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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은 게 후회됩니다 - 산후우울증과 산후정신증
조현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05.14 08:43

[정신의학신문 : 조현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난 2월,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0명대에 진입했다는 소식이 모든 언론에 크게 보도됐습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98명(2018년 기준). 세계에서 처음으로 1명이 안 됩니다. 참고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은 1.68명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신생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불임치료 비용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아이의 출산을 간절히 원하는 부부가 많다는 뜻일 겁니다. 임신에 성공하고, 임신기간 동안 수많은 어려움을 딛고 무사히 아기를 출산하는 것만큼 축복받을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출산 후 엄마는 기쁨을 온전히 누릴 여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우울하고 힘든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당황하고 분노합니다. 산후우울증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또 산후우울증보다 훨씬 심각한 산후정신증은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할까요?

 

사진_픽셀

 

여성들이 분만 후에 일시적인 감정의 기복, 슬픈 느낌, 불쾌한 느낌, 주관적인 혼란 등을 경험하는 것을 산후우울감(baby blues)이라고 합니다. 여성 호르몬 수치의 급격한 변화, 아이를 출산한 것에 대한 스트레스, 엄마로서의 책임감에 대한 부담 등을 원인으로 들 수 있습니다.

출산하는 여성의 30~75%는 산후우울감을 느끼는데 대개 출산 후 3-5일쯤 후에 발생합니다. 새로 엄마가 된 여성에게 가족들이 충분한 지지를 보이고 산후우울감이 흔히 나타난다는 것을 교육해주면, 대개 특별한 치료를 요하진 않습니다. 이 경우 산후우울감은 발생한 지 수일 후면 호전됩니다. 하지만 2주 이상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산후우울증(postpartum depression)이 아닌지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산후우울증은 우울한 기분, 과도한 걱정, 불면, 체중 변화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며 분만 후 3~6개월이 되면 발생합니다. 출산하는 여성의 10-15% 정도에서 나타난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환자가 과거에 우울증을 겪었거나 특히 임신기간 동안에 우울증을 겪었으면 산후우울증이 발생할 위험성이 크게 증가합니다. 또 스트레스를 유발할만한 생활환경에 놓여 있을 때 발생 위험이 더 높아집니다. 예를 들어 배우자의 지지가 매우 부족하거나, 원치 않는 임신을 했을 경우, 환자가 실직을 했거나 가정에서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해야 할 경우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산후우울증은 산후우울감과는 달리 치료를 받지 않으면 수개월에서 1년 정도까지 지속될 수 있습니다. 특히 환자 본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엄마의 적절한 양육을 받지 못하는 아기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환자가 증상이 심하지 않고 모유 수유를 꼭 해야 할 상황이라면 정신치료나 가족치료를 우선 적용하면 됩니다. 하지만 증상이 매우 심하거나 특히 과거 우울증 병력이 있다면 약물치료를 고려해야 합니다. 다만 모유 수유를 중단하는 것이 걱정된다면 약물치료 대신 TMS(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라는 경두개 자기자극치료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산후우울증보다 훨씬 심각한 경우는 산후정신증(postpartum psychosis)이 나타날 때입니다. 출산 여성의 0.1% 정도에서 발생하며 대개 출산 후 2~3주 내에 나타납니다. 증상은 이렇습니다. 처음엔 피로, 불면, 안절부절못함, 감정기복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비논리적인 표현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아이의 건강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을 하다가 아이가 죽을 것 같다거나 장애가 있다는 등의 망상을 보일 때도 있습니다. 일부 환자는 출산 자체를 부인하기도 하고 아예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표현도 합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자살 생각이 들거나 아이를 죽여야 한다는 생각까지 들어 실제 이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산후정신증은 정신과적 응급상황으로 간주하여 즉시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특히 자살사고나 아이를 죽이려는 생각이 들 땐 환자와 아이의 안전을 위해 입원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항정신병약물, 기분안정제 등 약물치료를 받고, ECT(electroconvulsive therapy)라는 전기경련치료를 시행받기도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산후정신증 치료를 빨리 받으면 회복률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다만 산후정신증은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회복 후에도 양극성 정동장애처럼 꾸준한 치료를 받아 증상의 재발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_픽셀

 

산후우울증과 산후정신증 모두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에 대한 배우자, 가족의 지지와 관심이란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출산이라는 엄청난 일을 겪은 엄마는 ‘내가 아기를 잘 키울 수 있을까? 나의 약한 체력으로 육아라는 막중한 과제를 견딜 수 있을까? 아기는 아무 탈 없이 잘 자랄 수 있을까? 남편은 이런 나를 잘 도와줄까?’ 같은 수많은 고민들을 항시 가슴에 담고 생활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신생아를 돌보는 일은 잠시도 엄마의 여유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마치 갓 군대에 입대한 훈련병처럼 긴장과 피곤의 연속입니다. 가족들은 환자가 이런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에 대해 최대한 공감해줘야 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편의 역할입니다. 남편은 부인에게서 육아 스트레스에 대한 고통의 호소를 다소 과도하게 듣더라도 ‘남들은 아이를 잘만 키우는데 너무 별난 거 아냐?’라는 식의 반응을 절대 보여선 안됩니다. ‘누구나 아이를 처음 키울 땐 서툴고 두려우니까 시간이 지나서 익숙해지면 불안이 조금씩 나아질 것이며, 육아는 엄마 아빠가 같이 하는 것이니 같이 잘 헤쳐나가자’는 식의 메시지를 일관되게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남편도 처음 아빠가 된 상황이라 이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더 커진다는 부담, 부인의 관심이 아기에게 집중되어 자신은 소외된다는 느낌, 아기를 같이 돌보느라 자신도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느낌 등을 가지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만약 남편이 이러한 감정으로 우울, 불안을 매우 심하게 느낀다면 정신의학적 치료를 받아보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남편의 심리 상태가 안정되어야 부인과 같이 육아를 분담하여 적절하게 수행할 수 있고, 부인을 지지할 수 있는 에너지도 생길 테니까요.

부인에게서 산후우울증이나 산후정신증이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증상들이 나타날 경우, 빠른 시일 내에 정신의학적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잘 다독이고 이끌어주는 것도 남편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입니다. 모쪼록 엄마 아빠가 힘을 모아 험난한 육아의 고지를 무사히 넘는다면 아이도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 겁니다. 대한민국 엄마, 아빠들의 건투를 빕니다!

 

* 참고문헌 : Kaplan & Sadock’s  Synopsis of Psychia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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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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