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주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저희 5살 된 딸이 분리불안인 것 같아요. 항상 엄마인 저와 함께하고 싶어 하고, 저를 쌍둥이라고 자주 부르고, 옷도 똑같은걸 입고 싶어 하고 집착해요.

예민한 기질인 아이라 정말 너무너무 힘들게 키웠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말도 잘하고 눈치도 빠르고 규범에 어긋나는 행동은 잘 안 하는 편입니다.

옷은 항상 같은 옷만 고집하며 낯선 상황은 미리 알려주고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해야 하고 싫어하는 것에 대한 타협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안돼! 라는 말보다 설명을 들어야 이해하고 분노하지 않아서 안돼 라는 말을 거의 못 해보고 키웠습니다.

대물애착?이라고 할지 한 가지 물건에 마음을 주면 그 물건 없이는 아무 곳도 안 가고 자다가도 깨서 찾고 울어요. 자신은 언니가 되지 않을 것이며 어른이 되지도 않을 거라고 하고 자기는 아기라고 하며 아기 행동을 매일 해요.

 

아이와 저는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어요. 이것도 아이가 너무 어린이집 적응을 힘들어해서 내린 결정인데 저는 이직을 결심한 상황이고 아이는 워낙 불안도가 높고 낯선 상황에서 위축되는지라 기관을 옮기는 게 제 욕심인지, 또 저 없는 곳에서 울며 억지로 다니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판단이 잘 서지 않습니다.

저는 되도록 아이가 겪지 않아도 될 스트레스나 경험은 피하게 해주고 싶은데 이런 결정이 아이의 정서발달을 방해하고 고립시키는 행동이 될까요?

제가 너무 아이의 감정 경험을 못 지켜보고 해주려고 하는 급한 성미 때문일지, 한 번씩 비언어적으로 아이를 무섭게 하곤 하는데 모두가 원인일까요?
 

사진_픽사베이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주영입니다.

아이가 인지 발달이나 운동 발달에는 별 이상이 없는 듯 하지만, 문의를 하신 엄마와 절대 분리되려고 하지 않고, 심지어 아이로 남기를 원하고 있네요. 걱정이 많이 되실 것 같습니다. 

 

보통 아이들은 영유아기 초기에는 엄마와 본인을 구분을 못한다고 생각되어(구분을 할 수 있다고 보기도 합니다.) 일종의 공생(엄마와 나는 하나라는 인식) 관계로 보고, 점차 분리를 해 가고, 현재 이 아이의 나이에는 이미 본인이 엄마와 다르고, 성별도 인식하며, 자기주장이 생기면서 경쟁을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과정 동안에, 아이는 주 양육자(주로 엄마가 되겠죠)와 친밀함을 형성했다가 점차 분리되는 분리-개별화 시기를 거칩니다. 애착의 형태도 자리를 잡게 되고요.

이때 일시적으로, 혹은 바뀌어가기도 하고 다소 오래가기도 하지만, 이 아이나 찰리채플린에 나오는 캐릭터가 담요를 가지고 다니는 것처럼 중간 단계의 애착 물건에 집착하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합니다.

 

이때 아이가 인식하게 되는 것은, 엄마가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는 것, 나와 엄마가 똑같지 않다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이 엄마가 바라는 것이나 원하는 것과 항상 같지 않다는 것, 따라서 엄마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충족해 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의사 전달이 필요하고 때로는 갈등과 대치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초기의 좌절이기도 하겠지요. 세상이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을 알게 되는 일차적인 과정이니까요.

하지만, 그러면서 아이는 자기만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바탕을 마련하게 되고, 독자적이고 자신만의 특별한 한 사람으로 성장하면서 자율성을 가지고 스스로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 기쁨도 점차 맛보게 되지요.

 

자녀가 성장하는 데 되도록 스트레스나 부정적인 경험은 하지 않고 행복한 경험만 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자녀를 두신 모든 부모님들의 공통된 바람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충분한 신뢰를 확립할 수 있도록 하고 적절한 정도의 좌절을 비롯한 여러 가지 정서적 경험을 해 가야 더 스스로가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겠지요.

현재로서 질문하신 분의 아이는 어떤 이유에 의하여(한 가지 이유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엄마와 특별한 관계를 가질 수 있는 환경, 아이의 내적 상태 등) 정신적 성장을 거부, 혹은 두려워하고 있는 교착상태에 있으므로, 다시 용기를 내고, 성장에 대한 기쁨도 맛보며 나아갈 수 있도록 도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것은 환경의 변화가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그 과정이 급작스러운 것도 무리가 될 수 있어서, 전문가의 도움을 함께 받으면서 점차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 어머니께도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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