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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사람을 믿을 수가 없어요
김정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01.05 09:20

[정신의학신문 : 김정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30대 여자입니다.  몇 번의 친구와 절교 또 사회생활에서 이용만 당하다가 인간관계가 어렵고 불신까지 왔네요.

제 성격이 낯가리고 친구들 앞에서만 활발하고 정적인 것 좋아합니다. 남들 이야기 잘 들어주고 또 잘 맞춰주는 이야기 하다 흥분하면 목소리 커지는 성격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자존감이 낮아서 잘 맞춰준 거 같아요.)

 

저는 활발한 성격이 아니다 보니 두루두루 친한 것보다는 1:1 이런 식으로 친구 관계를 선호했고, 그룹으로 친하기보다는 한 명씩 친구를 사귀었습니다.

첫 번째 A친구는 중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낸 사입니다. 그 친구는 저를 항상 아래로 봤던 거 같아요. A친구가 공부를 잘했던 건 사실이거든요.

항상 말투 속에서 저를 약간 무시한 듯 한 말투였고, 심각한 속 이야기는 하지 않고 항상 에둘러서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저도 한두 번 무시당하고 한 게 아니어서 몇 번 말을 했지만 무시하고 예전과 같은 행동과 말투를 반복적으로 사용을 하기에 그 친구와 절교를 하게 됐습니다.

 

두 번째 B친구는 고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낸 사이입니다. B는 계산적이며 절 철저하게 수년간 이용해 먹었습니다.

저는 우정이란 이름 앞에 순진해서 관계가 끝난 후에야 알았습니다. 친구가 아니라 그냥 같이 다닐 사람이 필요해서 같이 지낸 사이였더군요.

그 친구가 저와 다른 친구 모두에게 잘못한 일이 있었는데, 다른 친구에게 사과를 하고 저한테는 사과 한마디 하지 않은 거죠.

그로 인해 싸웠고 B는 어쩔 수 없이 사과를 하더군요, 문자 달랑 한 개로;; 그래서 절교를 했습니다. 

 

세 번째 C친구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낸 사이입니다. C와는 성장해가면서 가치관이 달라지면서 싸움이 종종 있었던 사이였고, 풀었었지만 앙금이 쌓여만 갔던 사이였습니다.

C와 싸움이 있었고 전적으로 제 잘못이 커서 미안하다 사과했지만 돌아오는 건 "됐어, 연락하지 마."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사과를 했지만 계속 받아주지 않는 C에게 사과하는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서 그 후로는 연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후 몇 달 뒤에 C에게 연락이 와서 다짜고짜 연락을 안 할 수 있냐며 욕 폭탄문자를 보내더군요.

연락을 하지 말라해서 안 했는데, 연락하지 않아서 또 욕먹는 게 어이도 없고 욕먹을 정도로 잘못은 아닌 거 같은 생각이 들어 더 화가 나더군요.

아마도 그동안 쌓인 감정들까지 포함해서 저도 화가 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또 절교를 하게 되었고요, 그러다 문득 다 부질없다고 느껴졌습니다.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쉽게 끝내지는 관계들...

이제까지 내가 먼저 연락 안 하면 나에게 오지 않았던 친구들의 연락, 이런 모든 것들이 부질없다 생각되어 점점 사람과의 관계가 멀어진 거 같습니다.

친구가 이제 한 명뿐이라 외롭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제 다시 이 친구 빼고는 깊은 관계는 가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신의 불은 지핀 것은 이전 회사 다닐 때 일입니다. 동기는 사무직 채용인데 엑셀을 하나도 못하는 사람이 들어와 업무는 제가 다 하게 되었고, 동기가 저질러 놓은 일을 자기가 안 했다고 저나 다른 사람에게 덮어 씌우는 일이 많았습니다.

처음에 동기가 이런 사람인지 몰라 잘 지냈지만, 자꾸 거짓말을 하면서 이상한 소문을 만들어 소문내기도 하고 사람 관계를 이간질시키며, 정신적으로 힘들게 했습니다.

이 때문에 상사에게 말을 했으나, 돌아오는 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만 돌아올 뿐이었습니다.

그 상사도 이간질시키며 분란을 만드는 사람이었으며, 자지가 저질러 놓은 일들을 아랫사람들이 한 거로 둔갑시키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같은 부류 사람이다 보니 제 이야기는 무시되기 일쑤였고요.

 

이런 경험이 있다 보니 누가 호구 조사하듯 물어보는 게 너무 싫습니다.

