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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척하는 직장동료와 잘 지내는 3가지 방법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11.26 05:53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직장에서의 나르시시스트들을 좀 더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자면 허세충, 잘난척쟁이로 말할 수도 있다. 이들은 항상 말이 많다. 과장된 표현을 좋아하고 어떤 일에 대해 확대 재생산하거나, 극적으로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사실 병적인 자기애와 건강한 자기애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대한민국처럼 비교당하기 쉽고, 열등감에 취약한 곳에서 살아가는 동안 어느 정도의 자기애는 꼭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건강했던 자기애가 병적인 시점으로 바뀌는 시점을 알아채는 것이라 하겠다.
 

- 자기애적 인격성향의 특징

1. 자신이 아주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망상적인 느낌.
2. 성공과 권력, 아름다움, 이상적인 비현실적인 사랑에 집착한다.
3. 지나친 존경을 주변에 요구한다. 거만하다.
4. 특별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느낀다.
5. 타인을 질투하거나 타인이 자신을 질투하고 있다고 믿는다.

 

사진_픽셀

 

이들은 자신이 이룬 성취나 자신의 능력을 과장해서 얘기한다. 또한, 딱히 이룬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급이 달라," "레벨이 달라," "언젠가 난 큰 인물이 될 거야." 라며 우월한 사람으로 인식되길 바란다.

누군가를 좋아할 때도 접근 방식이 남다르다. 같은 학과, 혹은 같은 직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매력적인 사람에게 다가가 당당하고 대쉬하면서 "한 번도 내가 이런 적이 없는데, 특별히 내가 고백한다." "내가 공부나 취업 준비로 너무 정신이 없는데, 너니까 내가 마음이 간다." 라는 식이다.

문제는 정작 상대방은 당사자에게 전혀 관심이 없고,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데도 "특별한 내가 너에게 관심을 주니까 고맙지?" 라는 스탠스로 상대방을 대한다. 이들은 너무 소중한 자신이 거절받는 상황은 애초에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만약 자신이 ‘애써 고백까지 해주었는데’ 상대방이 자신을 거절할 경우, 이들은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자존감이 상처 받고 무너지는 것을, 소중한 자신의 정체성이 위협받고 흔들리는 것을 용납할 수 없기에 다른 이유를 찾는다. "내가 좋은데 사내 연애를 하기에 눈치가 보여서 거절한 것일 거야." "처음이라 튕겨본 걸 거야,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지." 등등의 생각을 하며 상대방의 정중한 거절을 수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러 번 대쉬를 하는데, 그때마다 거절해도 이것을 인정하지 않다가 상대방이 정색하게 불쾌함을 표시하면 그제야 억지로 억눌러왔던 무의식적 불안, ‘혹시 내가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닐까?’ ‘내가 매력이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과 마주한다. 하지만 가냘픈 자존감이 무너지는 것을 억지로 붙잡으며 또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자 애를 쓴다. "네가 나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사실 일부러 얘기 안 했는데, 나 능력 많아, 우리 집 잘 살아, 이러이러한 사업 준비하고 있어." 등등 자신을 극적으로 어필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상대방이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제는 자신의 열등감과 상처 받은 자존감에 대한 보상과 분노를 한꺼번에 표출한다. "네가 감히 날 거부해? 나를 무시해?" 로 시작해서 "그럴 거면 왜 처음부터 분명히 얘기 안 했어? 나를 간 보고 잰 거야?" 라는 식으로 트집을 잡을 때도 있다. 그리고는 합리화 과정으로 넘어간다. 이솝우화의 신포도처럼, "어차피 저 사람이랑은 오래 못 갔을 거야." "알고 보니 성격이 별로였네." 라는 식으로 자신을 위로한다.

