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뭔가 남들보다 정신적으로 힘든 것 같긴 한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직장 생활도 잘하고, 취미 생활도 여러 가지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의욕이나 에너지가 없고 해야 할 일도 기한이 닥치면 꾸역꾸역 하는 편입니다. 취미 생활도 의욕이 있을 때 이것저것 시작해놓고 의무감으로 구색만 맞추어서 하고 있습니다.

평소 꾸미는 것을 싫어해서 그런지 주변 사람들로부터 (난 멀쩡한데도) ‘아파 보인다.’ ‘힘들어 보인다.’ ‘졸려 보인다.’ 그런 말들을 많이 듣습니다. 이 원인도 정신적인 문제인지 궁금합니다.

 

또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문득 거울 봤을 때 살이 너무 심하게 쪘을 때, 금전적인 문제로 힘들 때, 남자 친구와의 관계가 좋지 않을 때 쉽게 우울한 쪽으로 흘러갑니다. 며칠 동안 점점 심해져서 죽어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가, 그 일이 지나가면 다시 괜찮아지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남자 친구와 헤어지기로 결심을 하였는데, 하루 동안 혼자 지내며 생각해보니 남자 친구가 없는 삶은 의미가 없는 것 같고 불행해질 것만 같아서 남자 친구에게 전화나 메시지를 수십 통씩 하며 매달렸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죽는 방법이나 도구에 대해서 알아보고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그냥 죽을까 싶다가도, 그렇게 배워 와서 그런 것인지 그런 일을 저지르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몇 번 그만두었습니다. 두 달 동안 이 과정을 다섯 번 넘게 반복하였습니다.

왜 나는 깨끗하게 보내주지 못하는 걸까, 죽겠다는 말을 하면 내가 더 싫어질 텐데, 죽어버리겠다고도 하였고 그런 제 자신에 대하여 자괴감이 듭니다. 예전부터 남자 친구를 만날 때 더 감정이 극단적으로 치닫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외에도 평소 활력이 없다든가 작은 스트레스에도 취약하다든가 하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이상한 것은 늘 우울하지는 않고 어떨 땐 2~3개월 정도 미친 듯이 활동적일 때도 있다는 겁니다. 잠도 줄이면서 취미생활을 하거나 다른 사람을 매일 만나거나 꾸미는데 돈을 많이 쓰기도 합니다. 그러다 다시 지쳐서 침체기가 오면 어떻게 그랬나 싶을 정도로 그 모든 일들이 부담스럽고 귀찮게 느껴집니다.

그냥 성격적으로 감정의 기복이 크면 이럴 수도 있는 것인지, 아니면 특별히 이상이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동네 정신과에서는 가벼운 우울증으로 진단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사진_픽셀

 

답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은,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법입니다. 질문자 분께서도 이미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신 듯합니다. 지금까지 표현해 주신 내용으로 볼 때, 흔히 조울증이라고 알려진 양극성 정동장애의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양극성 정동장애란, 1~2개월 정도의 조증 기간과 보통은 조증 기간보다는 긴 우울 기간이 번갈아 가며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조증 증상이라고 하는 것은 기분이 좋아지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먼저 잠이 줄어들죠.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굳이 잠을 잘 필요를 느끼지 못합니다. 몸에 힘이 넘치기 때문에, 휴식 없이도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충분히 있기 때문입니다. 또 평소보다 말이나 행동이 많아지게 되며, 이 결과 지출이 늘어나기도 합니다.

우울 증상은 에너지와 의욕이 없고,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늘어나며, 우울한 기분이 들고 결국 죽고 싶은 생각이 들기까지 합니다. 이런 조증과 우울증상이 번갈아 나타나는 질환을 양극성 정동장애라고 합니다.

이런 양극성 정동장애는 증상의 차이와 치료되는 정도에 따라 몇 가지로 분류하곤 합니다. 조증과 우울증 모두가 심각한 수준까지 이르는 1형부터, 우울증은 심각하지만 조증은 심각한 단계까지는 가지 않는 2형, 조증과 우울증 모두 심각하지는 않지만 반복적으로 지속되는 순환형 등이 있죠.

 

"성격과 감정의 기복이 크면, 그게 조울증이 아닌가?"라고 많은 분들이 착각하시곤 합니다. 하지만 성격의 기복이 큰 것은 주로 하루 안에 변동이 심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우리가 하루를 지내면서, 다양한 즐거운 일, 슬픈 일, 싫은 일 등을 마주하게 되죠. 이렇게 하나하나의 사건을 마주할 때마다 감정 변화의 폭이 큰 사람도, 또 작은 사람도 있죠. 하루 중의 감정 변화의 폭이 큰 것만을 보고 조울증이라 진단하지는 않습니다.

본인에 대해 말씀해 주신 대로, 하루 중 변동이 아니라, 몇 개월씩 조증 증상 혹은 우울 증상이 지속적으로나타나야 정신 질환, 즉 양극성 정동장애를 의심하고 진단할 수 있죠. 우울 장애와는 다르게 양극성 정동장애는 양육이나 특정 사건에 의한 영향보다는 생물학적인 원인에 의한 영향이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약물치료가 필수적이죠.

 

종종, 다이어트 약이나 갑상선 질환 등 다른 원인에 의해서 양극성 정동장애가 유발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을 방문하셔야 합니다. 어떤 진단이 내려지는지에 따라서 치료는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병행할 수도 있고, 상담치료만 받을 수도 있겠죠.

이전에 동네 정신과를 방문하셨을 때, 가벼운 우울증이라고 설명을 들으신 이유는, 조증 증상에 대해 주치의 선생님에게 표현을 하지 않으셨거나, 또는 당시는 조증 증상을 경험하지 않으셔서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울증으로 설명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자살 사고가 반복되고 있으며, 현재 어떤 질환을 가지고 있는지 진단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하셔서 진단 및 치료 계획을 세우시길 바랍니다.

 

 

♦ 정신의학신문 정신건강연구소 강남센터 개소 기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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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정신건강의학과는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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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따뜻하게 사람을 감싸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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