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 정신 직장
의심 많은 직장동료와 잘 지내는 3가지 방법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10.22 03:44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우리는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보통의 사고와 이해 범주로서는 수용할 수 없는 캐릭터의 사람들을 필연적으로 만나게 된다. 사실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와 번아웃은 어느 정도, 얼마만큼 힘들겠다는 계산이 서는 범위에 있지만, 사람으로 인한 황당함과 분노는 도저히 예측하기 힘든 것이라 이직이나 퇴사를 결정케 하는 중요한 트리거가 되기도 한다.

‘도대체 저 사람은 왜 저러지?’라고 생각할 만큼 성격이나 행동이 이상한데도, 버젓이 직장에 잘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의 멘탈을 차근차근 괴롭히는 사람들이 참 많다. ‘정작 문제가 있는 사람은 멀쩡히 잘 사는데, 그 사람 때문에 힘든 주위 사람이 정신과에 찾아온다.’라는 말이 있다. 정신과 의사로서 안타까운데 참 공감되는 말이다.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우리가 피할 수 없거나 피하기 힘든 곳인, 가정이나 회사 같은 삶의 중요한 터전에 박혀 있는 경우이다. 흔히 정신병의 진단을 할 때 사회적 기능이나 대인관계 기능의 심각한 손상이 뚜렷한가를 기준으로 삼고는 하는데, 진단을 하거나 약물치료가 필요한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자신과 타인에게 심각한 수준의 스트레스를 주는 이들을 인격장애가 있다고 분류한다.

인격장애라는 단어가 주는 스티그마. 마치 인격에 큰 핸디캡이나 문제점이 있는 것인 양 지칭하는 대상을 평가절하(devaluation)하는 듯한 느낌이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이 말을 싫어하는 편이지만(실제로 환자를 상담할 때 성격장애라는 판단이 강하게 들어도 이러한 성향이 있다는 정도로 순화해서 기록한다), 역동적 정신분석이론을 근거로 정신과에서는 인격장애의 유형을 A, B, C군 3가지로 나눈다. 아마도, A와 B, C 군의 사례들을 설명하면 아주 자연스럽게 내 주위의 어떤 사람, '아, 옆 부서 김 대리가 딱 그런데.' '아, 이런 건 우리 과장 얘기하는 거 같은데?' 하고 떠올릴 만큼 인격장애의 성향을 보이는 사람은 어디에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당신의 회사, 당신 부서에도 이미 존재한다.

 

사진_픽사베이

 

우선 A군 인격장애에는 편집성, 분열성 및 분열형 인격장애가 있다.

영어로 하면 paranoid personality disorder, Schizoid personality disorder, schizotypal personality disorder가 되는데, 현재의 조현병이 과거 정신분열병이란 이름이었을 땐, 사람들이 이 A형 인격장애를 이름이 흡사하다는 이유로 마치 정신분열병의 전 단계쯤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았었다. 아주 약간의 교집합은 물론 있으나 엄연히 다른 차원의 질환이다. 따라서 A군 인격장애에 내가 일부 공통점을 보인다고 해서 '헉 이러다 내가 나중에 조현병에 걸리는 건 아닐까?'하고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8살에 축구를 시작한다고 모두 다 박지성, 손흥민이 되는 게 아니듯이, A형 인격장애와 조현병의 거리는 그 이상의 간극이 있으니 말이다. 
 

직장 내 편집성 인격장애의 사례

1. 충분한 근거 없이 타인이 나를 이용하거나, 피해를 준다고 의심하는 것.
2. 직장 동료를 못 믿는다.
3. 칭찬해도 그 의미 뒤에 숨은 비꼼이나 비웃음, 비난을 찾으려 한다.
4. 쉽게 화를 내고 반격하며 역으로 비난한다.
5. 작은 일에도 원한을 품고 끝까지 기억한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의심이 아주 많다. 타인은 물론이고 자기 스스로도 의심을 하는 통에 항상 자신이 없고 부정적이다. 팀 프로젝트를 할 때도 정보 공유를 꺼릴 때가 많으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인정하고 칭찬해도 그 의도를 의심한다. 이들은 어떤 일이 성공했을 때도 그리 기뻐하지 않는다. 어차피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공로를 가로채 갈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업무를 공평하게 배분해도 자신은 훨씬 많이 일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다른 동료들은 매일 빈둥거리면서도 자신보다 더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항상 불만족스럽다. 

이들은 회사 밖에서도 무척 피곤한 삶을 산다. 아주 작은 손해나 부당함도 참지 못하는데, 그 부당함이 자신을 무시해서 생긴 일이라 믿기에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자신의 정체성을 위협받았다고 느낀다. 택시를 탈 땐 항상 기사가 일부러 요금이 많이 나오도록 멀리 돌아간다고 생각하며 편의점이나 식당 직원이 조금만 불친절해도 고성이 오가며 싸우게 된다. 남들은 아무리 기분이 나빠도 이 정도 선에서 끝나지만, 편집성 인격장애를 지닌 사람들은 반드시 ‘사장 나와!’라는 말을 잊지 않고, 사장과도 말이 통하지 않을 경우 민원을 넣거나 고발한다. 그 식당이나 택시를 고발한다고 자신에게 주어질 이득은 전혀 없고 오히려 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만 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들은 연차까지 내려가며 본사에 찾아가 민원 접수를 하고 고발을 한다. 이들은 표면적으로 원칙이나 정의감을 내세우고 그 당위성을 위해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로 부지런한 이들의 에너지는 사실 자신이 무시당한 것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분노’에서 나온다. 이들은 무척 예민하고 섬세해서 남들이 모르고 지나칠 만한 작은 부분도 여지없이 발견해내고 자기 자신을 피곤하게 만든다.

