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최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머피의 법칙',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실제로 이런 법칙이 존재할까요?

A. 머피의 법칙의 머피는 실존 인물입니다. 1949년도에 에드워드 공군기지에서 일하던 머피 대위는 번번이 실험에 실패하자 실패의 원인을 찾으려고 노력했죠. 그리고 실패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어떤 일이 실패하는 데에는 사소한 잘못이 있는데 누군가는 꼭 실패하는 방법으로 그 일을 하려고 하고 그래서 결국 실패하게 된다."

그런데 지금 우리에게는 무언가 안 풀릴 때 자조하듯 말을 하죠. 가령 아침에 양말을 신으려고 했는데 맞는 짝이 없다, 그리고 출근을 하려고 하는데 차가 시동이 안 걸리고 그러면 "아! 오늘은 되는 일이 없겠구나." 하고 말이죠. 
 

사진_픽사베이


Q. 그런 경우에는 그 법칙이 맞는 거잖아요?

A. 그렇죠. 그런 경험을 자주 하게 되면 이제 그 법칙이 존재한다고 믿게 됩니다. 징크스가 존재하게 되는 거죠. 아침에 양말이 짝이 맞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오늘은 재수가 없겠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피해야 하는 routine이 생기게 되는 거죠. 대부분의 징크스는 이렇게 생깁니다. 자신이 경험한 것을 일반화하죠.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암시를 하는 겁니다. 마치 자기 최면처럼요.

 

Q. 그런데 경험상 그런 일이 많기 때문에 생기는 건 아닌가요?

A. 여기서 인지적 오류가 작동하는 겁니다. 확률상 화장실에 있을 때와 거실이나 침실에 있을 때 중 어느 경우에 전화가 올 확률이 높을까요? 이건 시간으로 계산해야 하는 거죠. 그런데 중요한 전화를 화장실에 있다가 못 받은 경우 우리도 모르게 "아, 왜 꼭 전화는 화장실에 있을 때만 오는 거야."라고 말을 합니다.

이건 일상적으로 전화가 온 건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인데요. 우리의 뇌는 스스로 현상을 편집해서 기억합니다. 감정적으로 강렬한 것, 자신의 신념이나 믿음에 맞는 것만 기억하죠. 강하게 짜증이 난 경우 이걸 기억합니다. 그랬다가 다음에 비슷한 일이 생기면 자신도 모르게 법칙처럼 만들지요.

한번 이렇게 법칙이 만들어지면 이 법칙에 맞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확률적으로 혹은 실제로 전화가 균등하게 오더라도 마치 화장실에 있을 때만 전화가 오는 것처럼 인식하게 되는 거죠.

 

Q. 인식의 오류가 발생한다는 거네요.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운이 없는 경우도 있어요. 경험적으로 알잖아요?

A. 인지적 오류는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겁니다. 야구 감독의 경우를 볼까요? 야구를 보면 우리 팀이 운이 좋은 경우도 있고 상대방이 운이 좋은 경우도 있습니다. 한 경기에서도 수많은 우연이 발생하고 이 중에서 유리한 것도 있고 불리한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징크스에 걸린 날은 안 좋은 것만 보게 되죠. 물론 운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Q. 정말 잘 안 되는 날도 있고 그것이 징크스와 연관이 있는 날이 많았던 것 같아요.

A. 이게 자기 암시의 효과로 볼 수 있습니다. 스스로 운이 없다고 생각하면 묘하게도 자신을 안 좋은 일을 하도록 만듭니다. 마치 오늘은 좋은 일이 생기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처럼 안 좋은 일을 선택하게 됩니다.

미팅을 나갑니다. 그런데 오늘 징크스에 걸렸습니다. 그러면 내가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나도 왠지 불길합니다. 잘 되지 않을 것 같고요. 스스로에게 오늘은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겨야 할 것 같고 그래야 불길한 액운에서 벗어날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마음에 드는 여자가 나타나면? 속으로 생각하죠. 왜 하필 오늘 만났을까? 그러면 상대는 생각합니다. 저 남자 왜 저렇게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지? 혹시 내가 마음에 들지 않나? 다행히 여자가 더 적극적이어서 데이트를 더 해 나가기로 했다고 합시다. 그래도 여전히 남자에게는 찜찜한 구석이 있습니다. 뭔가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거죠. 오늘은 운이 없는 날이니까요. 이런 식이면 잘되기 어렵죠. 징크스 때문에 나쁜 건가요? 아닙니다. 스스로에게 오늘은 운이 없는 날이니 좋은 일이 생길 수 없다고 암시를 건 게 문제입니다.

 

Q. 자기 암시가 그렇게 큰 영향을 줄 수 있군요.

A. 우리의 행동은 의식보다 무의식에 영향을 받습니다. 그리고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우리의 선택, 표정, 제스처 등은 상대에게 보입니다. 내가 마음속에서 떨떠름한데 다른 사람은 내 태도나 행동을 평범하게 볼 수 없습니다. 징크스, 머피의 법칙을 따르는 게 실은 스스로를 불운하게 만드는 예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큰 속박에 갇히게 되는 거죠.

징크스가 있다면 과감히 깨려고 노력하세요.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가만히 관찰해 보세요. 그러면 더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겁니다. 다만 미리 무언가 안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의심하지는 마시고요!

 

최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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