 

자기애적 인격성향을 대표하는 인물로 흔히 카사노바나 돈 후안을 예로 드는데, 이들은 화려한 언변으로 많은 여성 편력이 있었고 또 그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이들은 본인의 외모와 사회적 지위에 열등감이 있던 이들로, 고상하고 아름다운 귀부인들이 남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들에게 매달려 구애를 하거나 자신의 요구대로 행동하는 것에서 권력과 쾌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들은 피상적인 쾌감과는 달리 내적으로는 깊은 공허감으로 괴로워했으며 그로 인해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타인으로부터 끊임없이 새로운 칭찬과 관심을 받아야지만 이들의 공허감이 해소되고는 했는데, 이것을 심리학자 코헛(Heinz Kohut)은 발달단계의 문제, 그중에서도 부모와의 공감 실패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자기애성 인격성향인 사람들은 부모에게 끊임없이 칭찬받고 과시하고자 하는 소아의 단계에 고착되어있다는 것이다.

 

자기애성 인격성향의 모든 부분을 어린 시절의 경험이나 발달과정에서의 미숙함으로 설명할 수 있지는 않겠으나, 부모의 적절한 반응과 교육, 감정적 대응의 부재로 인해서 카사노바 같은 바람둥이들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이상화되고 일방적인 감정적 전이를 보이는 것은 설득력이 있다.

이들은 여자들에게 무수한 상처를 주면서도 미안함을 느끼지 않았고, 오히려 한순간이나마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해주었으니 그 여자들도 행복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이 떠나간 후 사회적으로 지탄받고 오랜 시간 괴로움에 살아가야 할 그녀들의 일상과 남은 인생에 대한 배려와 책임감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이들은 insight가 부족하기에 실제로는 자신의 대인관계가 문제가 있음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한다. 사실 우리 모두 어느 정도의 나르시시즘을 본능적으로 내포하고 있는데, 대인관계라는 것 자체가 자기애적 필요에 의해서 형성된 것이다. 원시적으로부터 물물교환이 가능했던 것은 이타심이 아니라 내가 필요한 욕구 충족이 기반이 되었기 때문이다. 코헛 역시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내내 주변 사람들로부터 나에 대한 반응이 어떠한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는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사실 인간은 타인을 개별적인 인격체로 본다기보다 자기를 충족시키기 위한 자원과 원천으로 본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이러한 욕구를 들키지 않으면서 타인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조율해 나가는 세련되고 성숙한 사람이라면, 자기애적 인격성향은 노골적으로 이러한 욕구를 표현하거나 과도하게 고착되어있는 집단이라 생각된다.

 

사실 자기애적 인격성향이 미성숙함과 부정적인 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자기에 대한 과도화된 이미지, 이상화된 자기상을 지닌 이들은 자신의 단점과 받아들일 수 없는 나약한 부분들은 타인에게 투사한다. 즉, 남 탓을 해버리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보면 미성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것이지만 모순적인 것은 이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자아 기능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최소한 의식적인 수준에서는 자신에 대한 한결같은 믿음이 있고(물론 왜곡된 믿음이기는 하다.) 무척 일관된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너무 소중해." "나는 사랑받아 마땅하고 성공할 거야."

이러한 자기 암시는 우울증으로부터 이들을 보호해준다. 물론 이들이 무의식적인 불안과 자신의 진정한 내면적 차원의 열등감을 마주할 때는 이 가짜 자존감이 무너져버리겠으나 -현실원칙과 마주했을 때의 자기애적 손상이라고 한다. 요새 트렌드로 표현하자면 ‘현타가 온다.’ ‘팩폭을 당했다.’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그전까지는 이들은 행복감과 자존심을 유지할 수가 있다. 어떤 일이 잘못되었을 때 자기 탓을 하는 것보다 남 탓을 해버리는 사람은 최소한 전자의 경우보다 훨씬 늦게 우울해진다.

 

사진_픽셀

 

자기애적 성향의 이런 특징들은 상대방에게 묘한 안정감을 준다. 그리고 다른 인격성향을 지닌 집단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딱히 비호감인 그룹도 아니다. ‘저 사람은 잘난 척을 하고 허세를 떨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한결같아. 엄청 나쁜 사람은 아니야.’ 라며 의외로 크게 미워하지 않는다.

그것은 나르시시스트들이 예측 가능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칭찬해주고 관심을 주고, 허세나 과장된 말에 태클만 걸지 않으면 이들은 딱히 크게 문제를 일으키거나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다. 남을 미워할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게 아깝기 때문이다. 그 노력과 자원을 온전히 소중한 자신을 위해서 쓴다. 이러한 예측 가능한 점을 안정적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분야에 따라 다르겠으나 이러한 나르시시스트들은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할만한 포지션만 잘 찾는다면 크게 성공할 수도 있다. 배우나 연예인 같은 직업이 그렇다.