이런 사람들을 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1. 대화를 짧고 간결하게, 필요한 말만 전달한다.

이들은 대부분의 관계에서 ‘투사적 동일시’의 기법을 사용한다. 투사적 동일시란 문제의 원인을 투사, 즉 상대방의 탓으로 돌리면서도 그 원인이 상대방의 전이적 감정에 있는 것처럼 인식하게끔 교묘하게 화살의 방향을 돌리는 것을 말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항상 대화하면서 꼬투리를 잡고 상대방의 탓을 할 기회를 찾는다는 것이다. 또한, 팩트가 아닌 그 사람의 의견이나 평가, 감정이 조금이라도 섞이면 그들은 무조건 자신이 비난받고 있다거나, 무시받고 있다고 착각하기에 정확하고 객관적인 사실만을 들어 얘기하는 것이 좋다. 아예 더 좋은 방법은 대면하지 않고 문서나 서류로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다.
 

2. 도발에 넘어가면 안 된다.

편집증 인격을 가진 사람들과의 언쟁에서 그들의 비난이나 의심, 꼬투리 잡는 행위에 욱해서 화를 내서는 안 된다. 이들과 크게 갈등을 겪는 이들은 평소에 이들을 멀리했던 사람들보다 오히려 그나마 이들을 챙겨주고 옹호해준 사수라든가, 동기들이다. 심리적으로 역전이 저항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내가 평소에 얼마나 챙겨주고 참아줬는데 나한테 고마운 줄도 모르고 화를 내?’ 하는 억울함을 말한다. 하지만 편집증 인격장애를 지닌 이들의 기준에는 과거의 고마움이나 관대함에 대한 고려가 없다. 이에 자극되어 감정적인 대응을 한다면 이들은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언행을 취할 수도 있다. 객관적으로 ‘사실을 좀 더 분명히 확인해볼 것’을 강조하자. 이것은 그들도 당연히 수용할 것이다. 더 자세히 확인해보는 것은 그들이 무척 좋아하는 분야이니까. 
 

3. 투명하게 모든 것을 오픈해라.

그들의 다른 사람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들과 갈등이 있을 때 제삼자가 나서서 중재하면 오히려 그들을 자극하게 된다. 둘이서 짜고 나를 속이려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증거와 자료, 공식적이고 객관적인 사실만을 신뢰한다. 또한, 그 자료의 출처까지 투명하게 밝혀 제공하는 것이 좋으며 그 자료의 검색과 출력까지 편집증 인격장애인 본인이 스스로 하게 한다. 자신이 의심하고 싶은 만큼 얼마든지 놔두는 것이 좋다. 스스로 조금 지치거나 납득할 때까지.

그들은 아마 그 자료를 몇 번이고 재확인하며 출처를 궁금해하고 새로운 의심을 재생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몇 번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그들은 결국 그 의심의 밑바닥이 자신의 유년기 트라우마나 실패와 상실의 경험에서 기인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역설적이지만 이렇게 의심이 많고 타인을 불신하는 편집증 인격장애를 지닌 이들은 혼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며 타인과의 유대를 더 강하게 갈구한다. 자신의 높은 기준과 의심을 극복하고 자신에게 강한 믿음과 안정감을 줄 누군가를 기대하며 기다리는 것이다.

의심이 많은 직장 동료와 가까운 관계를 원한다면 그들과 맞서지 마라. 그저 그들이 충분히 의심하고 표현하고 해소되어가는 과정을 그냥 한 발 떨어져서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자신을 그토록 괴롭히고 짜증스럽게 만들던 불안과 초조감이 외부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내부적인 무의식에서 온 것을 지각할 때 비로소 당신에게 마음을 조금씩 열어 보일 것이다.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2
전체보기
  • 이름 2019-10-23 17:51:58

    거짓으로 그것도 업무상의 일을 얘기하는건가요? 그리고 전화론 폭언과 ㅆ만 안했지 막말을 쏟아 냅니다. 그걸 가만히 듣고 있는 제가 비정상이고, 그 폭언 하는 사람이 정상 입니까?   삭제

    • 이름 2019-10-23 17:46:46

      제 직장과 연관된 사람 인데요. 그 사람 이랑 업무상 나눈 이야기는 다른 사람과 대조하면 100% 거짓말로 드러납니다. 그 거짓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은 한두사람 만 건너가면 자신이 한말이 거짓말 이라고 들통 나는데, 왜   삭제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인터넷신문윤리강령이메일무단수집거부CONTACT
      (주)정신건강연구소  |  정신의학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105-87-08929  |  등록번호 : 서울, 아03874  |  등록일자 : 2015년 8월 25일  |  발행·편집인: 박소연
      서울 종로구 옥인동 자하문로 17길 보광빌딩 12-10  |  대표전화 : 070-7557-9104  |  팩스 : 02-320-60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선우
      Copyright © 2019 정신의학신문-의사들이 직접 쓰는 정신 & 건강 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 Back to Bott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