들다. 그래서 이렇게 마음을 네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서 마음을 다루는 방법을 설명해 보고자 한다.

 

먼저 마음의 신체적인 면이다.

 

신체적인 면을 먼저 소개하는 이유는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장 쉽게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다룰 수 있는 가장 쉬운 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대체 마음의 신체적인 면이 무슨 말이냐고 할 수도 있겠다. 우리는 마음을 몸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용하는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조금 어렵게 말해 몸과 마음은 서로 독립되어 존재한다는 심신이원론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발달된 뇌과학적인 입장에서는 심신일원론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모든 마음의 문제에서 신체적인 면이 대부분 동반되고 있으며, 신체적인 부분이 좋아지면 마음의 문제 역시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하나 둘씩 발표되고 있다. 몸과 마음은 이렇게 따로 부르지만 하나라는 말이다.

 

사진 공황장애에서 보이는 증상들

 

마음의 신체적인 면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공황장애를 살펴보자.


공황이란 불안의 최고봉을 말한다. 걱정하고 염려하는 수준을 넘어, 불안과 초조함의 가장 심한 상태를 공황이라고 한다. 흔히 공황을 죽을 것 같은 혹은 미칠 것 같은 공포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극심한 불안에서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가슴이 답답하고, 숨을 쉬기가 어렵고, 목이 졸리는 느낌과 함께 어지럽고 실신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또한 식은땀과 함께 전율과 떨림 등을 느낀다. 사실 이러한 증상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작은 불안에서도 동반되는 증상들이다.

 

이러한 마음의 신체적인 면들 중 우리가 스스로, 마음먹은 대로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이 호흡이다.

가슴 두근거림? 심장 박동? 우리 의지대로 조절할 수 없다.
식은땀? 전율과 떨림? 우리 의지대로 조절할 수 없다.
어지러움? 실신할 것 같은 느낌? 우리 의지대로 조절할 수 없다.
몸살기? 몸이 달아오르는 느낌? 우리 의지대로 조절할 수 없다.

 

또한 사람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를 활력 징후(VITAL SIGN : 혈압, 맥박, 호흡수, 체온)라고 하는데 이 활력 징후 중에서도 우리가 스스로, 마음먹은 대로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이 호흡이다.

혈압? 맥박? 체온? 우리 의지대로 조절할 수 없다.

 

우리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빨리 뛴다고, ‘심장아 조금 천천히 뛰렴’이라고 조절할 수 없다.
우리는 혈압이 올랐다고, ‘혈압아 내리렴’이라고 조절할 수 없다.
우리는 땀이 많이 난다고, ‘땀구멍아 좁아지렴’이라고 조절할 수 없다.
우리는 체온이 올랐다고, ‘열아 내리렴’이라고 조절할 수 없다.
하지만 호흡이 가빠지면 우리 스스로 심호흡을 하고 조절할 수 있다.

 

그런데 도대체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호흡을 우리 의지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이렇게 강조하는 것일까?

호흡을 조절하면 우리의 마음을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호흡을 조절하면 우리의 불안을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호흡을 조절하면 공황 발작도 진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호흡 조절을 통해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위험을 인지하게 되면 뇌에서 불안 신호를 줘서 몸이 위험에 대비하게 한다. 뇌와 온 몸의 근육에 피를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서 심장이 빨리 뛰고 혈압이 올라간다. 호흡이 빨라지고 체온이 오른다. 위험에 대비해 재빨리 도망가거나 싸울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이때의 불안은 생존을 위해 아주 고마운 감정이다. 불안이라는 감정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없어져야 하는 감정이 아니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우리가 위험한 순간을 대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아주 유용한 감정이다.
그런데 뇌가 위험하지 않은 상황을 위험한 상황으로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위험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위험에 대비하는 반응을, 그것도 아주 극심하게 나타낸다. 이것이 공황장애이다. 공황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위와 같은 공황발작이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난다.

 

이런 공황발작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호흡이라는 것이다.

공황장애에서 마음(뇌)은 상황을 잘못 판단하여 불안 신호를 온 몸에 보낸다. 심장이 빨리 뛰고, 혈압이 올라가고, 체온이 오르기 시작한다.(이 부분은 우리 의지대로 조절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호흡 역시 가빠지려는 찰나에 우리는 우리가, 우리 의지대로 다룰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인 호흡을 조절한다. 깊고, 천천히, 여유롭게... 마음(뇌)은 호흡 반응이 깊고 여유롭다는 것을 발견한다. 마음(뇌)은 자신이 위험하지 않은 상황을 잘못 판단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마음(뇌)은 반응을 멈추고 평온함을 찾는다.

호흡(신체적인 면)이 불안한 마음(뇌)에 신호를 줘서 마음을 다룬 것이다.

 

마음의 신체적인 면에서 봤을 때, 우리가, 우리 의지대로 다룰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은 호흡이다. 그래서 심리치료와 명상, 요가, 태극권 등에서 제일 먼저 배우는 것이 호흡이다. 호흡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다루어보자.

 

마음의 신체적인 면에서는 호흡의 가장 기본인 복식호흡을 소개하는 것으로 끝맺음을 하겠다.

 

1.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편안한 자세로 앉거나 누워, 온 몸에 힘을 뺍니다.
2. 지그시 눈을 감고, 내 복부에 편안하게 손을 얹습니다.
3. 아주 천천히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쉽니다. 숨을 들이쉴 때 어깨가 올라가지 않게 주의하여, 배를 부리면서 숨을 쉽니다.
4. 코와 입의 감각에 집중하십시오. 들이쉴 때 코와 입으로 찬 공기가 들어오는 느낌을 느끼십시오. 그리고 내쉴 때 코와 입으로 더운 공기가 나가는 감각에 집중합시다.
5. 이번엔 호흡수를 세어 봅니다. 1부터 4까지 호흡을 세고, 다시 1로 돌아가 세어 가십시오. 이런 식으로 반복하여 세어 봅시다.
6. 호흡을 세면서, 가끔 내 복부에도 관심을 가져 봅시다. 숨이 들어올 때 내 복부가 팽창되는 것을 느끼고, 내쉴 때 복부가 위축되는 걸 느껴봅시다. 복부가 풍선처럼 커졌다 작아진다고 생각하십시오.
7. 위의 과정을 반복합니다.
 주의를 옮겨, 코와 입의 감각에 집중을 해 보고, 다시 호흡수 세는 것에 집중을 해 봅시다. 
 그리고 다음엔 복부의 움직임에도 관심을 가져 봅시다.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 의과대학 학사석사, 서울고등검찰청 정신건강 자문위원
보건복지부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 위원
한국산림치유포럼 이사, 숲 치유 프로그램 연구위원
저서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
전문의 홈 가기
  • 애독자 응원 한 마디
  • "연주를 듣는 것 같은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고 많은 사람이 도움 받고 있다는 걸 꼭 기억해주세요!"
    "선생님의 글이 얼마나 큰 위로인지 모르겠어요."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