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닥터스메일 자살·자해
[Doctor's Mail] 반복되는 자해를 멈추고 싶어요
이준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8.12.25 07:37

[정신의학신문 : 이준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여학생입니다.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건 올해 여름쯤부터였던 것 같아요. 여러 해 동안 잊고 있었던 성폭력에 관한 기억이 떠오르면서 그 이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우울감에 시달렸어요. 현재는 학교 위클래스에서 상담을 받고 있고 그 기억이 떠오르는 횟수는 많이 줄었어요.

저는 스스로 완벽한 기준을 세워놓고 그에 맞추지 않으면 스스로를 탓하고 책망해요. 그리고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제 탓을 해요.

엄마가 어릴 때부터 뭐든 잘하지 않으면 화를 내셨고 벌을 주셨어요.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성적이 이전처럼 잘 나오지 않자 엄마와 관계가 나빠지기도 했어요. 그냥 모든 게 제 탓인 것만 같았어요.

 

저는 따돌림을 당했던 초등학생 때부터 자해를 거의 매일 쭉 해왔고 최근에 스트레스를 그 전보다 많이 받으면서 자해 횟수가 늘어났어요. 상담을 받고 스스로를 사랑하려고 노력하지만 자해를 끊을 수가 없어요.

손목을 긋지 않을 때면 끊임없이 자해에 관한 생각이 들어요. 잊기 위해 사탕을 먹는다든지 노력하고 있지만 효과는 일시적일 뿐이에요.

아울러 이번 여름 이후 끊임없이 드는 죽고 싶다는 생각도 멈추지를 않아요. 저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인 데다가 속으로 생각을 정말 많이 하는 편이라 생각이 꼬리를 물고 넘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자해를 그만하고 싶지만 피를 더 많이 보지 않으면 계속 자해에 관한 생각밖에 나지 않아요. 무서운데 더 많은 피를 흘리고 싶어요.

 

이런 제 자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도와주세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준서입니다. 짧은 글을 읽으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힘든 일을 겪으셨고, 현재 힘든 마음이 계속되고 있고, 그것을 원치 않는 방식(자해)으로 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저는 자해를 그만하고 싶지만 피를 더 많이 보지 않으면 계속 자해에 관한 생각밖에 나지 않아요.’라는 그 말에서 그 마음이 많이 느껴졌습니다. 그만큼 제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답글을 달도록 하겠습니다.

 

‘자해를 잊기 위해 사탕을 먹는다든지 노력하고 있지만 효과는 일시적일 뿐’이라고 말씀을 하셨는데요. 저도 그 방법은 일시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자해’라는 행동을 하는 기저의 마음을 살펴보지 않고 하는 방식들은 일시적인 자구책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해’라는 행동 기저의 마음을 살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자해’라는 행동을 겉으로만 보면 전혀 자신에게 아무런 이득도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죠. 자신에게 상처를 내고, 고통을 주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그 기저에는 분명 심리적인 이득이 있기 때문에 그 행동이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심리적인 이득을 찾아내고 나 스스로 알아주어야 그때부터 그 행동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쓴이 분을 직접 상담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글쓴이 분 기저의 심리적 이득이 무엇인지는 이 짧은 글로는 알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단은 일반적인 관점에서 답변을 드리고자 하니 자신과 관련이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찾아보신다면 도움이 되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해를 반복하는 분들은 일반적으로 자해 후에 부정적인 감정이 해소되는 경험을 많이 합니다. 우리 몸은 심한 고통을 줄 경우, 그 고통을 줄이기 위해 엔도르핀(몸에 있는 모르핀이라는 뜻으로 고통을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이라는 호르몬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 호르몬의 작용으로 인해 긍정적인 경험을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정서적으로 부정적인 경험이 심할 때, 신체적인 고통을 가중함으로써, 그 부정적 정서 경험으로부터 탈피하려고 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해결해야 하는 시발점은 그 부정적 정서 경험입니다. 글쓴이 분은 ‘우울감’이라는 용어를 썼는데요. 실제로 우울증인지 아닌지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 후에 평가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상담 후에 우울증이라고 평가가 된다면, 약물 복용은 그 부정적 경험으로부터 벗어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약물 복용이 필요하지 않은 상태라고 평가가 되더라도, 상담이라는 과정을 통해 그 우울감으로부터 벗어나는데 많은 도움을 받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상담은 이미 받고 계신 것으로 보이니, 추가 약물 복용 필요 여부도 고려해보심이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건 조심스러운 추측(짧은 글로 상담하는 것은 추측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이지만 글쓴이 분의 경우, 자해를 하는 것이 ‘죄책감’과 연관이 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해’가 ‘죄책감’과 연관이 되어 ‘스스로에게 벌을 주는 행동’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스스로 완벽한 기준을 세워놓고 그에 맞추지 않으면 스스로를 탓하고 책망해요’라고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기저의 이 마음을 찾아보고 다루어준다면 자해의 행동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정말로 짧은 글로 판단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성일 뿐이고요. 사람들마다 그 기저의 마음은 내용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면밀히 살펴볼 필요성은 있습니다.

 

그래도 한 편으로 마음이 놓이는 것은 글쓴이 분은 혼자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미 상담을 받고 계시니, 상담 선생님과 글에서 언급한 죄책감 부분도 함께 다루어나가다 보면, 자신의 기저의 마음과 맞닿는 지점을 발견하리라 생각합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일어난 모든 나쁜 일들이 글쓴이 분의 잘못은 아닙니다. 스스로를 탓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상담 선생님과 죄책감을 다루어나가다 보면, 그 죄책감이 한결 가벼워지시리라 생각합니다. 글쓴이 분은 혼자가 아니오니, 선생님과 함께 해나가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듭니다.

멀리서나마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 정신의학신문 정신건강연구소 강남센터 개소 기념 ♦ 

     무료 마음건강검진 이벤트 안내 (클릭)

 

이준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인터넷신문윤리강령이메일무단수집거부CONTACT
(주)정신건강연구소  |  정신의학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105-87-08929  |  등록번호 : 서울, 아03874  |  등록일자 : 2015년 8월 25일  |  발행·편집인: 박소연
서울 종로구 옥인동 자하문로 17길 보광빌딩 12-10  |  대표전화 : 070-7557-9104  |  팩스 : 02-320-60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선우
Copyright © 2019 정신의학신문-의사들이 직접 쓰는 정신 & 건강 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 Back to Bott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