 

- 자기애적 성향을 지닌 직장동료와 잘 지내는 법

이들은 직장에서 모임과 분위기를 주도하고, 어떤 일이나 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할 때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부하직원이 나르시시스트라면 무시하거나 핀잔을 주면 그만이겠지만 상사일 경우엔 이들에게 적절히 맞춰주는 스킬도 때로는 필요하다.
 

1. 직면시키지 말 것.

이들은 누구보다 타인의 공감을 원한다(반사회적 인격성향과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상사가 말하는 허세가 진실인지 아닌지는 신경 쓰지 말고 상사의 열등감이나 외로움에 집중해야 한다.

눈치 없이 팩트를 거론하며 ‘에이 과장님 그건 못 믿겠는데요? 진짜예요?’ 라는 태클을 건다면 당신은 미운털 1순위 부하직원이 될 것이다. 나르시시스트들은 자존감이 높은척하지만 실제로는 대단히 낮다. 누구보다 수치심에 약하고 민감해서 아주 약간의 부끄럽고 쪽팔린 상황도 잘 견디질 못한다. 주변에서도 쉽게 그걸 눈치챌 수 있지만, 본인은 끝까지 모른다. 인정하지 않는다.

벌거벗은 임금님에게 사실을 고한 이들은 모두 벌을 받고 왕국에서 쫓겨났다. 물론 끝까지 거짓말로 임금님께 아부하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그들에게 직언할 수 있는 것은 당신이 아니라 오직 그들 자신의 역할이다. 최소한의 현실 인식과 통찰이 생기고 나서야 그들은 타인의 쓴 조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는 것이다. 물론 그 타이밍은 아주 천천히 오고 오래 걸린다.
 

2. 들어주기만 해도 평균 이상이다.

이들은 타인의 진정한 지지와 관심을 받기 어렵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교장 선생님의 훈화를 누가 듣고 기억한단 말인가. 그 누구도 관심이 없다. 당연히 이들의 껍데기뿐인 허세와 과시도 진정한 공감을 구하기 어렵다.

무조건 칭찬해주고 맞춰주라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들과 다투지 말고 그들의 저항을 받아주라는 것이다. 그들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미성숙함을 까발리지 말고 인정해주는 것이 우선이다. 이들은 자신의 언행이 극적이고 과장되어 있음을 실은 알고 있기 때문에 타인의 그것에도 민감하다. 영혼 없는 칭찬이나 아부는 금방 눈치채고 거부반응을 강하게 나타낸다. 

얼핏 보면 항상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들의 주변은 사실 공허하고 외롭다. 따라서 이들의 말에 약간의 인내심만 가지고 최소한의 반응과 비언어적인 지지적 추임새(아이 컨택과 고개 끄덕임 같은)만 보여줘도 그 효과는 의외로 무척 크다.
 

3. 그의 다른 점을 칭찬해줘라

김 과장이 "나 소싯적에 춤으로 날렸어, 인기 많았어. 몸짱이었어." 라는 허세를 부리고 있을 때, 만약 누가 봐도 그럴 확률이 낮고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면 여기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대신 "그런데 김 과장님은 사실 목소리가 좋아요." 라든가, "일 처리가 항상 깔끔하세요. 한 번도 지각을 안 하시잖아요, 자기 관리가 정말 철저하세요." 같은 사실에 근거한 그의 다른 점을 칭찬해주자. 굳이 거짓말이나 과장을 하지 않아도 김 과장이 칭찬받을 만한 점이 있다는 걸 부각하는 것이다.

자신에게도 남들 못지않은, 뛰어난 장점이 있다는 걸 깨닫고 그에 대해 진짜 관심과 인정을 받는다면 김 과장은 더 이상 쓸데없는 허영을 고집하지 않는다. 그의 열등감을 지적하고 공격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거짓 이상화된 자신에서 실제의 자기에게로 관심을 전환해주는 것이다. 김 과장은 당신의 이런 신중한 배려에 무척 감사할 것이다.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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