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 우리는 우선 잠의 단계, 구조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 합니다.

1단계 : 아주 가벼운 선잠이 드는 단계입니다. 주변의 소리와 자극에 쉽게 반응할 수 있으며 뇌파가 서서히 느려지면서 5-10분 정도, 몸이 진정되어 가는 단계이지요.

2단계 : 10~25분간 유지되는 얕은 수면 상태를 의미합니다. 숙면으로 가는 중간 단계입니다.

1-2단계를 우리는 수면 유도, 입면단계라고 합니다. 침대에 누워는 있지만 잠이 푹 들지는 못한 상태인데 이 단계에서 깨버리면 우리는 누워는 있는데 잔 것 같지가 않게 됩니다.
 

3-4 단계 : 20~40분간 유지되는 깊은 잠에 빠지는 시간입니다. 서파 수면이라고 불리는 이 시간 동안에는 외부의 소리나 자극에도 잠을 깨기 힘든, 숙면을 취하는 구간입니다.

REM 수면(rapid eye movement) 단계 : 서파수면 후 뇌가 오히려 더 빨리 활동하는 단계로 우리는 이 시간 동안 꿈을 꾸게 됩니다. 잠꼬대를 하거나 팔다리를 움직이면서 뒤척이기도 하지요. REM 수면이 길어지면 꿈을 더 길고 생생하게 꾸게 됩니다. 자고 일어나서도 꿈의 내용이 자세히 기억이 나는 경우가 이럴 때이지요.


1에서 4단계 그리고 REM 수면까지 모든 단계를 한 바퀴 도는데 보통 90분이 걸리게 됩니다. 우리는 하룻밤 동안 이 사이클을 보통 4-5번 반복하게 됩니다. 여기서 우리의 수면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각 수면 단계의 양과 분포도에 달려 있습니다.

깊고 효율적인 잠을 잘 수 있으려면 우선 렘수면의 양이 줄어들고 3-4단계 수면의 양이 늘어나야 합니다. 꿈을 적게 꿀수록 깊은 잠을 잘 수 있다는 의미이지요. 또한 1~2 단계 수면의 시간이 짧아질수록 효과적이며 중간에 깨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새벽에 잠이 깰 때 무척 피곤할 때가 있고 상대적으로 덜 피곤할 때가 있는데 그것은 서로 다른 단계에서 잠이 깨기 때문입니다. 3-4단계 수면 도중 억지로 잠이 깨졌을 경우엔 몸이 무겁고 피로하지만, 1단계 도중 잠이 깨었을 때는 상대적으로 훨씬 가벼운 느낌이 들지요.

 

사진_픽셀

 

숙면을 취하기 위한 첫 번째 : 매일 똑같은 시간에 잠들어라.

우리 몸의 수면시계는 자연스럽게 스스로 균형을 맞추면서 1~4단계, 렘수면의 비율을 설정해 나갑니다. 1단계로 시작해 자연스럽게 3-4단계를 지나 마지막에 다시 1단계에서 깨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데, 이것이 규칙적으로 자리 잡고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잠들고 정해진 시간에 깨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두 번째 : 저녁 이후에는 밝은 빛을 피해라.

밤 10시가 넘으면 집의 조명은 대부분 끄고, 컴퓨터의 모니터와 스마트폰도 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꼭 해야 할 작업이 남아있다면 모니터의 조도를 낮추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은 블루 라이트 필터를 설정한 후에 사용하십시오. 밝은 빛에 노출되면 우리의 뇌는 아직 낮이라고 착각을 해서 깨어 있게 됩니다.
 

세 번째 : 규칙적인 식사를 해라.

수면의 질은 배고픔, 체온, 감정적 상태에도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시상하부로부터 나오는 테스토스테론과 코르티솔, 멜라토닌의 비율과 변동이 수면 상태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지요. 규칙적인 식사를 하는 것, 아침을 조금이라도 먹는 것, 야식을 피하는 것이 숙면에 무척 중요합니다. 특히 아침에 먹는 탄수화물은 몸안에서 트립토판으로 분해되어 세로토닌을 만드는 중요한 원료가 됩니다. 세로토닌이 한번 더 변형되면 바로 수면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멜라토닌이 되는 것이지요.

 

우리는 매일 평균 6~8 시간 정도의 잠을 잡니다. 하루의 1/3. 1년으로 치면 3-4달, 평생 25년에서 30년의 시간을 자면서 보냅니다. 인생에서 이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잠에 대해서 조금만 더 잘 알고, 관심을 가져본다면 우리의 삶의 질은 훨씬 더 좋아질 것입니다.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신촌세브란스병원 전공의
전) 서울대병원 본원 임상강사, 삼성전자 부속의원 정신과 전문의
현) 신촌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외래교수, 연세대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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