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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울까?
최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8.09.23 04:29

[정신의학신문 : 최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명절은 좋은 날이기도 하지만 갈등이 더 심해지는 때이기도 합니다. 명절이 지나고 나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분들이 늘어난다고 하는데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A. 하나는 덮어 놓았던 문제가 드러나서 오게 되는 경우입니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냈는데 가족들이 와서 보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해서 찾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익숙해지면 나도 모르게 심상치 않게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정 폭력이 그 한 예죠.
같이 살다 보면 처음에는 견디기 힘들지만 나중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야 살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다른 사람은 객관적으로 보니까 문제가 더 잘 보이지요. 그래서 대책을 찾아보자고 하고 결과로 병원에 오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둘째는 묵혀놓았던 갈등이 명절을 계기로 터져 나오는 경우입니다. 부모와 자식의 갈등, 형제의 갈등, 집안의 갈등이 여러 사람이 한 집에서 모여 부대끼는 과정에서 분출되는 경우이죠.

 

Q. 그중에서 대표적인 게 시댁과의 갈등이잖아요? 그런 갈등으로 오시는 분이 많죠?

A. 많죠. 그런데 요즘 변화가 있어요. 전에는 며느리와 시댁과의 갈등이 대부분이었다면 요즘은 사위와 장모의 갈등도 많고요. 양가의 다툼으로 확대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전처럼 한쪽이 일방적으로 당하거나 출가외인이라며 시집간 딸을 나 몰라라 하는 경우도 없습니다. 그래서 잘못하다간 양쪽 집안간의 집안싸움이 되는 경우가 있죠. 

 

Q. 그렇군요. 우리 속담 중에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게 정말 실제로도 그런가요?

A. 형제는 서로 양보하고 존중하면 세상에 둘도 없는 동반자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로 경쟁하고 공격적으로 되면 원수가 될 수도 있죠. 인심은 곳간에서 나온다고 하잖아요? 부모의 사랑이 풍부하고 자식들이 서로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거나 형제자매 중에 탐욕스러운 사람이 없으면 서로 감정을 상할 일이 생기지 않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Q. 그러니까 부모의 사랑이 부족하거나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탐욕스러우면 문제가 생길 수 있군요.

A. 그렇죠. 가족의 분위기가 중요한데 승자 독식의 문화이거나 권위주의적인 가족문화에서는 승자와 패자, 강자와 약자 구조가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는 피해자가 생기거든요. 가족의 문화가 이렇게 되면 반드시 피해자가 생깁니다. 이 피해자는 자신이 약자라고 생각하고 당하는 것에 익숙해져요. 자신도 모르게 이런 문화에 당했으면서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하면 가족의 문화가 경쟁적이고 공격적일 때 상대적 약자는 피해자가 됩니다. 이 피해자는 약자는 당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Q. 그래서 다른 약자가 나타나면 자신이 당한 것처럼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게 되네요.

A. 맞습니다. 그럼 저 속담이 만들어지던 시대의 약자는 여자죠. 집안의 자녀 중에 여자가 태어나면 그 여자는 집안의 약자 취급을 받았겠죠. 그러다가 자신보다 약한 사람이 들어오면(예전에는 며느리겠죠) 그 사람을 자신이 당한 것처럼 공격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시누이들은 며느리에게 참 얄밉게 굴었겠죠.

며느리 입장에서는 시어머니도 아니고 나이도 동년배이거나 어렸을 시누이가(남편의 누나들은 시집갔을 확률이 높으니까요) 자신을 구박하니 더 견디기 힘들었겠죠. 이게 다 시집에서 만든 것이고 시댁 탓이니 시어머니를 탓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시어머니는 너무 센 상대니까 만만한 시누이를 더 미워하게 된 것이죠.

 

Q. 시누이도 며느리를 미워할 이유가 있고, 며느리도 시누이를 미워할 이유가 있는 거네요.

A. 정신의학적으로 생각하면 전치라는 정신 기제입니다. 시누이는 오빠나 엄마에게 화가 난 것을 며느리에게 풀고 있는 것이고요. 며느리는 시댁이나 남편에게 화가 난 것을 만만한 시누이에게 푼 것이죠.

우리는 이런 걸 조심해야 합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나 답지 않게 화를 내고 있다면 다른 곳에서 화가 난 것을 약자에게 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만만한 곳에서 후환이 없는 상태인 걸 확인하면 상대에게 당한 것을 풀려고 하는 성향이 있거든요. 조심하지 않으면 나도 다른 곳에서는 갑질을 할 수도 있게 되는 거죠. 그래서 항상 자신의 마음을 잘 살피고 주의해야 합니다.

 

 

최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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