특히 친하지 않은 사람, 새로운 회사를 들어가거나, 새로 사람을 만나야 할 때, 이 사람이 이 정보를 가지고 무슨 소문을 만들어 내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 이야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또 너무 친한 척하는 사람도 너무 싫습니다. 그래서 내 정보를 빼서 무기로 사용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새로운 사람이 싫고, 세상 사람들이 자기보다 덜 여우다 싶으면 뒤통수치고, 사기만 치는 것 같아서 세상에 좋은 사람이 있는지도 의문이 들어요.

 

제 성격이 이상한가요? 아니면 이랬던 상황이 이상했던 걸까요? 아니면 이 모든 것을 제가 합리화하고 있는 건가요?
 

사진_픽셀

 

답변)

우리는 하나하나가 나름의 개성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 둘이 만나, 관계를 맺다 보면, 엄청나게 다양한 충돌 거리가 생기죠.

그래서 성별이나 나이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많은 분들이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하고, 그 원인을 파악하려 노력하고, 나름의 해결책을 찾으려 합니다.

 

올바른 해결책을 찾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원인을 파악하는 거예요.

저수지에 물이 말라 벼가 말라죽어가는 원인이 하늘이 노했기 때문이라면 제사를 지내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겠죠.

하지만 저수지에 물이 새는 곳이 있어서 물이 말랐던 것이라면, 그 부분을 수리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겁니다.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놓치는 부분이 하나 있어요. 질문자 분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 알아차리지 못하시는 것 같습니다.

다들 본인을 꽃으로 생각하고 계시죠. 그리고 사람들이 나비처럼 본인에게 오고 간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자 분도 마찬가지죠. 

꽃은 나비와의 관계를 조절할 수가 없죠. 움직일 수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나비가 자신에게 더 머무를 수 있도록, 꿀과 향, 화려한 꽃잎을 만들어요. 그 과정이 힘들더라도요.

하지만 이런 것들을 만든다 한들, 자신이 원하는 나비만 오는 게 아니죠. 원치 않는 벌이 날아와서 괴롭히거나, 사슴이 와서 꽃을 먹어버리기도 하죠. 꽃은 벌이나 사슴을 피할 수가 없어요. 움직이지 못하니까요.

 

질문자 분도 비슷한 것 같아요. 자신을 항상 무시하는 친구, 7년 동안 철저하게 자신을 이용하는 친구를 피하지 않고 관계를 맺어왔으니까요.

그들과의 관계를 왜 피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말은 없지만, 추측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에서 본인이 말했듯이, 자존감이 낮으면 나쁜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죠.

자기가 생각해도 자기가 별로이기 때문에, 좋은 사람이 자신과 관계를 맺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어느 정도 나쁜 사람이어야만이, 자신과 관계를 맺으려 할 거라고 생각하게 되죠.

또 이 관계가 나쁜 것을 알지만, 이 관계를 정리하게 되면 별로인 자신에게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날 것이라는 확신도 없고요.

 

질문자 분의 자존감과는 별개로, 질문자 분이 관계를 맺는 방식도 상처 받기 쉬운 방식이에요.

한 명씩 친구를 사귀는 것은, 상대방도 한 명씩 친구를 사귀는 것을 선호할 때 서로 만족할 수 있어요.

친구는 다양한 사람을 사귀고 싶은데, 본인만 그 친구와만 더 깊게 사귀고 싶다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죠.

질문자 분이 친구를 생각하는 시간보다, 친구가 질문자 분을 생각하는 시간이 더 적을 것이고, 이런 차이는 결국 "내가 널 생각하는 것만큼, 넌 나를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라는 화를 만들어 내니까요. 

 

지금 본인이 있는 곳이 벌집 아래라면, 벌들만 질문자 분에게 다가갈 거예요. 벌이 많으니 나비가 올리도 없죠.

나비를 만나고 싶으시다면, 벌집에서는 멀리 떨어진 평지의 꽃밭으로 가면 돼요. 

물론 진짜 꽃이라면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다행히 질문자 분은 꽃이 아니에요. 다리가 달린 사람이죠.

움직이는 방법과, 움직일 목적을 안다면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어요. 목이 마르면 물가로 갈 수 있고, 햇빛이 뜨거우면 그늘로 갈 수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내가 목이 마르고, 덥다는 것을 제 때 알아차려야 해요.

 

지금은 질문자 분이 자신에게 일어나는 변화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인 것 같아요.

사람에게 고생한 부분이 있어서인지, 굉장히 의심이 많아진 상태고, 본인도 이런 부분은 잘 알고 계시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본인에게 일어나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봐줄 제삼자가 필요해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그 역할을 무난히 할 수 있을 듯하고요.

그러니 본인이 신뢰하실 수 있는 병원을 찾으셔서, 상담을 한 번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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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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