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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사회적 인격과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를 구분하는 방법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11.19 02:37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반사회적 인격성향을 언급할 때 우리는 흔히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를 떠올린다. 그러나 사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반사회성을 의심할 만큼 양심 없고 뻔뻔한 이들은 우리 주변, 직장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공감 능력이 전혀 없고, 공감할 의지도 전혀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홍보 부서 책임자인 A 과장은 홍보 예산으로 책정된 예산 중 3억을 횡령하여 자녀들의 유학비용과 유흥비, 주식투자금으로 사용했다. 몇 개월 뒤, 감사팀에서 이를 추적하자 A 과장은 아무 죄책감 없이 모든 것을 부하 2명에게 덮어 씌우고 자신은 아무것도 몰랐다며 잡아뗐다. A 과장이 시키는 대로 사인만 했던 순진한 대리 2명은 엉겁결에 책임을 지고 1명은 지방의 생산 지원부서로 좌천되었고 나머지 한 명은 권고사직을 당했다. 정작 A 과장은 징계로 3개월 감봉처분을 받는 것에 그쳤는데, 더 놀라운 건 이 모든 사실을 A 과장 자신이 술자리에서 동료들에게 자랑스럽게 떠들었다는 것이다. 소식을 전해 들은 대리는 억울함에 화병이 나서 근처 정신과를 찾았는데 하필 그 병원 대기실에서 A 과장을 마주친 것이다.

미안한 기색 하나 없이 대리를 보고 반갑게 인사한 A 과장은 ‘감봉받은 김에 차라리 휴직계를 쓰려고 정신과 진단서를 떼러 왔다.’라며 말을 건넸다. ‘언제 술이나 한잔하자. 회사 나가니 얼굴이 더 좋아진 것 같다.’라는 농담까지 하는 A 과장의 뻔뻔함에 소름이 끼친 대리는 결국 도망치듯 병원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했다. 이렇듯 공감 능력이 없는 반사회성 성향과는 의미 있는 대화는 물론 싸움조차 성립이 되질 않는다. 왜냐하면, 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이라는 통찰이 전혀 없으며 설령 그로 인해 남이 큰 피해를 받았다고 해도 그 사실에 관심이 없다. 이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자기 자신뿐이다.

 

사진_픽사베이

 

이와 다른 예로 비 오는 날 옆 사람의 우산을 아무렇지 않게 훔쳐간다든지, 술 마신 다음 날 출근하기 싫어서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둘러대는 이들도 반사회적 성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아무 죄책감 없이 거짓말을 하는데, 보통 사람들이 양심에 찝찝함을 느끼는 것과 달리 이들은 거짓말이 들키느냐 아니냐 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그러나 이들도 차마 할머니가 아니라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거짓말은 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보통의 사람들은 ‘차마 어머니 생명을 가지고 거짓말을 하기엔 찝찝해서가 아닐까요?’라고 대답하곤 하지만, 반사회적 성향이 있는 이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즉각적으로 “어머니의 상에는 직장에서 조문객이 올 테니 들킬 가능성이 크다.”라는 대답을 우선적으로 한다.

조금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신촌 세브란스 병원 응급실에서 인턴 근무를 했던 2006년도의 일이다. 나는 과일을 깎다 손가락을 베여서 온 30대 남자와 응급실 입구에서 면담하고 있었는데, 초진기록을 작성하던 중 구급차 소리가 울리며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교통사고 환자가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그 환자에게 뛰어갔는데, 갑자기 그 30대 남자가 자길 두고 어딜 가냐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저 환자가 급해 보이니 이따 다시 오겠다며 사정을 설명했지만 그게 자신과 무슨 상관이냐며 순서대로 환자를 보라고 악을 써댔다.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며 내가 응급실 의사가 될 생각을 깨끗이 포기한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이들은 본인이 우주의 중심이며 유일하게 소중한 것이기에, 타인의 아픔과 상처, 손해 등은 전혀 관심이 없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들은 세상에 무서운 것도 아쉬울 것도 전혀 없고, 언제 죽어도 상관없어 보이는 막가파 인물들로 보이지만, 실제 반사회적 성향을 지닌 이들은 그렇지 않다. 이들은 자신의 이익이나 경제적 손해에 무척이나 민감하고 예민하다. 아주 사소한 것에도 복수심을 가지며, 한번 적개심을 품으면 무척 집요하고 오래간다.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거나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이유가 분명히 존재하며, 자신보다 약하고 쉽게 괴롭히고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을 교묘하게 선택한다.

 

사실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반사회적 인격성향은 엄밀히 따지면 저마다 다른 정의를 지닌 개념이다. 사이코패스는 사실 공식적인 진단명은 아니며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 필립 피넬이 1801년에 처음 사용한 용어이다. 그는 정신이 혼미한 상태와 달리, 의식이 있는데도 광기를 보이며, 인지능력이 있음에도 사회통념에 벗어나는 행위를 하는 사람을 psychopath라고 지칭했다. 하지만 필립 피넬이 생각한 당시의 의미는 현재의 그것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조현병이나 조기 치매가 아니면서도 무척 이질적인 행동을 보이는, 쉽게 이해할 수 없고 감별진단하기 어려운 대상군을 범주화하기 위해 이러한 지칭을 했다고 생각된다.

사이코패스의 개념이 현재와 조금 더 비슷해진 것은 독일의 정신병리학자 슈나이더의 정의부터이다. 1923년 그는 사이코패스에 대해서 ‘젊은 시절엔 방탕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성공을 거두기도 하고 비윤리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고 사람들은 조종한다.’라고 언급했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어렵고 애매한 개념들은 1941년 허비 클레클리에 의해서 광범위하게 통합되었는데, 그의 저서 mask of sanity가 최초로 사이코패스의 특징들을 통합적으로 정리한 자료이다. 그는 사이코패스가 범죄자에 국한되지 않고 멀쩡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도 발견될 수 있으며, 이기적이고 교묘하게 사람을 조종하는 행위 역시 사이코패스에 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함으로써 학계에 큰 반향을 불렀다.

그 이후, 정신과 질환을 진단하는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인 DSM이 생기고 개정되어 가면서 사이코패스의 개념과 정의에 대해 수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아직도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정확히 어떤 기준으로 구별되느냐에 있어서는 논쟁의 여지가 많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굳이 말하자면 찰스 맨슨이나 테드 번디 같은 죄책감 없는 범죄자를 칭하는 개념은 사이코패스이며, 슈나이더와 허비 클레클리가 주장한 ‘일반인이지만 타인을 교묘하게 조종하고 착취하는 사람’은 소시오패스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사실 사이코패스의 개념 자체가 소시오패스의 그것을 함입하고 있는 부분이 많기에 이에 대한 구별은 어찌 보면 큰 의미가 없을 때가 더 많다.

우리나라 사례를 들어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영화 추적자의 하정우 같은 연쇄 살인마가 사이코패스, 영화 내부자들에 나오는 비리 정치인, 갑질하는 재벌을 소시오패스라 한다면, 반사회적 인격성향은 그보다는 강도가 덜하고 쉽게 말하자면 경미한 초기 단계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하면 될 것이다.
 

- 반사회적 인격성향의 특징

1. 사회적 규범이나 도덕적 기준에 관심이 없고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2. 자신의 이득을 위해 상습적인 거짓말을 한다.
3. 충동적이고 공격적이다. 계획이 없고 즉흥적일 때도 있다.
4. 남을 공격하거나 해를 끼치고도 반성이 없으며 그 이유를 합리화한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뇌영상학적 연구가 있었는데 이들이 일반인보다 측두엽의 용량이 유의하게 부피가 적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측두엽은 청각과 감성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로 타인의 말을 듣고 공감하는 능력이 있는 곳이다. 모든 관심이 자신에게 쏠려있고 남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는 이들의 특징이 실제로 뇌의 형태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_픽셀

 

반사회적 인격성향을 지닌 사람과 잘 지내는 법은 무엇일까?

유감스럽지만 직장동료 중에 꼭 한두 명은 반사회적 인격을 가진 사람이 존재한다. 자기 일을 아무렇지 않게 떠넘기고, 내 아이디어, 고과를 뻔뻔하게 가로채고, 더 나아가서는 언어폭력과 성희롱, 공금횡령까지 하기도 한다. 혹자는 ‘큰 성공을 거두고 싶거나 큰 조직을 이끌어나가려면 반사회적 인격성향도 약간은 필요하다.’라고 한다. 기업이나 조직의 특성상 100% 규칙과 도덕적인 프레임 안에서만 일할 수는 없다. 어떤 경우엔 융통성도 있어야 하고 관례상 눈감아주는 부분도 있어야 한다고도 얘기한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사회적인 통념상 이해받을 수 있는 ‘정도’나 ‘선’이라는 게 엄연히 존재한다. 반사회적 성향인들은 모든 기준이 자신의 이득과 안위, 욕망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상식에 구애받지 않고 이러한 ‘선’과 ‘정도’를 너무 쉽게 넘어버린다.

이런 사람과 잘 지낼 방법은 없다. 아니 잘 지내서는 안 된다. 공감능력과 도덕적 양심이 없는 이들은 언젠가 반드시 법적,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다. 제아무리 교묘하게 감춘다고 해도 결국 자신의 본모습이 드러나게 되어있으며, 그 사람과 관여된 만큼 곤란한 상황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런 사람이 상사일 경우거나 심지어는 사장, 대표자인 경우에 억지로 부도덕하고 불합리한 일을 강요할 때이다.

최대한 이들과 엮이는 것을 피해야 한다. 물론 쉽지 않다. 함부로 이들과의 관계를 끊어내기 어려운 경우라면 우리는 기회비용을 놓고 고민한다. 찍히거나 은근한 괴롭힘, 심한 경우 회사에서 잘릴 수도 있다. 하지만 순간의 귀찮음이나 긁어 부스럼을 피하기 위해, 혹은 눈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이들과 한배를 타서는 안 된다. 이들은 교묘하게도 취약하고 섬세한, 그러면서도 자아가 약한 사람들을 착취의 대상으로 선정하고 은밀히 다가온다.

이들을 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원칙과 단호함이다. 나는 절대 그런 유혹이나 불합리함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눈감아주거나 동행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강하게 어필해야 한다. 이로 인해 물론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불이익은 내가 반사회적 성향인 사람들과 한 무리에 엮었을 때 차후에 감당할 후폭풍, 짊어져야 할 책임에 비하면 비교조차 안 될 작은 것임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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